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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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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2일 (12:17)조회수조회수 : 2,709
아침저녁 오가는 길에서 자주 만나는 스쿨버스가 있다.
그 버스 앞에 서서 1차선을 달리고 있으면,
얼른 빨리 비키라고 라이트를 번쩍뻔쩍거린다.
옆 차선에 있는 차도 나란한 속도로 달리고 있어서 비키기 어려운데도
어서 빨리 안 비킨다고 빵빵대기도 한다.

제한 속도 80을 훨씬 초과해서
무인속도측정기를 걱정하며
내딴에는 꾀피우며 달리는데도 말이다.

비켜줄까 하다가도 그럴 때쯤이면 슬그머니 화가 난다.
'그래 너 세상 떠나는 것도 그렇게 재촉할거냐?'
혼자 중얼거리기도 하고 브레이크를 살짝살짝 밟을까도 싶다.

앞서서 쌩쌩 달리던 그 버스가 신호등 앞에서 함께 서 있게 되기라도 하면
손뼉을 치고 싶을 만치 통쾌하다.
'그렇게 빨리 가봐야 여기서 만났잖아?'
하며 듣기라도 하는 듯이 푸념을 한다.

그런데 이런! 좌회전 신호에서 그 버스는 앞으로 먼저 내달린다.
잠시라도 나란히 가게 되었다고 좋아하던 나는
그만 한방 맞은 듯이 허탈해져서,
'저-런, 남의 집 귀한 자식들 싣고, 신호도 안 지키고,
난폭 운전 해대는 저 ○○을 혼내라고 학교에 전화할까?'
'버스에 학교 이름까지 버젓이 새겨가지고 다니면서........'

중얼중얼 중얼중얼 '그래 너 자-알 가라.'
운전 경력이 20년에서 한 해쯤 빠지는 나도 차선의 흐름 정도는 제법(?) 아는데 말이다.언젠가는 저속차선으로 가고 있는데도 뒤에서 오는 차가 라이트를 번쩍거렸다. 그럼 난 어디로 가라고.

어떤 분이 내 넉두리를 듣고 당연한 듯이 힘주어 말했다.
"1차선은 추월선이야, 2차선은 주행선이고......."
그래 맞다.
그러나 뭐 그다지 느릿느릿하지도 않은데
남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은 나쁜 짓 아닌가.
좀 기다려 주면 안 되나,
남이 자기 앞에 가는 꼴을 못 보는 그는 모든 일에 남보다 그렇게 일등일까?

'내일 꼬-옥 전화해야지'
하고 벼르다가도 혹 그 사람의 밥줄(?)에 흠이 될까 참고 참는다.
그러나 가끔은 생각한다.
참는 것만이 잘하는 것은 아니다.
만에 하나 그 차가 사고를 내어 그 귀한 사람들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예견되는 사고를 운명에 맡긴 것, 우리 모두가 공범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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