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말과 글은 우리의 얼이다. | ||
---|---|---|---|
작성자 | 현종 | ||
등록일 | 2024년 06월 04일 (14:26) | 조회수 | 조회수 : 481 |
중부일보 - 경기·인천의 든든한 친구 2024. 6, 2 홈오피니언 현종스님 칼럼 [현종칼럼] 말과 글은 우리의 얼이다 유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이 있으며 6.25 한국전쟁, 6.29 제2연평해전 등이 일어났던 달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기리고 추모하기 위해 국가에서 지정한 시간이다. 그들이 피 흘려 지킨 곳이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고 있는 금수강산 대한민국이다. 이 전쟁에서 희생된 수많은 호국영령의 목숨 값으로, 지금의 우린 이렇게 잘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지켜낸 것이 비단 국토만은 아니다. 우리 땅을 지켜냄으로써 우리의 정신세계도 지켜냈다. 우리의 얼이 서려 있는 풍토와 문화, 우리의 말과 글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얼이 깃든 말과 글이 무분별하게 훼손되고 있는 모습이 주변에 너무나 많다. 일제의 탄압과 공산주의 총칼 앞에서도 지켜낸 우리 문화를, 우리의 손으로 망가뜨리는 모양새다. 평소에도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움이 컸지만, 호국의 달에 유독 이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진다. 얼마 전에 우연히 TV 화면을 보게 되었다. TV 속에는 ‘케이웨더’라는 한글자막이 큼지막하게 떠 있었다. 한글 넉 자로 적혀있는 저 단어가 무엇일지 혼자 한참을 생각했다. TV 속 자막 뒤로 일기예보가 전해졌고, 그때서야 ‘케이웨더’가 ‘K-weather(날씨)’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단어의 뜻을 알고 나니 더 기가 막혔다. 요즘 젊은이들은 영어 단어에 익숙하다지만, TV를 통해 날씨를 확인하는 세대는 어르신들이 더 많을 텐데 왜 영어를 썼을까.,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한국의 방송사에서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전하는 일기예보에 굳이 영어를 쓸 필요가 있었을까. 외국인들을 위해 영어로 적은 것도 아닌 저 네 단어가 주는 알 수 없는 이질감에 쓴웃음을 지으며 돌아섰었다. 이런 적도 있었다. 오래전의 일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에코존’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는 것을 봤다. 상당히 뜬금없이 등장한 간판의 의미가 무엇일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 없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고속도로 공사에까지 전화를 걸어 문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자신들도 모른다는 황당한 대답뿐이었다. 결국 이리저리 검색한 끝에 ‘에코존’이란 ‘경제운전구역’으로,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에 엔진정지나 엔진중립으로 연료절감을 할 수 있는 구간, 내리막길에서 전자제어장치가 장착된 자동차의 연료차단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구간임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영어가 공용어도 아닌데 도대체 누가 보고 이해하라고 이렇게 써놓았을까. 우리 글로 풀어서 알기 쉽게 써 놓았으면 그 효과도 보고 더욱 좋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한글은 오랜 시간 천대받아왔다. 세종대왕께서 붙인 ‘훈민정음’이란 이름 대신, 오랫동안 상말을 적는 문자라는 의미로 ‘언문’이라 불렸다. 고위관리들은 한글을 사용하는 대신 한자어를 사용하며 우월감을 느꼈다. 한글이 국가가 제도적으로 인정한 국문이 된 것은 창제된 지 약 450년 만인 대한제국 고종 때의 일이다. 당시 고종께서 칙령을 내리며 사실상 한글이 ‘국어’로 인정을 받았다. 이후에도 외세의 침략과 뿌리 깊은 한자어 문화 등으로부터 한글은 위협받아왔다. 그럼에도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고 더욱 위대한 정신문화로 가꾸어낸 위인들이 있다. ‘한글’이란 이름을 처음으로 붙이고 한글을 이론적으로 체계화하는데 평생을 바친 주시경 선생, 일제강점기 ‘국어’의 지위를 빼앗긴 한글의 어법과 문법을 정리하고, 가로쓰기를 시작한 최현배 선생 등이 있었다. 이들과 더불어 생활 속에서 한글을 사용하고 한글로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영화를 만드는 등 우리 언어문화를 가꾸고 이어온 국민들이 있었다. 그런데 엄연히 우리말과 글이 있는데 좀 배웠다는 사람은 배운 티 낸다고 외국어를 남발하고 못 배운 사람은 못 배운 티 안 내려고 되고말고 외국어를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길가에 늘어선 광고 간판이 온통 외국어 투성이다. 특히 아파트 이름은 대부분이 국적도 불분명한 외국어 이름이다. 얼마나 못나게 살았으면 이름이라도 그럴싸하게 지어 부르는 집에 살고 싶었을까 생각하니 측은한 마음이 든다. 호국보훈의 달, 유월, 우리 국토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그 숭고한 희생을 가슴에 새기며, 그와 더불어 지켜낸 우리의 언어문화, 한글의 사용에 대해 생각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이는 한 민족문화의 정수인 언어문화에도 해당한다. 우리말과 우리 한글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
※ 삭제나 수정시에 사용할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 |
새글 작성하기 |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
새글 작성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