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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새얼굴] 강릉 현덕사 주지 현종스님 - 만불신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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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2일 (14:06)조회수조회수 : 2,774
[한국불교 새얼굴] 강릉 현덕사 주지 현종스님

“둥근 달 보며 추억 만드는 사찰 만들 터”

현종스님은 현덕사를 소박하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사찰로 만들고 싶어한다.

“만월산 볕바른 산자락에 청정도량 현덕사가 움트려 합니다.
사바의 먼지를 떨고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곳.
향수어린 마음의 쉼표가 되어 줄 현덕사는 장차 선재를 기르는 호연지기의 장으로 조촐하고 소박한 둥지가 되고자 합니다.
혼자일 때 충만하고 여럿일 때 기운찬 도량. 현덕사에서 환희로운 시절인연과 만나십시오.
물속의 물고기가 목말라 하듯 척박한 마음자리까지 품어줄 흙내음 나는 도량.
현덕사를 발원하오니 가난한 마음들, 맑고 꼿꼿한 사람들이 모여 귀한 인연의 주춧돌이 되어 봅시다.”

- 현덕사 창건 모연문 중에서 -

작아서 좋은 절, 소박해서 좋은 절, 가장 한국적인 절, 반딧불·들꽃 등을 보며 어른들은 지난날 추억을 되새기고, 아이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사찰. 이런 산사에서 가족들과 고즈넉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면 그는 더없이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최근 사찰들이 대형화를 지향하는 불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반해 강릉 현덕사 주지 현종스님은 만월산 중턱에 자리한 현덕사를 이런 소박하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사찰로 만들고 싶어한다.

“추억을 가진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죠”

“사람들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들 합니다. 그 추억들은 사람들의 정서를 풍부하게 만들 뿐 아니라 행복하게 살게 만들죠.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텔레비전과 컴퓨터 등 기계문명에 젖어 각박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박한 삶은 범죄를 만들어 내죠.”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현종스님은 밤하늘을 수놓았던 별들과 대지를 환하게 비추던 둥근 달, 한여름 반딧불의 향연, 산과 들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이름 모를 들꽃을 바라보던 어린 시절 추억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절로 편안해 진다고 했다.

현종스님이 1999년 7월, 인적이 드문 만월산 중턱에 현덕사를 창건한 것도 이런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당시 농가 5채를 사들여 불사를 시작, 별장식 집 한 채를 개조해 법당을 차리고, 산신각 불사를 한 것이 고작이지만, 불사를 서두르지는 않는다. 주변의 자연 생태를 최대한 보존해 자연에 거스르지 않은 불사를 하고 싶어서다. 이를 통해 현덕사를 뭇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환경본찰(環境本刹)’로 만들고자 한다.

뭇 생명의 소중함 알리기
동·식물 천도재로 이어져

현종스님은 이러한 생각을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까치, 까마귀, 토끼, 다람쥐, 고라니 등 동물과 사람들에 의해 짓밟히고 꺾인 나무, 풀, 들꽃 등 억울하게 죽어간 동·식물들을 위한 천도재가 바로 그것.

지난 1999년 사찰을 개원하면서부터 매년 법당에서 지내던 이 천도재가 세간에 알려진 것은 2002년, 사찰 앞마당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면서부터다. 당시 사람들은 “동·식물 천도재라고. 특이하네…”, “그런 천도재도 있어?” 등 생소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스님에게 천도재의 의미를 전해듣고 불자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요즘에는 전국 사찰에서 천도재에 대해 물어오는 스님들이 제법 있단다. 그러나 스님은 천도재를 봉행하는 스님들은 몇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많게는 500여 만원이 들어가는 비용 때문이다. 하지만 스님은 이 천도재를 매년 봉행할 예정이다. 그것은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반성이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기심과 편리함 때문에 이러한 소중한 생명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도로를 개설하면서 동물들이 지나다닐 수 있는 통로를 만든다고 해서 해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도로를 포장하지 않고 비포장으로 놔두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현종스님이 경내에 피어난 야생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량 ‘집의 박물관’이자
‘생태사찰’로 조성할 터”

현종스님은 도량을 ‘집의 박물관’이자 ‘생태사찰’로 조성하려고 한다. 우선 전각을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고 나무, 돌, 흙만으로 지은 ‘자연의 집’으로 지을 방침이다. 그리고 지붕은 한국 전통양식인 너와·초가·돌 지붕으로 얹을 생각이다.

요사채는 굴피로 지붕을 얻은 너와집, 스님이 머물 곳은 초가지붕을 얻은 초가집을 지을 예정이다. 화장실은 돌 지붕으로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 불사를 진행할 전각 5채를 모두 이렇게 짓고 싶단다. 어른들에게는 고향의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옛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서다.

생태사찰로서 여건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스님은 말했다. 주변에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 주로 분포하는 ‘보호야생식물 4호’ 고란초가 서식하고 있으며, 경내에는 금낭화, 할미꽃 등 각종 야생화가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이를 통해 도량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연이 살아야 우리가 살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 주고 싶단다.

하지만 도량에서 하룻밤을 보내거나, 학습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동참금은 받지 않을 계획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문화와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환경론자들이 자연을 보호하자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자연은 누가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 ‘너’ 아닌 바로 ‘내’가 보호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살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색다른 체험 할 수 있는
어린이 여름 불교학교 운영

스님은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2000년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어린이 여름 불교학교’를 열고 있다. 정서가 메말라가는 아이들에게 각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된 삶을 배워나가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불교학교에는 보통 60여 명의 아이들이 참가한다. 불교학교에 참가한 아이들은 사찰 예절을 배우는 것 외에도 도심에서는 꿈꿀 수 없는 색다른 경험에 푹 빠진다고 한다. 사찰 주변에 피어난 들꽃, 야생초 등을 관찰하고, 저녁에는 반딧불을 보며 신기해한다고. 그리고 마지막 날 밤에는 모닥불을 피우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도 갖는다.

어떻게 보면 대학동아리 MT 성격의 불교학교이다. 현종스님이 불교학교를 이렇게 운영하는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사찰에 대한 두려움과 거리감을 심어주고 싶지 않아서다. 편안하고 배울 것이 있어서 좋은 사찰의 이미지를 아이들에게 남겨 자연스럽게 불교에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함이다.

불교학교에 참가한 아이들은 요사채가 없기 때문에 사찰 앞마당에 25인용 군용텐트를 치고 다소 불편한 생활을 하지만, 떠날 때는 불편했던 기억보다 아쉬움을 더 느낀단다. 매년 불교학교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현종스님은 조만간 겨울 생태도 관찰할 수 있는 ‘겨울 불교학교’도 운영할 방침이다.

지역 노인들 초청
매년 경로잔치 열어

스님은 현덕사를 창건하면서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들도 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2000년 시작해 매년 인근 지역 노인들 200여명을 초청해 사찰 앞마당에서 열고 있는 ‘경로잔치’.

이름 있는 가수나 방송인을 초청하지는 않지만, 주민들의 호응은 매우 크단다. 밴드의 장단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주민들이 가수가 되고, 노인들은 그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며, 농사를 지으며 쌓인 피로를 풀고 갔다.

노인들에게 조그마한 선물도 준비한다. 몇 해 전에는 서울의 의사협회 지원으로 노인들에게 돋보기를 선물했다고 한다. “노인들이 가장 필요했던 것”이라며 무척 좋아했다고 스님은 말했다.

또 설, 추석, 부처님오신날 등 명절이나 기념일에는 지역 노인정, 장애인시설, 소년소녀가장 가정 등을 찾아 쌀과 생필품 등을 보시하기도 했다.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것을 보시하지는 못합니다. 내가 조금 적게 쓰고, 적게 먹으면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십시일반 보시해 사찰이 유지되는 만큼 저 또한 그들을 위해 무언가 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발상의 전환이 삶을 바꾼다”고 말하는 스님은 사찰을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억과 삶의 풍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사찰을 만들고 싶다고 발원했다.

강릉=윤승헌 기자


만불신문 200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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