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게시물열람
제목

어머니의 나무

작성자
등록일2009년 02월 12일 (14:12)조회수조회수 : 2,214
♣ 어머니의 나무 ♣



바구니를 건네며 어머니는 말씀하셨지요.
"매끈하고 단단한 씨앗을 골라라.
이왕이면 열매가 열리는 것이 좋겠구나.
어떤걸 골라야 할 지 모르겠더라도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말아라.
고르는 것 보다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물건을 살때는 아무에게나 가격을 묻고
덥석 물건을 집어들지 말고,
먼저 장안을 둘러보고 사람을 찾아 보렴.
입성이 남루한 노인도 좋고, 작고 초라한 가게도 좋을 것이야.
그리고 고마운 마음으로 물건을 집어들고
공손히 돈을 내밀어라.

오는 길에 네 짐이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오는 길이 불편하다면 욕심이 너무 많았던 게지.
또 오늘 산 것들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는 말아라.
사람들은 지나간 것에 대해 생각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곤 하지.

씨앗을 심을 때는 다시 옮겨 심지 않도록
나무가 가장 커졌을 때를 생각하고 심을 곳을 찾으렴.
위로 향하는 것일수록 넓은 곳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야 하는 거란다.
준비가 부실한 사람은 평생 동안
어려움을 감당하느라 세월을 보내는 법이지.

모양을 만들기 위해 가지치기를 하지 말아라.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선 더 많은 잎들이 필요한 법이란다.
타고 난 본성대로 자랄 수 있을 때,
모든 것은 그대로의 순함을 유지할 수가 있단다.

낙엽을 쓸지 말고, 주위에 피는 풀을 뽑지 말고,
열매가 적게 열렸다고 탓하기보다
하루에 한번 나무를 쓰다듬어 주었는지 기억해 보렴.
세상의 모든 생각은 말없이 서로에게 넘나드는 거란다.

우리는 바람과 태양에 상관없이 숨을 쉬며
주변에 아랑곳없이 살고 있지만,
나무는 공기가 움직여야 숨을 쉴 수가 있단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것과 나무가 움직여
바람을 만드는 것은 같은 것이지.

열매가 가장 많이 열렸을 때 따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며칠 더 풍성함을 두고 즐기는 것도 좋은 일이지.
열매 하나하나가 한꺼번에 익는 순간은 없는 거란다.
어제 가장 좋았던 것은 오늘이면 시들고,
오늘 부족한 것은 내일이면 더 영글 수 있지.
그리고 열매를 따면 네가 먹을 것만 남기고 나눠 주렴.

무엇이 찾아오고 떠나가는지,
창가의 공기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렴.
나무를 키운다는 건 오래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야.
그리고 조금씩 다가오는 작별에 관해서도 생각해야 한단다.

태풍이 분다고, 가뭄이 든다고 걱정하지 말아라.
매일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면 나무는 말라 죽는 법이지.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란다.
모든 생명있는 것들은 아프고 흔들린다는 걸 명심하렴..."

그대가 주었던 씨앗 하나...
마당에 심어 이제는 큰 나무가 되었습니다.

그대 떠난 지금도...
그래서 웃을 수 있습니다.


오늘 초하루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잠시 참선의 시간을 주신 주지스님, 명상의 시간에 몸과 마음이 그토록 가벼울 수 없었습니다. 은혜롭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잠시 저녁 시간에 읽은 윗글을 우리 현덕사 신도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올립니다.

코멘트현황
코멘트작성
※ 삭제나 수정시에 사용할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게시물처리 버튼
새글 작성하기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게시판검색
자유게시판
순번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수
259 [RE] 언제라도 오십시오.
/ 09-02-12 (목) / 조회 : 869
09-02-12 15:25869
258 개탄스럽다.
/ 09-02-12 (목) / 조회 : 2,276
09-02-12 15:252,276
257 천도'재' 아닌가요?
/ 09-02-12 (목) / 조회 : 2,115
09-02-12 15:242,115
256 가을의 풍경
/ 09-02-12 (목) / 조회 : 2,087
09-02-12 15:242,087
255 대웅전
/ 09-02-12 (목) / 조회 : 2,397
09-02-12 15:242,397
254 늦가을 정취를 흠뻑 느끼며...
/ 09-02-12 (목) / 조회 : 2,125
09-02-12 15:232,125
253 당신의 이야기 - 천불천탑
/ 09-02-12 (목) / 조회 : 2,033
09-02-12 15:232,033
252 느낌. 그리고 변화
/ 09-02-12 (목) / 조회 : 2,075
09-02-12 15:232,075
251 불교사이트 1,000개소 소개(군법당 포함)
/ 09-02-12 (목) / 조회 : 2,647
09-02-12 15:222,647
250 소중한 선물은
/ 09-02-12 (목) / 조회 : 2,148
09-02-12 15:212,148
249 스님...
/ 09-02-12 (목) / 조회 : 2,141
09-02-12 15:212,141
248 존경하는 법장큰스님의 입적을 깊이 애도합니다.
/ 09-02-12 (목) / 조회 : 2,188
09-02-12 15:202,188
247 불자님들께 산림불교를 꼭 권합니다.
/ 09-02-12 (목) / 조회 : 2,279
09-02-12 15:192,279
246 일체유심조 ( 불교신문 9월 7일 )
/ 09-02-12 (목) / 조회 : 2,212
09-02-12 15:192,212
245 불교영화
/ 09-02-12 (목) / 조회 : 2,240
09-02-12 15:182,240
244 인연은 우연과는 다릅니다
/ 09-02-12 (목) / 조회 : 2,137
09-02-12 15:182,137
243 너무늦게올렸어요
/ 09-02-12 (목) / 조회 : 2,248
09-02-12 15:182,248
242 현덕사 대웅전 지붕에 기와가 올라가고
/ 09-02-12 (목) / 조회 : 2,253
09-02-12 15:172,253
241 정 해은 조 지연에게
/ 09-02-12 (목) / 조회 : 2,250
09-02-12 15:172,250
240 즐거웠습니다.. :D
/ 09-02-12 (목) / 조회 : 2,187
09-02-12 15:162,187
게시판 페이지 리스트
새글 작성하기
계좌안내 : [농협] 333027-51-050151 (예금주 : 현덕사)
주소 : (25400)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삼산리, 현덕사) / 전화 : 033-661-5878 / 팩스 : 033-662-1080
Copyright ©Hyundeoksa. All Rights Reserved. Powerd By Denobiz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