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수행자의 삶 (불교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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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현덕사 | ||
등록일 | 2011년 02월 22일 (12:21) | 조회수 | 조회수 : 3,387 |
수미산정 현종스님 / 수행자의 삶 동안거 한 철이 끝났다. 3개월 간 화두를 들다 돌아온 강릉에는 폭설이 기다리고 있었다. 절에 올라가는 길은 포클레인을 동원해야 눈을 치울 수 있었다. 그 길을 오랜만에 걸어 보았다. 산을 뒤로 하고 추위도 잊은 채, 걸망을 메고 수도암에서 내려오던 그 날이 떠올랐다. 행복하고 의미있는 시간 수도암에서의 정진은 나에겐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선후배 스님, 그리고 도반들과 함께 선방에서 지낸 동안거는 ‘수행자의 삶이 어때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긴 소중한 순간이었다. 한 철 함께 정진한 스님들을 통해 새롭게 배운 것도 많았다. 그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눈길을 헤치고 나의 처소로 돌아왔다. 또 다시 그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아직도 꿈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내 방에 앉아있는 현실이 실감나지 않는다. 산에서 내려오기 전 헤어짐이 아쉬워 차를 마시고 돌아서는 발길이 가볍지 않았던 낮의 일들이 떠올랐다. 선방 수좌 스님들의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다. 차를 마시며 얼핏 경제적 어려움을 얘기하는 스님들의 살림살이를 알게 되니 더욱 그 스님들이 커 보이기만 했다. 그래도 스님들은 외관의 살림살이를 잊고 묵묵히 수행만을 고집하고 있었다. 부처님처럼 일의일발(一衣一鉢)만 지닌 채 오직 수행에 몰두하고자 하는 것이 대부분 수좌 스님들의 마음임을 확인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우리 모두가 해제비 걱정없이 정진할 수 있도록 후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잃어버린 초심을 일깨워 주었던 선방 스님들의 여일한 정진을 지켜보면서 한국불교가 살아 생동하고 있음을 알았다. 꺼지지 않는 등불로서 우리 불교가 바로 서있는 것은 이와 같은 스님들이 묵묵히 지켜주고 있기 때문임을 더욱 절실히 알게 되었다. 동안거 3개월이란 짧은 기간이었지만 내 존재를 재인식하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선방에 들어올 땐 누구나가 큰 깨달음을 얻기를 희망한다. 이번 한 철에 제발 끝내기를 갈구하지만 한철 공부에 곳간이 채워져 있지 않음을 알면 허탈감에 누구도 산문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번 동안거에 얻은 것이 많은 ‘부자’가 됐다. 마음의 부자가 된 것이다. 밖에서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번뇌가 많던 내가 선방 생활을 하면서 겸손을 알게 되고 더불어 대중이 함께하는 소중한 법을 알았다. 대중생활을 잘 하는 것이 수행의 기본이다. 대중에서의 인간관계가 원활해야 모든 대중이 편안하게 정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대중 화합을 제일 강조하셨던 것 같다. 결제기간 한 달, 한 달을 보내면서 전해오는 느낌은 제 각기 다르다. 첫 한 달은 잘해야지 하는 마음이 앞서 있어 마냥 정진이 잘되어가는 것 같아 좋다. 중간엔 마음이 조금 느슨해지면서 빈틈이 생겨서일까 정진이 전과 같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작은변화에 만족하고 감사 그리고 해제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인식할 땐 가슴에 돌덩이를 매단 듯 무겁게 짓누르기도 한다. 마음의 여러 변화들을 남모르게 거치면서 대중에게 복을 쌓고 덕을 베풀려는 스님들도 보인다. 나 또한 이런저런 마음의 조화를 느끼면서 포행과 산행을 통해 내게 일어난 작은 변화들에 만족하고 감사하기로 했다. 순간순간 내가 깨어 있는 것을 알아채는 것 또한 깨달음인 것이다. 해제 후의 모습 또한 선방에서의 마음가짐으로 여일하게 지켜가려 한다. 어느 사이 새벽이 다가 온다. 무거워진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니 밤사이 보름달은 사라지고 하얀 눈이 또 다시 무심히 내리고 있다. [불교신문 2697호/ 2월23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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