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나의 도반 직지사 강주 지우스님. (불교신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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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9년 02월 12일 (17:17) | 조회수 | 조회수 : 2,949 |
직지사 강주 지우스님 짧고 명쾌한 강의…강주의 귀감 현종스님 강릉 현덕사 주지 물러갈 것 같지 않던 여름이 모습을 감추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운이 절집까지 찾아왔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출가사문에게 이 시기만 되면 생각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도반(道伴)이다. “깨달음을 향해 가는 반려자”라는 의미의 도반은 세속으로 치면 친구이자, ‘뜻을 같이한 동지(同志)’이다. 출가하여 초발심을 내고 정진하던 강원시절, 많은 도반이 있었다. 그 가운데 직지사 강주 소임을 보고 있는 지우스님이 가을이면 생각이 난다. 유난히 책을 좋아했던 도반이었다. 젊은 혈기가 왕성하던 강원 학인시절 봄가을이면 가야산 포행도 하고, 방학이면 절 밖으로 만행(萬行)을 떠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었다. 하지만 오로지 책을 벗 삼아 ‘독서삼매’에 빠져들었던 지우스님의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 당시 강주 혜남스님은 이 같은 지우스님의 모습을 보고는 “참 열심히 공부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강원을 졸업하고 지우스님을 다시 만난 것은 송광사에서 였다. 선방에 방부를 들였던 나는 마침 같은 절 강원에서 학감소임을 보며 후학을 지도하고 있던 지우스님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포행시간이 되면 간혹 스님 방에 들렀다. 책으로 가득 찬 방에는 다른 ‘살림살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흔한 찻상 하나 없었으니 말이다. 부처님 가르침을 담은 각종 경전과 〈지오그래픽〉 등 바깥세상의 책들이 여전히 지우스님의 친구가 되어 있었다. “스님, 요즘도 그렇게 책을 많이 보세요.” 지우스님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미소를 보일 뿐, 다시 책 세상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참선수행을 하기 위해 송광사 선방을 찾은 나 또한 지우스님을 만날 때면 책을 읽어야 했다. 친구 따라 강남 간 것이다. 군더더기 말 빼고 필요한 이야기만 책으로 가득 찬 방에서 독서삼매경 이 가을 책 한권 추천 받아야할텐데 지우스님의 또 하나의 특징은 말이 없다는 것이다. 묵언수행에 가까울 만큼 말을 아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학인시절에도 그랬고, 송광사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다. 그런 이유로 지우스님을 찾아오는 신도들은 특별히 없었다. 말이 적으니 앉아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고, 앞서 말한 대로 찻상 또한 필요 없었던 것이다.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다. 말수가 적은 스님이 어떻게 후학을 지도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말이 없는 지우스님에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포행시간에 마침 지나가는 학인이 있어 불러 세웠다. “스님 뭐 하나 물어봅시다.” “네, 스님 말씀 하십시오.” “학감스님이 말씀이 적으신 편인데, 강의는 어찌 하십니까.” 의아한 표정의 학인스님은 나의 질문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조금 있다가 학인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학감스님의 강의는 짧고 명쾌하십니다.” 나는 손으로 허벅지를 탁하고 쳤다. “그렇지, 군더더기 말은 빼고, 꼭 필요한 이야기만 하니 ‘명강의’가 안 될 수 없지.” 몇 해 전에는 지우스님이 현덕사를 찾아왔다. 반가운 마음에 스님을 맞이했지만, 지우스님의 책보는 버릇은 여전했다. 예불과 공양시간을 제외하고는 책을 손에서 떼지 않는 도반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나에게 작은 행복이고 기쁨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지우스님은 지금은 김천 직지사 강주 소임을 보고 있다. 여전히 말이 적을 것이고, 학인들에게 명강의를 하고 있을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더 늦기 전에 지우스님에게 전화를 한 통하여 올가을에 읽을 만한 책 한권 추천 받아야 겠다. 강릉 현덕사 현종. [불교신문 2261호/ 9월 1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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