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없으면 나는 어디에 가 있을까. 끈질기게 살아나 꿈틀거리는 욕망은 몸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니면 몸을 숙주로 하는 정신, 또는 영혼 하여간 그렇게 이름 붙인 몸 밖, 아니면 몸 안의 어떤 것들에서 나오는 것일까. 몸이 나인 줄 착각하며 저지르며 저 온갖 삼라만상 받들어 면벽한다. 벽도 벽 나름이라 조사는 벽 앞에 앉았으되 벽이 없는데 몸에 길든 이 몸 걸리는 것 없는데도 도처에 벽이구나. 40년 넘도록 애지중지 받들어 충성한 내 몸 내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구나. 한평생 벽 앞에 가로막힌 내 인생 면벽9년의 달마가 무색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