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노보살님의 복주머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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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현종 | ||
등록일 | 2023년 03월 01일 (11:39) | 조회수 | 조회수 : 871 |
ㅡ불교신문 ㅡ 천수천안 글입니다 노보살님의 복주머니 올해 설날에는 예쁜 복주머니에 세뱃돈을 넣어 나누어 주었다. 그 복주머니는 구순이 되신 노보살님이 만들어 주셨다. 한 코 한 코 정성껏 손수 뜨개질해서. 친환경 아크릴실로 짠 복주머니 모양의 수세미다. 모양은 복주머니고 용도는 수세미다. 다들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참으로 예쁘고 귀여워 차마 수세미로 쓰지 못하겠다고.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고, 복을 짓고, 또 받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 복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 스스로 닦고, 만들고, 지어야 하는 것이다. 복주머니를 짜 주신 보살님은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 가는 분이다. 예전에 건강할 때 보살님은 일을 무척 잘하는 분이었다. 공양실에서는 반찬을 아주 맛있게 만들었고, 어떤 일이든지 막힘없이 척척 시원시원하게 처리하셨다. 보살님의 삶이 만만치 않게 어려운데도 절대 좌절하지 않고 삶 속에서 행복을 지어가고 계신다. 그 모습을 볼 때 저절로 감동이 일어난다. 예전에는 초파일 연등을 모두 색종이로 꽃잎을 비벼, 한 잎 한 잎 붙여 만들어 부처님 전에 달아 올렸다. 그리고 저녁에 촛불로 연등을 밝혔다. 예쁘고 고운 연등불로 온 도량이 천상의 세계처럼 아름다웠다. 보살님이 연등을 만들 때 손이 안 보일 정도로 빨랐다. 그 빠르고 예쁘게 만들던 솜씨로 수세미를 짜 주신 것이다. 연잎을 비비고 한 잎 한 잎 붙여서 부처님 전에 올릴 연등을 만들듯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복주머니도 그렇게 한 올 한 올 뜨고 엮어서 만들었을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작은 복주머니에 불과하지만, 마음으로는 온 세상의 복과 행복을 다 담을 복주머니가 되길 기도 하시면서 그렇게.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복주머니보다 노보살님의 마음이 더 아름답다. 그것이 내가 감동 받은 이유다. 순정하고 고운 그 마음처럼 아름다운 게 세상에 어디 또 있을까. 보살님은 현덕사 행사 때마다 천연 아크릴 소재로 친환경 수세미를 수백 개씩 만들어 주셨다. 그래서 실 값이라도 보태라고 돈을 드렸는데, 끝내 안 받으셨다. 비록 어려운 살림이지만 보살님 본인의 물질로 보시하겠다는 의지가 하도 강해, 드린 돈을 되돌려 받았다. 보시는 물질이 있다고 하는 것 아니고, 없다고 못 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이 노보살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사실 노보살님은 생활보호 대상자이다. 20여 년 전에 허리를 다쳐 하반신을 못 쓰고 휠체어 생활을 하신다. 그런 몸으로 해마다 수백 개의 수세미와 복주머니를 만들어 주셨다. 복주머니를 가져온 아들인 동희의 말에 의하면, 보살님은 초파일 때 선물할 수세미를 벌써부터 뜨고 있다고 했다. 어려운 살림과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그렇게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는 이야기에, 나는 또 감동받았다. 지난 설날 전에 안부 차 보살님댁을 방문하였다. 예전에도 기름 아낀다고 방을 냉방으로 해놓고 사셨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날이 그렇게 추운데 역시 온기 하나 없는 방안에 냉기만 흘렀다. 그렇게 아끼고 모은 돈을, 아들인 동희 편으로 가끔씩 내게 보시금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동희도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이다. 동희는 자기 이름을 그리듯이 겨우 쓴다. 그렇지만 다행스럽게도 세상의 이치를 다 안다.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다. 그리고 부처님을 좋아하고, 나를 따르며 무척이나 좋아한다. 자기가 나의 상좌라고 온 절 신도들에게 자랑하고 다닌다. 그런 동희를 나도 참 좋아한다.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천진 보살이기 때문이다. 무주상 보시를 실천하는 노보살님의 보살행에 진심으로 허리 굽혀 감사의 합장례를 올린다. 현덕사 현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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