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날마다 좋은 날이다 ㅡ중부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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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현종 | ||
등록일 | 2024년 01월 11일 (19:25) | 조회수 | 조회수 : 672 |
중부일보 1월 8일 字 날마다 좋은 날이다. 또 한 해가 시작됐다. 시간은 착실하게 흘러 일 년이라는 세월을 일구었다. 성별과 나이, 인종과 지위고하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게 시간이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지금 이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게 주어지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새해 벽두에 생각해 볼 일이다. 말 그대로 새로운 날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결심을 하게 된다. 나 역시 그렇다. 열두 달의 시간을 다 쓴 후에 되돌아보면, 만족보다 후회가 더 크다. 어느 것 하나 바람대로 된 것이 없다. 말로 못 하는 게 없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세상의 좋은 말을 다하고 산다. 그렇지만 실천은 또 다른 이야기다. 말대로 실천할 수 없는 게 세상사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종교인의 말과 행동 불일치, 그 이중성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부끄러울 때가 자주 있다. 나라고 이 잣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깨달음에 대한 큰 꿈을 가지고 출가했을 때의 초발심은 빛바랜 희미한 옛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지금이다. 타성에 젖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생활인이 되고 만 것 같다. 세상사 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는데, 그 마음잡기가 어찌 이리도 어려운 것인지. 연초마다 다잡은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고 만다. 현덕사는 템플스테이 사찰이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온다. 나는 그들을 법당에서든 어디서든 한번 마주하고 차담이나 공양을 같이 한다. 그럴 때 솔직히 하는 이야기가 있다. 난 아직까지 깨닫지 못해 큰스님이 못 되었다고. 앞으로도 큰스님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그렇지만 현덕사를 찾아오는 분들에게 최선을 다 할 거라고 말이다. 모든 일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실바람에 휘날리는 작은 씨앗이, 싹을 틔워 낙락장송이 되어 만월산을 지키고 있듯,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자라서 공부하고, 인격과 실력을 쌓아 어른이 되어 사람 노릇을 하게 된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어린아이 눈엔 어린아이의 세상만 보인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새해의 계획도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큰 것을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하면 중도에 포기하고 그만둘 확률이 높다. 차라리 시작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가 된다. 새해를 맞이해 부처님 말씀을 다시 되새겨본다. 말씀 중에 반드시 경계하여 멀리하고 살아야 하는 계율이 있다. 삼독심이라 하며 ‘탐진치’이다. 첫째가 ‘탐욕심’이다. 모든 허물이나 낭패는 탐욕심에서 비롯된다. 욕심은 만악의 근원이다. 열 길 물속은 채워도 한 길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고 하지 않던가. 기도나 수행으로 인격을 쌓아 눌러도 올라오는 게 인간의 탐욕심이다. 둘째가 ‘진심’이라 하여 ‘화’를 말한다. 사회면의 뉴스를 보면 화를 참지 못해 사건 사고가 연일 일어난다. 예전이라면 그냥 넘어갔을 법한 일인데 지금은 분노를 참지 못해 사고를 낸다.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 힘없는 약자들은 움츠러질 수밖에 없다. 부처님께서 이 사바세계를 참아야만 살 수 있는 인토라고 하였다. 그런데 나쁜 말이나 욕설이 먼저 나가고 주먹이 먼저 나가는 세상이 되었다. 셋째는 ‘치심’이라 하여 ‘어리석음’을 말한다. 참으로 제도하기 힘든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의 특징은 본인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안다는 것이다. 그러니 온 세상이 무법천지가 되어 아수라의 세상이 되었다. 자기 자신의 허물과 어리석음을 깨닫고, 바로 보고 바로 듣고 바른 생각으로 바른 말을 하고 살아야 이 세상이 사랑과 자비심으로 충만한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새해에는 초발심으로 처음 불교에 입문하던 때의 순수로 돌아가고 싶다. 목탁소리에 감동하고, 처마 끝 풍경소리에도 세상의 평온함과 환희를 느낄 수 있었다. 출가 이후 세월이 많이 흘렀고 나이도 많이 먹었지만 예전의 그냥 부처님이 좋았던 그때가 그립다. 시간은 항상 새로운 것이다. 어제와 다르고, 방금 전까지와 또 다른 순간순간들이, 우리 생을 이어간다. 그 시간들이 겹겹이 쌓여 ‘분’을 만들고, ‘시’를 만들고 ‘날’을 만든다. 이렇게 또 해가 바뀌어 깨끗하고 새로운 날들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이 시간들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각자의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올해엔 나부터 연초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한 해를 보내보리라 다짐을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다 내 마음 먹기에 달렸다. 날마다 좋은 날이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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