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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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와다람쥐

작성자현종스님
등록일2010년 10월 23일 (20:31)조회수조회수 : 4,134
수확의 계절이다. 세상 만물이 가을볕에 익어서 영글어가는 풍요로운 넉넉한 가을이다. 시내 나가는 길가에 작은 사과밭이 있다. 붉은색이 도는 사과꽃이 피는 봄부터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가을까지 지켜보았다. 눈 온 다음날은 하얗게 핀 눈꽃도 보았다. 무더운 여름도 혹한의 겨울도, 이겨낸 그들이다. 올 가을에는 가지가 휘어지도록 탐스런 사과가 주렁주렁 열려 예쁘고 고운 빛으로 붉게 익어가며 자태를 자랑한다.

개발에 밀려 山곡식 ‘불안’

사과가 그냥 저절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 이른 봄부터 거름을 주고 가지치기를 해서 꽃이 피고, 그 꽃을 벌과 나비를 비롯한 수많은 곤충들이 부지런히 수분을 한 수고로움으로 지금의 사과가 결실을 맺은 것이리라. 강원도 산골에 있는 현덕사 도량에도 감나무 몇 그루가 나와 함께 산다. 가을이면 제일 먼저 감잎이 예쁘게 물들고 붉게 익은 감이 파란 가을 하늘을 이고 있다. 시골 절을 찾아온 도시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마치 그림같이 아름답다고 한다. 잘 익은 감을 따서 곶감도 만들고 빈 항아리에 넣어 홍시를 만들어 겨우내 먹기도 한다. 토종 납작감이라 보기에는 볼품이 없어도 곶감이나 홍시 맛이 그렇게 달고 좋을 수가 없다. 홍시에 흰 가래떡이라도 찍어 먹으면 정말 꿀맛이다.

그러나 이 맛있는 홍시도 몇 년 후에는 못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전국의 토종벌, 양봉이 무슨 병인지도 모르는 병에 걸려 다 죽어 가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보았다. 벌과 나비 등 곤충들이 없어진다면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해 꽃만 피었다 지고, 열매는 맺을 수 없는 끔직한 일이 일어 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아무리 강조해도 과하지 않는 말이 자연보호이다. 그런데 지금도 전국의 하천이나 강, 그리고 산에서 ‘개발이란 미명’을 내세워 집채만한 중장비로 깎고 파고 메우고 산허리를 자르는 온갖 만행이 저질러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몇 년 전에 전국을 물바다로 만들어 사랑하는 가족을 흙탕물에 떠내려 보내고 집과 논밭을 잃어 많은 사람들을 슬프게 했던 루사의 악몽을 지금은 잊어버렸나 보다. 우리는 그때 분명히 보았다. 물은 틀림없이 제 길로 간다는 사실을 말이다.

인간도 자연의 한 부분이고 자연환경에 순응하면서 사는 게 훨씬 더 안전하고 행복하다.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올 겨울에 먹을 양식을 모으려고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귀여운 다람쥐를 바라본 적이 있다. 다행히 올해는 밤도 도토리 등 산(山)곡식이 풍년이라 양쪽 볼이 볼록이 한입씩 물고 가는 다람쥐의 모습이 한 없이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사람들의 탐욕심으로 자연환경이 파괴되어 먹을 것이 없어지면 불쌍해서 어찌 볼까 걱정이다.

탐욕 버리고 자연에 순응

사실은 다람쥐보다 우리 걱정부터 먼저 해야 될 것 같다. 어느 해 김장철에 김장독을 묻으려고 땅을 파는데 그만 실수로 다람쥐의 보금자리를 건드린 적이 있다. 다람쥐는 가족을 이루어 공동생활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곳이 부처님이 계신 절 도량이여서 그런지 홀로 사는 ‘독신 다람쥐’였다. 도토리를 비롯해 온갖 열매와 씨앗의 껍질을 깨끗이 까서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게 작은 되로 한되나 되었다. 얼마나 정성을 들여서 장만했는지 한 움큼 집어 먹고 싶을 만큼 맛있어 보였다. 만월산 다람쥐는 오늘도 땅속 깊숙이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부지런히 가을을 수확하고 있을 것이다. 다람쥐가 계속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면 좋겠다.


[불교신문 2665호/ 10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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