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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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산장 토굴

작성자상불경
등록일2010년 10월 24일 (19:34)조회수조회수 : 3,422
보름전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불어와 살갗이 점점 시려워 겨울 누비와 내복및 털모자를 챙기러
지리산 토굴에 다녀 왔다
자상한 어머니 치마폭 같은 지리산과 섬진강 은빛물결의 멋진 조화도 본지 오래고 해서
겸사 겸사 다녀 온것이다.
난 자칭 타칭 지리산 메니아이다.
지리산 주변만 이마을 저마을 옮겨 다니면서 산지가 벌써 십여년을 넘었다

물론 내 개인 소유는 아니다.
그리고 집 상태 역시 그리 번듯하지도 않다.
곳곳에서 비가 새고 흙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내가 선방 다닐때 지리산 토굴에 산다고 얘기하면 도반들은 대개가 근사한 집인줄 알고 와보고 싶어들 한다.
그런데 해제하고 다들 와보고는 하나같이 놀라고 실망하고 간다..
이런 다 낡은 집에 불편해서 어떻게 사냐고...
그리고 어떤이들은 집에다 닉네임을 하나씩 붙여주기도 한다..
일명 귀곡산장.. 유령의 집.. 또는 전설의 고향이라나..ㅎㅎ
거진 폐가, 흉가 수준이니까...

가진것 없는 나로선 내집 아니지만 내집처럼 누구 눈치 안보고
이렇게 자유롭게 드나들며 살수 있다는게 늘 다행한 일이라 생각한다.
가진것 하나 없어도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지리산 주변 마을 곳곳을 누비며 살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데,,
오히려 내 소유가 아니기에 집에 대한 애착심이 안 생겨서 좋고...
내집이라고 가지고 있는 스님들 보면 여러가지로 신경쓰게 되고
집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수행에 장애가 될것 같은 경우도 가끔씩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난 이부분에 있어서 항상 마음이 깃털처럼 가볍고 부담스럽지가 않다.
내가 유별나게 지리산 주변 마을만 오랫동안 맴돌게 되는 이유를 말하라치면
사람으로 견주어 말하자면 성격이 까탈스럽지 않아,
혹 몸이 아프거나 맘이 힘겨울적에 언제든 달려가도 항상 포근히 안겨줄것 같은
어머니 가슴팍 같은 편안함이 있어 지금까지 지리산을 쉬 떠나지 못하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100% 만족은 없는것..
한가지 문제는 있기 마련이다.
이런 집은 항상 새로운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것...
지금이라도 당장 새 주인이 나타나면 그땐 나는 미련없이 그곳을 훌훌 떠나야만 한다
그래서 가끔은 대략난감일 때도 있다...
짐 옮길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 놓여져 있을때..

특히 선방에 안거중 일때 집이 팔려서 빨리 비워야 한다고 통보가 올 경우...ㅠㅠ
하지만 이런 불편함을 무릅쓰고서도 굳이 내가 이런 생활을 오랫동안 고집 하는 이유는
물론 살아도 살아도 물리지 않는 지리산 특유의 묘한 매력도 한몫 하지만,
무엇보다 수행자 입장에서 볼 때, 이런 떠돌이 생활방식 자체가 자동적으로 집착하지 않을수 밖에 없는
완벽한 수행환경으로 구축된다는 점이다.

굳이 집착없는 삶을 살려고 따로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환경 자체가 오롯이 수행으로 연결 되기 때문이다
오직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안만 내 집이라는 생각...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지금 현재 이 모양, 이 이름을 가지고서 어쩌다 인연이 되어 이 지구라는 별나라에 떨어져
그저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아 가고 있을뿐,,,

그 외에 영원히 내 것이라고...
내 가족이라고...
또 나라고 고집 할 그 무엇도 없는 것이다.

금강경 구절에 아난이 부처님께 마음을 어떻게 내고 살아야 겠습니까 하고 묻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應無所住 而生基心 (응무소주 이생기심) 하라고 하셨지 않았는가..
수행자는 한시라도 마음과 물질 어느것 하나에도 머물러 있을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확실히 다 자기 분상에서 사물과 상황을 바라보고 또 결론을 내리는것 같다.
특히 나를 아끼는 이들이나 속가 권속들은 이런 나의 좀 독특한 삶의 방식을 보고
간혹 측은지심을 내기도 하고, 또 가슴아파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아껴주는 마음과 걱정하는 마음에서 일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어찌 알리요~~
그리고 어찌 다 말로써 설명하리요~~
지금 이순간 지리산 맑은 햇차 한잔 만으로도 가슴 한자락 뜨겁게 흐르는 이 감사의 물 줄기와...
한 올의 소유 없이도 우주 가득 감도는 이 知足감을...

근디.. 지난 여름 장마철 내내 햇빛한번 못본 승복과, 목도리 , 빵모자에 깊게 베긴
이 퀘퀘한 곰팡이 향기는 해가 가도 쉬이 적응이 안되고 있는 나..ㅋㅋ
어쩜 좋으랴...ㅠㅠ
코멘트현황
| 10/10/26 17:39
小慾知足 小病小惱 의 삶을 사시는 스님을 존경합니다.
10/10/26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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