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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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숲길을 걸으며......

작성자들꽃향기
등록일2012년 01월 11일 (13:31)조회수조회수 : 3,549
우중월정 설중오대(雨中月精 雪中五臺)

‘비 오는 여름 풍광은 월정사에서 바라보는 것이 최고요, 눈 오는 겨울 풍광은 오대산에서 바라보는 것이 최고다.’ 월정사 스님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이 구절은 월정사와 오대산의 겨울 풍광이 여름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뜻일 것이다.

올해 동안거는 내가 거주하고 있는 현덕사 인근 월정사 만월선원에 방부를 들이고 살고 있다. 이곳에는 벌써 올겨울 들어 몇 차례 큰 눈이 내려 오대산 전체가 하얀 솜털을 뒤집어 쓴 것처럼 백색의 세계다. 나를 포함해 선원에 수행 중인 스님들은 시간이 허락할 때 마다 하얀 눈으로 덮인 전나무 숲으로 포행을 나가게 된다.

아름답고 성스러운 곳

월정사의 전나무 숲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눈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일주문에서 금강문으로 이어지는 1㎞의 전나무 숲길 설경은 전국 어느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풍광을 선사한다. 특히 스님들만 다니는 명상로를 따라 걷다보면 오대천을 건너는 징검다리가 나오는데 그 곳에서 손도 씻고 잠시 쉬기도 한다.

징검다리에 앉아 맑디 맑은 물가에 비친 하늘과 구름을 보면 자연과 내가 마치 하나가 된 느낌을 갖게 된다.전나무 가지 사이로 비치는 별빛과 달빛에 의지한 포행 길은 자연과 나만의 색다른 만남이다. 또한 울창한 전나무 숲을 통과한 햇살은 마치 아름답게 소곤거리는 화음처럼 나에게 말을 걸고, 스치고 지나가는 매서운 바람도 부처님의 설법소리로 들린다.

고요히 눈 쌓인 전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자장율사가 오대산에 초막을 짓고 수행을 한 이래 이 숲길을 걸어간 수많은 고승대덕 스님들의 구도를 향한 간절함이 절로 느껴지기도 한다. 또 다른 비움이다. 불교에서 걷기는 낯설지 않다. 수행자와 잘 어울린다. 수행자들이 즐겨하는 포행, 해제 철 물 따라 구름 따라 떠나는 것도 또한 걷기다. 걷기는 또한 생명이다.

불교의 불살생과도 맞닿아 있다. 걷는 순간 미처 몰랐던 땅의 촉감을 알 수 있다. 시선이 앞과 발끝을 향하니 간혹 길 위에 있는 곤충이나 동물을 피하거나 보호할 수 있고, 길 섶 이름 모르는 꽃들에게도 눈길을 줄 수 있다.월정사 전나무 숲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게 아니다. 1600년이나 되는 불교 전래 역사처럼 장구한 세월에 걸쳐 형성되었다.

숲 중간쯤에는 600여년을 살다 몇 해 전 그 생명을 다하고 쓰러져 누워 있는 전나무 한 그루가 있다. 이 나무는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키며 그 곳을 지나는 중생들을 굽어보고 그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다 생명을 다한다.

쓰러진 후에도 나무는 동물들의 삶터가 되기도 하고, 개구쟁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주기도 한다. 이렇듯 숲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고 다시 흙의 자양분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다.

후대까지 보존 되도록 노력

지금도 만월선원에서는 예전에 스님들이 그랬듯이 많은 스님들이 수행중이다. 선원에 함께 사는 스님들이 얼마나 훌륭하고 여법하게 수행을 잘 하시는지 내가 어디다 몸을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수행정진하는 스님들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난다.

바깥에서는 위아래가 없어져 가고 온 세상이 아수라장과 같은데 이곳은 모든 것이 순서가 있고, 일의 진행이 죽비소리 하나에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다. 이러한 질서 있는 수행이 천년의 숲을 지켜내고 오대산을 문수성지로 가꾸어 온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우리 선조들이 천년을 지켜낸 이 숲을 이제는 우리가 다음 천년동안 보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원고를 신문사에 넘긴 후 지관 큰스님의 원적 소식이 들려왔다. 결제중이라 빈소조차 찾지못해 송구스럽다. 큰스님의 원적을 추도하며, 가르침을 잘 따라 열심히 수행정진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불교신문 2782호/ 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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