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게시물열람
제목

해제하고 난 후

작성자김정숙
등록일2012년 02월 16일 (12:22)조회수조회수 : 2,310
첨부파일
  • 116304_53115_634.jpg (0)
칼럼 해제하고 난 후





데스크승인 2012.02.15 00:34:44 현종스님 | 논설위원·강릉 현덕사 주지





자연에 순응해 스스로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늦가을 세찬 바람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해 매달려 있는 마지막 잎새를 보면서 결제를 했다.

어느덧 하얀 눈이 내리고 그 눈길에 포행을 다녔다. 첫눈이 내린 후 며칠은 하얀 솜을 깔아 놓은 듯 하여 푹신한 길이 참 좋았다. 그리고 뽀드득 뽀드득 눈이 밟히는 소리를 후렴삼아 걷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그 기쁨은 잠시 잠깐이었고 한 겨울 내내 얼어 반질반질해진 얼음길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었건만 그래도 몇 번이나 넘어지고 자빠지기를 거듭하였다.

그러면 포행을 하지 않으면 될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나와의 약속이기에 눈이 내리고 진눈개비가 와도 우산을 쓰고도 포행을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쉼 없는 포행을 지속하면서 세월의 빠름을 또 한번 느꼈다. 동지, 소한, 대한을 지나고 봄을 맞이하는 입춘을 지나 해제하였다.

숲속에서는 겨우내 움츠려있던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제일먼저 봄을 알려주는가 싶더니 그냥가기 아쉬웠던지 마지막 추위가 심술을 부린다. 산새들의 작은 부리로 한 입 한 입 물어다 놓은 새봄의 기운을 심술궂은 동장군이 폭설로 훼방을 놓았다.

여러 대중스님들과 함께 했던 한철이 나에겐 소중한 많은 것을 주는 시간이었다. 정진만 하다보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그래서 한 두번 정도 운동을 겸한 산행 정진을 한다. 대중스님들의 진지한 논의 끝에 소금강 노인봉으로 결정되었다.

90일 동안의 정진은 선방을 나서

대중의 삶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용기와

힘을 주는 시간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한 길은 미끄러운 얼음으로 위험하긴 하였지만, 무사히 진고개 휴게소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 되었다. 등산화 끈을 힘껏 동여메고 출발한 산행길은 눈에 덮혀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사라져 버린 길과 시베리아를 방불케 하는 매서운 바람은 설레게 시작한 산행을 포기하게 만들뻔도 하였지만, 끝까지 올라 가보자는 여러 스님들의 의견이 우세하여 힘든 산행이 시작 되었다. 허리까지 차는 눈을 헤치고 노인봉을 돌아내려가는 길에 먹었던 김밥과 컵라면의 맛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공양, 포행, 정진 한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90일간의 매시간 시간이 의미 있고 보람된 나날이었다. 그러나 이 의미 많은 동안거 한철 정진이 내가 수행자로서, 구도자로서 무얼 찾아주는 방편은 아닐 것이다.

어느 큰 스님 법문 중에 “팔만대장경을 거꾸로 읽어도 도를 모르면 모두 헛일이다”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찾고 있는 도는 경전이나 선방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의 부처님은 선방 밖의 대중 속 삶 도처에 계실 것이다. 이번 한철 선방 안거를 통해 나는 지난해의 나를 뒤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었다. 90일 동안의 정진은 선방을 나서 대중의 삶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용기와 힘을 주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항상 주지를 하면서도 사찰 소임을 보면서도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다. 다름 아닌 속세에서 삶을 영위하는 불자들과의 관계였다. 항상 그들을 삶을 이해하려하고 그들의 번뇌를 같이하려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 나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였다.

이번 한철 월정사 만월선원에서의 정진의 힘으로 대중 속에서 부처를 찾고 그들의 기쁨과 번뇌를 함께하며 나의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야겠다.

[불교신문 2790호/ 2월11일자]
코멘트현황
운영자
운영자 | 12/02/19 21:49
정진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어서 빨리 정진 열시히 하셔서 중생제도 하시길~~
12/02/19 21:49
코멘트작성
※ 삭제나 수정시에 사용할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게시물처리 버튼
새글 작성하기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게시판검색
자유게시판
순번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수
1179 네번째산행 다녀왔습니다~
산행총무 / 12-05-21 (월) / 조회 : 2,531
산행총무12-05-21 19:112,531
1178 인생이라는 긴 여행(퍼옴)[1]
조도제 / 12-05-20 (일) / 조회 : 2,362
1
조도제12-05-20 10:442,362
1177 연등만들기[1]
만월산하 / 12-05-19 (토) / 조회 : 2,541
1
만월산하12-05-19 08:072,541
1176 네번째 산행일정입니다~
산행총무 / 12-05-15 (화) / 조회 : 2,403
산행총무12-05-15 01:572,403
1175 당신의 책임감에 경의를 표합니다
들꽃향기 / 12-05-11 (금) / 조회 : 2,394
들꽃향기12-05-11 17:052,394
1174 1박2일 짧은 템플스테이를 마치며...
이은영 / 12-05-08 (화) / 조회 : 2,464
이은영12-05-08 16:032,464
1173 1박2일 짧은 템플스테이를 마치며...[1]
이은영 / 12-05-07 (월) / 조회 : 2,749
1
이은영12-05-07 21:022,749
1172 마음이 쉬어가는곳... 현덕사[1]
장진나 / 12-05-03 (목) / 조회 : 2,511
1
장진나12-05-03 23:432,511
1171 템플스테이신청한아들 입대했어요
김영균 / 12-05-03 (목) / 조회 : 2,132
김영균12-05-03 22:082,132
1170 잘 덮인 지붕에 비가 새지 않듯이
아침이슬 / 12-05-03 (목) / 조회 : 2,383
아침이슬12-05-03 17:402,383
1169 2012 부산시민연등축제!
불교 / 12-05-03 (목) / 조회 : 2,387
불교12-05-03 14:322,387
1168 박새의 사랑[1]
들꽃향기 / 12-05-01 (화) / 조회 : 2,563
1
들꽃향기12-05-01 20:352,563
1167 ◆ '유리몸' 소이에게 자비복지를 실천해주세요!
승가원 / 12-04-30 (월) / 조회 : 2,382
승가원12-04-30 12:042,382
1166 봉축위원회 봉축포스터 제작 완성[1]
승현스님 / 12-04-29 (일) / 조회 : 2,399
1
승현스님12-04-29 20:022,399
1165 종교차별을 넘어 평화와 공존으로 (종교평화 대응핸드북)[1]
/ 12-04-28 (토) / 조회 : 2,225
1
12-04-28 14:542,225
1164 ◈"국가공인!!"사회복지사, 보육교사2급자격증 안내◈
이재현 / 12-04-27 (금) / 조회 : 2,287
이재현12-04-27 19:122,287
1163 옛 친구들의 모습을 그리며...[1]
조도제 / 12-04-27 (금) / 조회 : 2,386
1
조도제12-04-27 18:212,386
1162 세번째산행다녀왔어요^^
산행총무 / 12-04-27 (금) / 조회 : 2,430
산행총무12-04-27 10:212,430
1161 현덕사 4월 화전놀이[1]
멱심 / 12-04-25 (수) / 조회 : 2,445
1
멱심12-04-25 11:152,445
1160 현덕사 화전놀이 개최
아침이슬 / 12-04-24 (화) / 조회 : 2,452
아침이슬12-04-24 18:132,452
게시판 페이지 리스트
새글 작성하기
계좌안내 : [농협] 333027-51-050151 (예금주 : 현덕사)
주소 : (25400)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삼산리, 현덕사) / 전화 : 033-661-5878 / 팩스 : 033-662-1080
Copyright ©Hyundeoksa. All Rights Reserved. Powerd By Denobiz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