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박새의 사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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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들꽃향기 | ||
등록일 | 2012년 05월 01일 (20:35) | 조회수 | 조회수 : 3,085 |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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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소리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아름다워 그 소리를 듣는 모든 중생들은 위안을 얻고 편안함을 느낀다. 새벽 동이 트자마자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새들의 합창을 들으면서, 만일 극락이 있다면 이 아침에 들리는 풍경 소리와 솔잎에 스치는 자연의 소리가 극락의 음악이 아닐까 여긴다. 이렇게 아름다운 어느 봄날, 화사한 봄 햇살이 좋아 문을 열어놓고 커피를 마시는데 박새가 문지방에 날아와 두리번거린다. 박새는 심지어 찻방 안까지 날아 들어와서 소란을 피운다. 보살님들은 야생의 새가 날아든 것이 신기하여 사진도 찍고 환호도 하면서 박새의 예고 없는 방문을 환영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새들이 방에도 들어오고 문지방에 앉아 이리 저리 살피기도 하는 이유를 말이다. 그것은 짝을 찾은 새들이 신혼의 보금자리를 지을 집터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다. 그 새들은 뱀이나 쥐, 그리고 뻐꾸기의 눈에 띄지 않을 안전한 곳을 찾아 온 산천을 헤매고 다닌다. 그에 걸맞는 곳이 내가 사는 처소에 만들어 달아 놓은 새집, 그리고 신발장 제일 위 구석, 이렇게 두 곳이다. 새 가족들은 이 두 곳을 집으로 점찍고는 부지런히 재료를 나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세상에서 제일 포근하고 아늑한 둥지를 만들었다. 그것을 아는지라, 새들이 다니기 좋으라고 춥고 바람이 불어도 나는 늘 덧문을 열어 놓았다. 그런데 그렇게 부지런히 둥지를 짓던 박새가 어느 날부터 안보였다. 덧문을 열어 놓는 것이 춥고 성가스럽기도 했지만, 아침마다 지저귀는 새 가족이 생긴 것도 좋고, 예쁜 새들을 보는 것이 어느새 큰 즐거움이 되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새들이 사라진 것이 많이 서운했다. 나는 ‘박새가 왜 떠났을까’ 궁금해 새 둥지를 살펴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둥지 안에는 앙증맞은 새알 두 개가 있었다. 텅 비었을 줄 알았던 둥지 안에 놓인 작은 새알이 너무나 반가웠다. 그런데 어미새는 어디 갔을까? 천적에게 잡혔나? 아니면 그물에 걸린 것일까? 아니면 둥지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떠난 것일까? 예쁜 알을 두고 돌아오지 않는 박새가 걱정되어 저는 하루 종일 온갖 상상을 다 했다. 자신이 품은 알이 무엇이건 오로지 그 생명을 살리려 최선을 다하는 박새의 모습에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된다 다음 날 아침 혹시나 하는 맘에 살펴보니, 둥지 속엔 새알이 하나가 늘어 세 개가 되어 있었다. 그러더니 다음날엔 네 개, 다음엔 다섯 개, 그렇게 하나씩 늘어나 마지막으로 일곱 개까지 알이 늘어나 둥지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일주일째 되는 날 아침부터 박새는 그 알들을 품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좁은 것을 새 가슴 같다고 하는데 그것은 몰라서 하는 말이다. 일곱 개나 되는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면 새의 가슴이 얼마나 넓고 포근한지 알게 될 것이다. 그 후로 박새는 하루에 몇 번을 들여다봐도 항상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알을 품고 있었다. ‘물도 한 모금 안 마시고, 먹이도 안먹고 배가 고파 어떡하나.’ 나는 걱정이 이만 저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미가 품고 있으니 그저 맘을 놓아도 그만일 것 같지만, 사실 매일 매일 둥지를 확인한 이유는 혹시 뻐꾸기가 탁란을 하지 않았나 해서다. 작년에도 올해처럼 처마 밑 새집에 박새가 깃들었는데, 새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저는 새알이 둥지 밖에 떨어져 깨져있고, 새끼도 떨어져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다행히 올해 박새가 품고 있는 알은 일곱 개가 모두 박새의 알인 듯 했다. 모양도, 크기도 비슷해 보였다. 박새는 평화롭게 알을 품고 있다. 박새는 자신이 품은 알이 무엇이건, 오로지 그 생명을 살리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박새의 모습에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인간도 생명의 하나, 인간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자식을 죽인 원수까지도 ‘생명’으로 보듬어 살리는 박새의 커다란 사랑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불교신문 2813호/ 5월2일자 |
승현스님 | 승현스님 | 12/05/02 12:21 정성 들여 살펴주시는 스님의 마음에 안정을 찾아 그리 편안하게 박새가 알을 품을 수 있나봅니다. 몇 년전 우리절에 사는 야생 고양이가 한마리 있었는에 밖에 있는 어느 박스네 새끼를 놓고 다른 야생고양이에게 먹힐까봐 안절부절 못하고 밥도 제대로 먹으러 못나오더니 그 새끼가 들어있는 박스를 스님들이 자주 있는 공양간 한구석에 놓아두었더니 편안한지 넉넣한 마음으로 밥도 마음껏 먹고 늘어지게 잠도 자더군요.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 12/05/02 1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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