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박2일 짧은 템플스테이를 마치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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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은영 | ||
등록일 | 2012년 05월 07일 (21:02) | 조회수 | 조회수 : 3,2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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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사실 사찰에서 먹고자고 하는것이 내겐 영 껄끄러웠기에 갈까말까 몇번이나 망설였는지 모른다. 종교가 없는것도 없는거였지만, 향내나는 절이 내겐 좋은 기억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할머니를 따라 간 절에서 향을 맡을땐 매번 어지러운 느낌에 얼른 집에가고싶어 졸랐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몇번을 갈까말까 망설이다, 가는쪽으로 마음을 굳혔는데 돌아온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좋은 선택이었던것 같다. 3월.. 너무나도 잊어버리고싶은 그런일이 생겨버렸다. 속도 답답하고 머리도 복잡해서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서 찾아본 템플스테이. 유명한 절들도 많고 큰 절들도 많았지만, 어린시절 유년기를 보낸 강원도로 가고 싶어서 검색을 했다. 양양 낙산사와 강릉 현덕사중에 어디를 갈까.. 결국 현덕사 당첨! 강릉에 왔으니 막국수를 먹어야해서 막국수를 먹고 절에 들어가려했는데, 통화를 하신 스님이 결국 나와 동생이 있는곳으로 데리러 마중을 나오셨고, 아 이대로 그냥 절에 가는구나... 했는데.. 스님과 함께 유명한 초시막국수로 고고싱! 지금와서 다시 인사드리지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ㅡ^* 막국수를 먹고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고 꽃길을 지나 어느새 현덕사에 도착. 인터넷 블로그에서 미리 확인한 보리의 마중을 맞으며 안에 계시는 분들에게 인사. 현종스님께서 일단 부처님께 인사를하라며 대웅전으로 안내해주셨는데, 나도 같이간 동생도 어떻게 절을 하는지 몰라 일단 부처님불상에만 9번 절했는데, 나중에 사무장님께 절하는 방법을 배우며 동생과 킥킥거렸다. 너무 바보같이 절을해서.. 정해주신 방에 짐을 끄르고, 나와 스님께서 농촌체험이라며 안내한 작은텃밭. 고추,치커리,상추,깻잎 등등 많은 야채들을 직접 재배해 기르고 있었다. 쑥과 초피 그리고 나물들을 캐서 공양주보살님께서 전을 부쳐주셨는데, 아 그맛은 그냥 막걸리가 절로 생각나는 맛이었다. 하지만 금새 절인걸 깨닫고 .. 초피잎을 처음먹었는데 입안에 알싸하게 얼얼한 그맛은 아직도 생각이 난다. 금방 막국수를 먹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저녁공양을 차려주셔서 못먹을것 같았는데, 맛있는 산나물덕분에 한그릇을 뚝딱먹었다. 그리고 곧 사무장님과 함께 수업이 시작되었다. 야외수업으로 약사여래부처님이 계시는 불상도 구경하고, 대웅전에 석가모니 부처님과 관세음보살님 지장보살님 사실 현덕사에 오기전에는 부처님들이 여러분 계시지는지도 몰랐고, 부처님들의 구분방법에서도 몰랐는데 친절한 사무장님 덕분으로 수인으로 부처님들을 알수있다는것도 처음알았다. 삼신각에는 신들을 모시고 있는것도 알게되었고, 부처 - 보살 - 신 순으로 여러 깨달은 성인들의 등급도 나뉘어진다는걸 배웠다. 사찰을 다 둘러보고 다시 내려와 절하는방법, 처음 절에 갔을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리고 예불과 목탁의 소리구분에 대해 자세히 듣고 나니 왠지 내가 생각한 불교와 정식불교는 꽤 많은 차이가 있다는걸 깨달았다. 저녁수업을 마치고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익일 4시에 일어나려면 일찍자야한다길래(사실 3월에 일 터지고 난 후부터 제대로 잠을 잔적이 없었던터라 보통 새벽 4시쯤 잤는데, 그 전날도 아침 6시가 다되어 잠을자 어떻게 잠을잘지 걱정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10시도 안되 잠이 솔솔 오더니 몇달만에 깊은 숙면을 취해본것 같다. 다음날 4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알람을 듣지못하고 목탁소리에 잠이깨어 얼렁뚱땅 옷을 입고 대웅전으로 갔다. 주지스님의 예불에 맞춰 절을하는데, 잠도 덜깬 상태에서 절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에서 우왕좌왕 정신이 없었다. 다행이도 옆에 계신 보살님이 옆구리를 쿡쿡찔러주셔서 많이 틀리지는 않은것 같다. 스님께 불교에 대해 다시한번 얘기를 듣고, 108배를 시작했다. 남들은 천배 삼천배도 하는데..108배쯤이야 하겠지 하는생각으로 했는데 글을 쓰는 지금도 허벅지가 얼얼하다.. 사실 절을하며, 2012년 내가 겪었던 일들을 털어버리고 울고 또 다가올일들이 비록 어려운일일지라도 달게받겠다라는 생각으로 절을 하려 했는데, 108배를 세다보니 다른생각들은 오히려 못하게 되어버렸다. 후에 공양주보살님께서 108배를하던 107배를하던 109배를 하던 중요한것은 마음이다. 라고 하셔서 다음번에 다시한번 108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모든짐을 내려놓을수 있을런지... 108배가 끝나고 스님과 아침산책에 나섰다. 지저귀는 새소리도, 동네 강아지 짖는소리도 쫄쫄쫄 흐르는물소리도 너무 깨끗하고 좋아 절로 기분이 상쾌해졌다. 산책을하며 스님의 얘기들은 동네오빠같은 아버지같은 조언으로 어느하나 허투루 들을것이 없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산책이 끝난후 타 블로그에서 본것처럼 우리도 스님이직접내려주신 커피한잔을 음미하며, 또한번 티타임을 갖고 휴식시간을 주셔 휴식을 취한다는것이 잠이들어버려 사시예불도 못해버리고 말았다. 현종스님께선 우리가 너무 곤히 자고 있어 못깨웠다고 하셨는데, 전날 사무장님이 사시예불에 중요성을 설명해준터라 너무 죄송스럽기 그지없었다. 사실 1박2일의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너무 짧은것 같다. 절에 가봐야 뭐 할것도 없고 1박2일이면 되겠지 하고 안일한 생각으로 갔었는데, 집에 너무 오기 싫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 즉석에서 따다 무쳐먹는 야채, 알을깨고 세상의 빛을 본 아기새마저 경이로웠기 때문이다. 강릉에 또 한번 올 기회가 된다면 이젠 주저없이 현덕사는 필수코스로 들리고 싶다. 불교의 불자도 모르던 내게 현덕사의 템플스테이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던것 같다. 나를 믿고 스스로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깨닫게 되는 부처님의 삶처럼 나도 나를 믿고 살다보면 어느새 누군가를 보살필수있는 큰사람이 될수있겠지... 안녕하세요~ 현종스님 사무장님 공양주보살님 ^^ 저 은영이에요.. 사실 더 있고 싶었는데, 손님들이 너무 많으셔서 저까지 있으면 불편할까 싶어 도망치듯 나왔는데 사실 제맘은 더 있고 싶었다는거 아시죠? 공양주보살님이 해주신 참나물무침, 두릅무침을 비롯한 여러산나물들 스님께서 직접내려주신 커피..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를 위해 애쓰신 사무장님 덕분에 편안하게 많은것을 배우고 생각하고 올수있었던것 같아요. 사실 조용한곳에 혼자 울고싶어서 간곳이었는데 아무 생각도 안났던거 있죠. 덕분에 마음편하게 조용히 있다 올수있었어요. 아무때고 놀러오라는 말씀 아직 유효한거죠? 귀찮게 막 찾아갈꺼에요 ㅎㅎ 너무 잘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나중에 놀러오세요 ^^ 그때는 제가 맛있는 식사 대접할게요. 이렇게 또하나의 인연을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편안한밤 안녕히 주무세요 |
현종 | 현종 | 12/05/08 05:59 배 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있는데, 이은영씨 글을 두고 한 말이라 생각됩니다. 잘해 준것도 없는데 고맙다니, 담에 오시면 정말 잘해 드릴게요.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지고 혹한을 견뎌내고 핀 매화가 아름답고, 향기도 좋은것입니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날이 반듯이 옵니다. | 12/05/08 05: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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