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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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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2일 (17:19)조회수조회수 : 2,773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신앙 및 사고와 관련된 9개의 민족문화 상징들은 삶의 궁극적인 물음과 해답을 향한 몰입과 발산이었으며, 실제로 삶의 응어리를 풀어내려는 바람이자 몸짓이었으며, 세계를 품는 안목과 가치의 본산이자 근원이었다.


분명, 우리 민족은 뜨겁고 화끈한 민족이다. 그러나 우리는 열을 내는 문화와 더불어 능동적으로 그 열을 식히고 가라앉히는, 다시말해 삶의 열기를 조율하는 냉정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선(禪)의 문화가 그것이다.


선은 영혼이 육체를 빠져나가는 샤먼의 엑스터시와는 달리 정신의 몰입(엔스타시스)을 통해 마음의 번뇌를 끊고 내면의 평정을 얻으려는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수행이다. 치열한 일상의 어지러운 삶에 고요와 집중을 끌어들여 삶의 활력을 일으키는 선은 이제 산간의 선방의 문지방을 넘어 도시의 시민문화와 스포츠문화에까지 이르고 있다. 평상의 삶에서 문득 자기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불성(佛性)을 발견하는 각성과 몰입이야말로 현대의 정신 웰빙과도 통한다.


● 禪 - 내면의 평정을 ‘닦는 의례’

선이 한국인의 내면을 ‘닦는 의례’라면 굿은 한국인의 ‘비는 의례’이다. 굿은 치병, 점복, 의례의 종교전문가인 무당을 중심으로 인간의 삶 속에서 얽히고설킨 문제의 근원을 궁극적으로 살피고 종국에는 그것을 풀어내는 발산의 몸짓이다. 염원을 몸으로 발산하기 때문에 굿이 벌어지는 판에는 늘 열기가 가득하다. 춤과 무악은 그 열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북과 춤으로 신명에 도달한다(‘周易’鼓之舞之以盡神)는 의미에서 고대 부여의 영고(迎鼓)나 동예의 무천(舞天)과 같은 제천의례에서 춤과 음악의 굿 문화를 발견하게 된다. 때론 그런 굿문화가 음사(淫祀)의 굴레로 위축되기도 했으나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신적인 몰입뿐만 아니라 가무로 삶의 에너지와 열기를 역동적으로 발산하려는 풀이의 몸짓은 한국인을 뜨겁게 만드는 문화였다. 유교문화가 지성인에게 늘 마음 닦을 것(修心)을 강조하고 있을 때, 굿은 삶의 질곡에 지친 민중의 상한 마음을 달래주고(安心) 있었다.


민중의 구복적 욕망을 의례로 분출시키는 무속과는 달리, 신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인간의 성실한 의무 이행을 목표로 하는 유교문화는 외면적으로는 제물을 다하고, 내면적으로는 성의를 다하는 것이 제사에 임하는 태도임을 늘 강조하였다. 세계문화유산이자 우리 유교문화의 자랑인 종묘와 종묘대제는 이러한 유교의 경건주의적인 태도를 현재까지도 지속하고 있다. 기일에 맞추어 진행된 능제사와는 별도로 납일과 춘하추동 사시를 포함해, 모두 5회에 걸쳐 종묘대제가 정기적으로 거행되었다는 사실은 그것이 단순히 왕실의 조상숭배의 차원을 넘어서 자연의 질서와 주기를 인간의 삶에 아로새기는 우주론적인 차원의 의미를 지닌 의례임을 입증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무속의 굿문화로 삶의 뜨거움을 발산하기도 했고 선의 문화로 냉정과 고요를 되찾으며 삶의 궁극성에 몰입하기도 했으며, 유교의 경건하고도 정제된 몸짓을 통해 도덕질서와 우주의 질서를 일원화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인은 세계를 바꿀 마지막 희망으로 미륵(彌勒)을 대망하기도 하였다.


● 미륵 - 염원하는 미래-희망의 상징

미륵(산크리트어 Maitreya)은 본래 미래불로서 세상에 하생하기 전까지 성불을 미룬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보살이지만 그 어떠한 명상과 기원으로도 희망을 찾지 못할 때 강력하게 요청된 한국인의 메시아였다고 할 수 있다. 미륵의 화신으로 일컬어진 화랑, 정치적인 격변기에 미륵이기를 서슴지 않았던 궁예와 고려말의 이금, 그리고 석가불을 능가하는 미륵불을 강조하며 자칭 미륵불임을 내세웠던 조선후기의 여환 등은 혼란을 일소할 힘과 권위의 상징으로 미륵에 주목했던 것이다. 한말 이후에는 미륵신앙이 영적인 천재들에게 의해 신종교의 형태(미륵불교, 용화교)로 조직되기도 하였다.


한국인은 삼국시대의 미륵반가사유상을 보면 느껴지듯이, 미래의 세계를 예지하는 미륵의 사유를 늘 떠올리면서도 한편으론 경건하고도 엄중한 석가를 능가하는 힘 있는 상징으로 미륵을 떠올렸다. 미륵은 한국의 보통사람들이 염원하는 미래와 희망의 상징이었고, 현실의 질곡과 역사의 공포를 이겨내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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