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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자의 '바른말 고운말 (해인강원회지에 실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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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3일 (15:49)조회수조회수 : 2,699
일전에 도반들의 모임에 참석한 일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행자시설과 수행처에서 고락을 함께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실천해 전하자고 맹서했던 동문들이기에 만남은 언제나 왁자지껄했습니다. 서로 거리낌이 없는 자리인지라 모이기만 하면 서로가 반말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말투도 거칠어졌습니다.

도반스님과 모임을 다녀와서

그러다 좌중에 한 도반이 제안을 했습니다. "어이. 스님들 우리 이래서야 되겠소. 인천(人天)의 사표(師表)가 되기로 원을 세운 우리들이 아무리 우리끼리의 자리라고 하지만 서로의 귀를 거슬리는 말을 사용해서 되겠소. 오늘 이 자리에서 제안하겠는데, 다음 모임부터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욕설이나 반말을 하지 말고 존중하는 의미에서 경어를 쓰기로 합시다."
처음에는 서먹했습니다. 또 그 스님 말이 틀린 것도 아니어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음 모임 때가 되었습니다. 맨 먼저 온 스님이 자리에 앉으면서 지난 모임에서 경어를 사용하기로 한 일을 기억하며"아이고.OO스님 오셨습니까"라며 말을 걸었다. "네. 그동안 별고는 없었지요." "그럼요. 염려 덕분에 부처님 시봉 잘 했습니다." 이렇게 말이 오가자 다음에 도착한 스님도 자연스럽게 경어를 사용했습니다. 이전 모임과 판이하게 달라진 분위기에 모두들 내심 놀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오래전부터 그랬다는 듯이 스님으로서의 위의(威儀)를 갖춘 상태에서 모임이 진행됐습니다. 절에 돌아와서 조용히 생각해 보았습니다."그래.격식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왜 우리가 예의를 지켜야 하는지, 명분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이제야 알겠구나." 새삼스런 일이 아닌데도 새롭게 느겨진 모임을 떠올리며 빙그레 웃음을 지었습니다.
불자들은 부처님의 경전을 염송할 때 우선 '정구업진언'을 염송합니다. 경전을 염송할 때 외우는 진언입니다. 입으로 짓는 업이 많은 까닭입니다. <천수경>에는 십악참회(十惡懺悔)가 있는데 몸과 입, 그리고 뜻으로 짓은 악업을 말합니다.
10가지 악업가운데 망어(妄語),기어(綺語),양설(兩舌),악구(惡口),성냄으로 지은 업들이 모두 입으로 짓는 업입니다. 이렇듯 입으로 짓는 업이 지중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하겠습니다.다시 한번 입으로 업을 짓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해 봅니다.

신도들을 대할 때도 애어섭(愛語攝)

스님들 가운데는 가끔 신도들에게 권위 있게 보이기 위해 조금은 무시하는 말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상에 올라 주장자를 치며 '할'을 하면서 신도들을 향해 화두를 던지면서도 거침없는 말을 토해 내어야만 '대선사'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어떤 수행자는 자기 신도들에서 반말하듯 대하는 것을 권위로 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바람직한 수행자의 모습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신도님들은 면전이니까 어쩔 수 없지만 인격을 작춘 존재이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속이 상할 것입니다. 또 스님은 감정을 담지 않고 건 낸 말이라도 거칠면 상대방이 마음을 다치게 됩니다.
3년전 우리 절을 찾아 온 신도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저는 30년 넘게 불교를 신봉하며 절을 많이 다녔습니다. 그 오랜 시간동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웠는데도 전에 다니는 절 주지스님이 저에게 반말은 하니까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마음에 걸려 결굴 그 절에는 가지 않게되었습니다. 특히 내자식들하고 같이 절에 갔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더 이상 그 절과 인연을 맺을 수가 없엇습니다."
이런말을 하는 신도님은 우리 절에서 신행활동을 잘 하고 계십니다. 적지않는 시간동안 살펴보았는데 그 시도님은 남에 대한 이간질하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신도님을 절에서 내몰린 원인이 스님에게 있었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비단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수행자나 신자라면 마땅히 바른말 고운 말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불교에서 가르치는 사섭법 가운데 애어섭이 있지 않습니까? 가장 비용을 들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것이 '바른말 고운말'임을 모두가 명심하고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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