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에 아름다운 들꽃이 장식된 것을 본 스승이 제자에게 묻는다.
“너는 꽃을 사랑하느냐?”
제자 “예, 저는 꽃이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그래서 늘 곁에 두고 보고 싶어 이렇게 꺾어 왔습니다.”
스승이 다시 묻는다.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대운하, 여러 분야의 민영화 등 나라를 들끓게 하는 문제들이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십 만명의 국민이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인다. 그보다 훨씬 많은 80%에 달하는 국민은 정부가 인식의 전환을 하기를 바란다.
그런데도 당국에서는 좀처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 누군가 부추겨서 오로지 반대만을 위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못마땅하게 여기고만 있다.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행복을 위해 바르게 일하고 있다고 믿고 있으니 당연하다.
선의(善意)나 진실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라 해도 따뜻하고 진지한 배려가 없는 일방적인 행위는 상대를 고통과 슬픔으로 몰아넣을 뿐이다.
내가 아닌 남, 때로는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미운 사람도 나와 똑같은 가치를 지닌 소중한 존재이고, 그들이 하는 주장과 생각도 옳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사태는 좀처럼 풀리지 않을 터이다.
이 모든 사태의 근저에는 생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는 ‘실용주의’ 정책이 깔려 있다. 내가 선택한 정책만이 옳은데, 다른 이들의 주장이 귀에 들어올 수 없다. 참된 실용주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참된 실용은 무엇인가. ‘실용(實用)’은 실제로 쓰임새가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생명의 참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쓰임새여야 한다. 진정한 실용은 극단을 떠난 중도(中道)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빈부, 강약, 남녀, 노소, 미추, 이 모든 상대적인 가치를 여의고 중도에 서서 관조하는 데서부터 참된 실용의 길이 열린다. 상대적인 가치 어느 한 쪽만을 주목하고 강조하다 보면 갈등과 반목은 피할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가 아끼는 모든 이들,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 하늘을 나는 새들, 짐승들, 들에 말없이 피어 있는 꽃, 길가에 뒹구는 조그만 돌 하나, 이 모든 것은 한 치 어긋남도 없이 동등한 가치를 지닌 소중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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