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과 환경생태운동의 일환으로 강릉 현덕사가 해마다 봉행해 온 ‘동식물 영혼 천도재’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희생된 동식물의 넋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를 봉행하고 있는 주지 현종스님
〈사진〉은 “모든 생명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존엄하다는 생명존중 사상을 불교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천도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스님은 “동식물 천도재는 모든 존재에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강조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공업중생으로서 지은 죄를 참회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생명존중 도량으로 만들 터”
모든 생명이 인연이란 생각 갖고 생활하길
강릉 현덕사가 처음 동식물 천도재를 봉행한 것은 지난 1999년, 현덕사 창건 이후부터다. 평소 죽어가는 생명을 항상 안타깝게 여긴 현종스님은 주지 소임을 맡게 되면서 이 같은 생각을 실행에 옮겼다. 불사나 다른 사업들보다도 도로 위에서 차량에 의해 희생된 야생동물, 병이 들어 아무렇게나 길에 버려지는 애완동물, 병원과 연구기관에서 실험용으로 숨져간 동물 등 해마다 세상을 등지는 무수한 생명들을 달래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최근 들어 자연환경 파괴와 각종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과 목숨을 잃는 동식물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면서 스님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이렇게 희생된 생명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지난 24일 봉행한 천도재가 올해로 10회째. 이제 동식물 천도재는 강릉 현덕사를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한 곳에서 사람과 동식물의 천도재를 지낼 수 있냐”며 반대하던 신도들도 “불성을 지닌 동식물 부처님들을 위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스님의 의중을 알고 적극적으로 천도재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누구보다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을 지닌 불자들이 되었다.
“동식물 천도재를 통해 불자들 뿐 아니라 다른 사찰에서도 인간만을 생각하지 않고 모든 생명을 존중하는 풍토가 확산되어 기쁘다”는 스님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천도재를 봉행해 현덕사를 생명존중의 도량으로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현종스님은 “자연이 파괴되어 풀 한포기, 나비 한 마리 등 동식물의 생명이 위협받게 된다면 결국 이는 인간의 생명 문제와도 연결될 것”이라며 “모든 생명은 서로 연기된 존재이자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인연이라는 생각을 갖고 실천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불교신문 2570호/ 10월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