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서 좋은 절, 소박해서 좋은 절, 누구나 지친 몸과 마음을 쉬어 갈 수 있는 외갓집같이 편안한 사찰을 만들 것”이라고, 현덕사 창건 모연문에 쓰여 있다.
작고 적게 소박한 살림살이로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아졌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일상에서 맛보는 소소한 즐거움을 추구한다. 일명 ‘소확행’ 삶이다. 우리 사회가 긍정적이고 건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최고 최대 등 제일주의 외형을 추구하며 살아왔다. 학교든 기업이든 일등만 기억하고 박수쳤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했다. 그러나 일등은 한명 밖에 없다. 한 명을 뺀 나머지는 상처받는다. 그런 불합리하고 상처 입는 일을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받아들이고 동참했다. 엄청난 잘못임을 자각한 것이 소확행이다.
나도 소확행을 한다. 현덕사 법당 축대 밑에 꽃밭 겸 채소밭이 있다. 이른 봄에 심고 뿌린, 상추를 비롯한 갖가지 채소가 자란다. 시시각각 커가는 채소를 보는 게 즐거움이고, 맑은 물에 씻어 맛있게 먹는 것이 큰 행복이다. 하루에 한 번, 혼자서 아니면 템플스테이 참가한 일행과 함께 포행을 한다. 여럿이라서 좋고 혼자라서 좋다. 새들 지저귀는 소리, 살랑대며 불어오는 산바람, 덩달아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큰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 풀벌레 울음소리까지 모든 소리와 움직임이 초목과 어우러져 나를 감싼다. 자연과 하나 되는 나는 더없이 행복하다.
길가에 지천으로 피어나는 꽃향기에 취하고 아름다운 그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 보는 것도, 사진을 받아본 사람이 기뻐하는 것도 행복이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운동하는 것도 나의 소확행이다. 돈도 안 들고 땀이 날 정도로 운동도 되면서 신나는 음악으로 귀가 즐겁고 노랫말은 더 없이 아름다워 몸도 마음도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다.
새벽녘에 일어나 신문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뉴스 보다 문화 예술 소식, 오피니언 코너를 즐겨본다. 세상 돌아가는 일보다 사람 모습에 관심을 기울인다. 사람들 생각이나 삶을 들여다보며 내 마음을 닦는다. 이 또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불교신문3667호/2021년5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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