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낙마했다. 그는 지난 8월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총리 후보자에서 자진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뿐만 아니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같은 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지난 8월8일 총리 및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후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결국 사퇴의 길을 걷고 말았다.
당사자들 입장에서야 억울할 수 있지만 공직자에 대한 국민들의 ‘도덕적 기대치’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임 후보자를 내정할 예정이지만, 인물 찾는 작업이 수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바르게’ 실천하는 게 관건
이번 청문회 과정은 향후 공직자들이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하는지 냉정하고 정확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공직자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부처님은 이미 밝혀 놓았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불자와 대부분의 사람들도 벌써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팔정도(八正道)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여덟 가지 바른 길’이란 의미의 팔정도는 종교적 가르침에 머물러 있지 않다. 깨달음뿐 아니라 올바른 공직자가 되기 위한 여덟 가지 바른 길이기도 하다.
팔정도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정견(正見) 바르게 보기, 정사유(正思惟) 바르게 생각하기, 정어(正語) 바르게 말하기, 정업(正業) 바르게 행동하기, 정명(正命) 바르게 생명을 유지하기, 정정진(正精進) 바르게 정진하기, 정념(正念) 바르게 기억하고 바르게 생각하기, 정정(正定) 바르게 집중하기. 언뜻 보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덕목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바르게’ 실천하는 것이 관건이다. 공직자가 되려는 분들이 팔정도의 가르침을 마음 깊이 새긴다면,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물론 살면서 100% 바르게 할 수 만은 없다. 살다보면 때로는 실수도 할 수 있고, 오점(汚點)도 생길 수 있다. 불가피하게 굽은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 팔정도를 온전하게 실천하는 공직자(또는 후보자)라고 해서 전부 가능할 수는 없다. 문제는 ‘진실성’이다. 앞서 지적한대로 팔정도 정신을 ‘바르게 실천’하려고 하는 자세와 함께,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솔직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국민 앞에 솔직히 고백하고 참회하는 것이 옳은 자세이다. 그럴 경우 국민들은 그 공직자(후보자)를 이해하고, 나라의 일을 맡기는데 이의를 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잘못 있으면 솔직히 고백
우리는 불행하게도 그 같은 공직자를 많이 만나지 못했다. 감추고 숨기고 곡해하여 진실을 덮으려는 모습만 숱하게 보아왔다. 이번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보인 대부분의 공직자 후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실망이 더욱 컸던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팔정도의 정신을 바르게 실천하는 공직자, 그리고 잘못이 있으면 솔직하게 고백하고 국민들의 용서를 구하는 공직자가 우리나라의 운영을 맡았으면 한다. 그것이 산사에 머무는 이의 바람이기도 하고, 우리 국민 모두의 요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