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만월산 이야기
게시물열람
제목

봄은 소리로 온다. (수미산정)

작성자
등록일2011년 05월 19일 (22:12)조회수조회수 : 2,581
현종스님 / 봄은 소리로 먼저 느낀다


현종스님 / 논설위원·강릉 현덕사 주지



오늘따라 아침 햇살이 방안 깊숙이 들어와 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 부지런한 햇살은 게으른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 폭설로 인한 고통이 엊그제 같은데 봄이 성큼 내 곁에 와 있는 것을 보았다. 갯가 옆 햇살 좋은 곳에 버들강아지도 피어 있다. 관심 있게 살펴보니 나무엔 봄기운이 파랗게 올라있고, 법당 앞엔 노란 꽃 수선화도 피어 있다.

눈 속에 핀 노란 생강꽃

내가 머물고 있는 현덕사에도 봄이 찾아 온 것이다. 엊그제 내린 눈이 아직 그늘에 남아 있고, 계곡의 얼음도 녹지 않고 남아있지만 얼음 속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예전과 다르다. 기지개를 켜며 깊이 숨을 들여 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하고 나니 봄도 따라 내안에 들어와 온 몸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놀고 있다. 발길 닿는 대로 소나무 숲길도 걸어보고 밭으로 이어진 뚝길도 거닐어 보았다.

눈 속엔 노란 생강 꽃이 피었고, 산수유도 눈에 띈다. 추위에 떨며 나온 어린 쑥들도 재롱부리듯 귀엽게 몸을 낮추고, 밭 여기저기엔 파릇파릇한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있다. 생강꽃은 매화나 진달래보다 먼저 피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다. 생강꽃은 산수유꽃과 비슷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산수유꽃에 비해 생강나무의 노랑꽃은 초록빛이 감도는 것으로 모르는 사람에겐 구별이 쉽진 않지만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생강꽃으로 차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밭에서 나는 생강의 특유한 매운 맛이 생강꽃에서도 난다. 어린 순이나 가는 줄기로 차를 만들어 먹어도 좋은데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생강나무 잎도 생으로 쌈싸 먹을 수 있고 장아찌로도 먹을 수 있다.

봄이면 여러 곳의 스님들 손길은 바쁘다. 봄에 나오는 꽃이나 어린 새싹들은 스님들이 일년내내 두고 먹을 수 있는 차로 만들어 두기 때문이다. 문득 생각하니 어젯밤 법당 앞 연뿌리가 묻혀있는 물웅덩이 안에서 때이른 참개구리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난다. 우수.경칩이 지나면 개구리가 나온다고 하는데 실제 우리가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기는 4월 초가 지나야 쉽게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봄을 소리로 먼저 느낀다고 한다. 바람 소리, 새 소리, 시냇물 소리, 풍경 소리조차도 봄엔 소리가 다르다. 자연과 가까이 있는 나는 아침에 동트기 전 재잘대는 새 소리에서 봄의 정겨움을 더욱 느낄 수 있다.

모든 대지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기지개를 켜며 몸을 뒤흔드는 소리를 우리가 듣지 못해 그렇지 천지를 울리며 모든 꽃들과 새싹들, 벌레들은 소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봄이 오는 소리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봄이 주는 희망, 그리고 기쁨, 모두를 꽃피우기 위해 가슴에 품고 있다. 마음이 항상 평화롭길 바라고 자유롭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은 변화무쌍하여 계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기에 한 순간도 마음을 쉬지 못해 종일 바쁘고 한가한 날이 없다.

자연을 거닐며 비우는 행복

청정한 마음으로 한 찰라 간이라도 마음을 돌이켜 볼 수 있다면 불성의 바른 인(因)은 씨앗이 뿌려진 것이어서 꾸준히 공부를 더해가다 보면 언젠가 성취되는 날이 올 것이다.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듯 우리의 수행도 하루하루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 속에서 무르익어 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된다.

요즘 일본의 대지진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 재해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모든 것이 봄날 아지랑이 같이 꿈처럼 일었다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작년에도 어리석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라면 너무 슬플 것 같다. 현덕사의 진달래도 얼마 후면 볼 것 같다. 햇살 좋은 봄날 잠시라도 자연 속을 거닐면서 비우고 행복하자.


[불교신문 2708호/ 4월2일자]
2011-03-30 오전 9:27:19 / 송고
코멘트현황
게시물처리 버튼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게시판검색
만월산이야기
순번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수
80 산사와커피[1]
/ 11-09-16 (금) / 조회 : 2,733
1
11-09-16 22:002,733
79 100만 신도등록, 100만 신문구독 (불교신문)
/ 11-07-21 (목) / 조회 : 2,603
11-07-21 22:322,603
78 벌과 나비를 위하여.[1]
/ 11-05-29 (일) / 조회 : 2,577
1
11-05-29 22:392,577
77 수행자의 삶 (수미산정)
/ 11-05-19 (목) / 조회 : 2,573
11-05-19 22:162,573
봄은 소리로 온다. (수미산정)
/ 11-05-19 (목) / 조회 : 2,582
11-05-19 22:122,582
75 동안거 선방에서
/ 11-01-25 (화) / 조회 : 2,709
11-01-25 11:512,709
74 멋진 종회의 길
/ 11-01-25 (화) / 조회 : 2,526
11-01-25 11:502,526
73 수도암 대중공양가던 생각에[1]
/ 11-01-22 (토) / 조회 : 2,885
1
11-01-22 02:192,885
72 감나무와 다람쥐 (수미산정)
/ 10-10-24 (일) / 조회 : 2,688
10-10-24 22:222,688
71 공직자와 팔정도(수미산정)
/ 10-10-08 (금) / 조회 : 2,871
10-10-08 18:582,871
70 스님 임 성빈 입니다.
/ 10-08-08 (일) / 조회 : 3,011
10-08-08 15:563,011
69 불교신문 수미산정에서 현종 스님.
/ 10-08-04 (수) / 조회 : 2,692
10-08-04 15:592,692
68 강릉 현덕사, 5년째 특전사 장병에게 대중공양 ‘화제’
/ 10-08-04 (수) / 조회 : 2,967
10-08-04 15:572,967
67 불교신문 수미산정에서 현종스님 ...
/ 10-04-29 (목) / 조회 : 2,679
10-04-29 13:202,679
66 스님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현종스님 / 10-03-23 (화) / 조회 : 2,993
현종스님10-03-23 17:492,993
65 불교신문 수미산정에서 현종 스님.
/ 10-02-06 (토) / 조회 : 2,734
10-02-06 06:242,734
64 불교신문 수미산정에서 현 종 스님.
/ 09-11-30 (월) / 조회 : 2,904
09-11-30 12:392,904
63 10년 째 이어온 " 동식물 영혼 천도재 봉행 " 현덕사 주지스님
/ 09-10-30 (금) / 조회 : 2,609
09-10-30 21:372,609
62 역사적사건 (지관총무원장의 퇴임을 보며.)
현종 / 09-10-28 (수) / 조회 : 2,795
현종09-10-28 11:412,795
61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는 현덕사 템플스테이
현덕사 / 09-09-29 (화) / 조회 : 2,905
현덕사09-09-29 10:142,905
게시판 페이지 리스트
1 2 3 4 5 6
계좌안내 : [농협] 333027-51-050151 (예금주 : 현덕사)
주소 : (25400)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삼산리, 현덕사) / 전화 : 033-661-5878 / 팩스 : 033-662-1080
Copyright ©Hyundeoksa. All Rights Reserved. Powerd By Denobiz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