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산천을 깨우는 봄의 소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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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9년 02월 17일 (15:57) | 조회수 | 조회수 : 1,785 |
어제부터 내린 눈이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것이 온 천지가 빛나는 하얀 보석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나”하고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겨울이면 하얀 보석 속에서 살고 봄이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 속에서 살고, 여름이면 푸른 숲에서. 그리고 가을이면 파란 가을하늘 아래 하얗게 핀 억새꽃, 갖가지, 형형 색깔로 곱게 물들인 비단결 같은 고운 단풍들이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다. 이제는 겨울이 가고 봄이 올 채비를 하고 있다. 이른 아침산새들의 맑은 지저귐 소리로 봄을 느낄 수 있다. 봄이 되어, 서로의 짝을 찾느 라고 맑고 경쾌한 사랑의 노랫소리가 온 산천을 깨운다. 모르긴 해도 악보도 연습도 없었을 텐데 개울물 흐르는 소리와 하모니를 이루어 내는 대자연의 음악이 그 어떤 명곡이나 교향곡보다도 내게는 더 없이 소중하고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들린다. 한겨울에는 들리지 않던 개울 물 흐르는 소리도 이제는 눈이 녹고 얼음이 녹아 졸졸 흐르는 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작은 개울이지만,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어 도룡뇽, 피라미, 가재, 개구리 등… 조금만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개구리들의 합창 소리가 산사의 봄밤을 그리움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절에 오는 길목인 개울가에, 핀 버들강아지를 오고 가며 보는 재미가 또한 즐거움이다. 폭풍 한 서리 몰아 칠 때는 그렇게 황량할 수가 없어 “저것들이 이 혹한기를 과연 잘 견뎌 낼 수가 있을까” 하고 바보 같은 걱정도 했었다. 처음에는 가지에 물이 오르는가 싶더니 어느 날부터 인가는 조그마한 솜털 같은 게 돋아나 자라기 시작 하더니, 이제는 제법 하얀 털이 보송보송 하고, 토실토실 한게 참으로 탐스럽고, 복스럽다. 어떤 보살님이 한 가지만 꺾어 간다는 것을 못 하게 말렸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몰래 몇 가지를 꺾어 버려서 마음한구석이 짜-안 하게 아팠다. 어떻게 살아 있는 가지를 모질게 꺾었을 수 있는지 사람의 마음이 독함에 놀랐고, 여러 사람들이 오고 가며 두고두고 볼 수 있는 것을 자기만 보려고 하는 바보 같은 욕심에 실망스럽다. 지난 해는 수해 때문에 고추 상추 배추 등 가을 야채를 늦게 파종을 했는데, 그래서인지 별로 자라지 않아서 먹지도 못했다. 그 채소밭이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서 다른 곳 보다 일찍 눈이 녹았다. 신기하게도 작년에 심었던 채소들이 얼어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 그 혹한 눈속에서 말이다. 새잎이 파릇한게 조금만 더 자라면 현덕사의 점심 공양 상 위에서 먹음직스러운 야채 쌈 행세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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