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만월산 이야기
게시물열람
제목

착한 벗을 가까이 하라

작성자
등록일2009년 02월 17일 (15:59)조회수조회수 : 1,785
지난 봄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길가 쪽에 어린 수박 열 서너 포기를 심었다. 가지가 쭉쭉 뻗어 나가고 노란 수박꽃이 피고 앙증맞게 수박이 열리기 시작했다. 물주고 김매준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하루하루 커 가는 것이 제법 수박 모양으로 줄이 죽죽 새겨졌다. 적당히 물주고, 잡풀만 뽑아 주면 수박은 제 스스로 알아서 꽃피고 열매 맺고 컸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것은 잘 익은 수박을 골라 따는 것이었다. 과일가게 진열장에서만 보던 수박을 밭에서 넝쿨에 달려 있는 것을 보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들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아무리 잘 익은 수박이라도 겉은 새파랗기 때문에 이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열 사람이 모이면 열 가지의 지혜가 생긴다고 하지만 가장 원시적이고 다들 아는 방법은 역시 손으로 톡톡 쳐서 소리를 듣고 아는 것이다. 수박밭에 들어가는 사람은 모두 한번씩은 다 톡톡 치면서 수박이 잘 익었는지를 살폈다.

그 가운데에서도 수박에 그려진 줄이 선명해야 된다는 사람, 꼭지가 조금 옴폭 들어가야 된다는 사람, 덩굴손이 말라야 된다는 사람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다 동원해 크고 모양이 좋은 것을 하나 따서 부처님께 먼저 공양을 올리고 설레는 맘으로 칼을 댔는데 그 순간 아주 잘 익고 단맛이 눈과 귀로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수박이었다.

지눌스님의 〈계초심학입문〉 첫 문장을 보면 ‘처음 발심한 사람은 반드시 악한 벗을 멀리하고 어질고 착한 벗을 가까이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것은 수행하는데 있어 주위 환경이 아주 중요함을 강조한 말씀이다. 수행자는 물론이고 이 지구상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에 해당된다.

낫으로 베고 뽑아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나 허리 높이만큼 자란 쑥밭이 있다. 어느 날 보니 노오란 꽃이 쑥대 속에 군데군데 예쁘게 피어 있어 자세히 보니 참외 꽃이었다. 말 그대로 개똥참외였다.

참외는 넝쿨식물이라 땅에 포복하듯이 자라야 하는데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쑥대 따라 하늘을 향해 자라고 있었다.

강아지들이 다람쥐하고 숨바꼭질하는지 억새꽃을 헤집고 다니는데 그때마다 하얀 물결치듯이 흔들리는 억새꽃 물결이 호젓한 산사의 분위기를 사로잡는다. 지난주에 경주에서 삽살강아지 두마리를 데리고 왔다. 개들은 키우는 주인을 닮는다고, 여기에서 사는 개들은 환경이 좋아서인지 절에서 사는 개들답게 점잖하고 의젓하다.
2001. 9. 25
코멘트현황
게시물처리 버튼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게시판검색
만월산이야기
순번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수
60 제 10주년 현덕사 개산법회 및 동식물 천도제
현덕사 / 09-09-02 (수) / 조회 : 2,984
현덕사09-09-02 16:102,984
59 또 한 명의 지도자를 잃고 (불교신문 수미산정 기고)
현덕사 / 09-08-27 (목) / 조회 : 2,633
현덕사09-08-27 11:052,633
58 녹색저널 창간 축사
/ 09-08-17 (월) / 조회 : 2,461
09-08-17 13:092,461
57 제 10회 현덕사 어린이 불교 학교 소감문 (이선구 어린이: 14세)
/ 09-08-06 (목) / 조회 : 2,636
09-08-06 14:562,636
56 제 10회 현덕사 어린이 여름 불교 학교 소감문(김나연 어린이: 11살)
/ 09-08-06 (목) / 조회 : 2,707
09-08-06 14:522,707
55 제 10회 현덕사 어린이 여름 불교 학교 소감문(김혜원 어린이:12살)
/ 09-08-06 (목) / 조회 : 2,645
09-08-06 14:482,645
54 충주불교신문 2009년 부처님오신날 기고문
현종 / 09-07-28 (화) / 조회 : 2,521
현종09-07-28 12:312,521
53 [불교신문]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 칼럼(column)
/ 09-07-16 (목) / 조회 : 2,785
09-07-16 09:502,785
52 *** 현 덕 사 주지스님 ***
/ 09-03-21 (토) / 조회 : 2,820
09-03-21 22:062,820
51 자연이 부처님이다”
현종 / 09-02-21 (토) / 조회 : 4,156
현종09-02-21 18:484,156
50 보름달 같은 희망
박현종 / 09-02-21 (토) / 조회 : 3,086
박현종09-02-21 18:403,086
49 요사체에서 보는 법당
/ 09-02-18 (수) / 조회 : 2,132
09-02-18 09:552,132
48 전경
/ 09-02-18 (수) / 조회 : 2,086
09-02-18 09:542,086
47 현덕사법당
/ 09-02-18 (수) / 조회 : 2,214
09-02-18 09:522,214
46 4.8 늦은 사진.....
/ 09-02-17 (화) / 조회 : 2,265
09-02-17 18:042,265
45 현종스님 종회위원회 사서직으로발령
/ 09-02-17 (화) / 조회 : 2,056
09-02-17 16:202,056
44 참여불교 대구ㆍ경북 재가연대 창립
/ 09-02-17 (화) / 조회 : 1,943
09-02-17 16:181,943
43 불교영어도서관, 가을 프로그램 시작
/ 09-02-17 (화) / 조회 : 2,132
09-02-17 16:182,132
42 법보신문현덕사불교문화원개원
/ 09-02-17 (화) / 조회 : 1,894
09-02-17 16:171,894
41 법보신문기사
/ 09-02-17 (화) / 조회 : 2,153
09-02-17 16:172,153
게시판 페이지 리스트
1 2 3 4 5 6
계좌안내 : [농협] 333027-51-050151 (예금주 : 현덕사)
주소 : (25400)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삼산리, 현덕사) / 전화 : 033-661-5878 / 팩스 : 033-662-1080
Copyright ©Hyundeoksa. All Rights Reserved. Powerd By Denobiz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