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가을 성지 순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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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
등록일 | 2009년 02월 17일 (16:00) | 조회수 | 조회수 : 1,724 |
가을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승보사찰인 송광사, 천불천탑으로 알려져 있는 운주사, 그리고 선암사. 출발하기 이삼일 전부터 일기예보에 전국에 비가 내리고 남부지방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 많은 비가 온단다. 비를 맞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제일 거추장스럽고 우울하고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비, 사람들을 슬프게 하기까지 하는 것이 가을비이다. 온다는 비를 멈추게 하는 신통력이 나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승복을 여벌로 한 벌 더 가져가는 것뿐이다. 강릉에서는 송광사가 너무나 멀어 처음 가는 불자가 많았다.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TV에서 보던 송광사의 새벽예불에 직접 참석한다는 것만으로 얼굴에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앞이 안보일 정도로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회장보살이 인사말을 하면서 우리가 송광사에 도착하면 비가 뚝 그칠 것이라고 했는데 나도 마음 속으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지만 아무리 보아도 그칠 비가 아니었다. 그런데 매표소를 지나면서 그렇게 쏟아지던 장대비가 가늘어지기 시작하지 않는가! 차에서 내릴 때에는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장대비 기세는 꺾여 있었다. 이번 가을 성지순례를 위해 봄날 햇살처럼 따스한 부처님의 자비를 베풀어주신 것 같았다. 실로 오랜만에 많은 재중스님과 함께 새벽예불을 했다. 해인 강원에서, 승가대에서 많이도 했건만 이번 예불은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남도 지방을 갈 때마다 느낀 것인데 산도 돌도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었다. 특히 다른 지방에 비해 석물로 치장하지 않았지만 아주 정성을 다해 솔직한 무덤들을 보면서 괜스레 내 마음이 흐뭇해졌고 조상들을 위한 효성스런 자손들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2001. 11.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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