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선식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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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
등록일 | 2009년 02월 12일 (12:17) | 조회수 | 조회수 : 2,740 |
아침에 냉장고를 정리하다가 일부러 안 보고 싶어했던 선식을 꺼냈다. 한 컵 타서 마셨지만 여전히 기분은 씁쓸했다. 지난 가을엔가 꽤 친한 친구가 도배를 한다기에 도와준답시고 찾아갔었다. 나 말고도 몇 사람이 더 있었다. 함께 이일 저일을 하다가 누군가, "이 집은 일꾼들 새참도 안 먹이나?" 하고 농담삼아 말했다. 주방으로 들어가는 아내의 등에 대고 "내 것은 알지?" 하고 그가 소리쳤다. 조금 후에 그의 아내는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 미수가루를 타다가 주었다. 모두 좋아라 두어컵씩 마셔댔다. 나도 맛있게 먹다가 우연히 친구의 컵으로 눈길이 갔다. 웬걸, 그것은 색깔부터가 다른 것이었다. '아! 선식이구나. 치사하게 먹는 것을 가지고 사람 차별을 하다니.......' 갑자기 미수가루의 고소한 냄새가 사라졌다. 그날저녁 기분도 언짢고 오기(?)도 나서 '비싸도 사야지' 하며 선식을 퍽 많이 구입했다. 며칠은 열심히 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선식을 볼 때마다 그 날 생각이 나서 기분이 언짢아지는 것이었다. 먹는 것 때문에 의 상한다는 옛말이 맞는 것 같다. 아무렇지 않은 듯 가끔씩 만나지만 안 본 것만은 못하였다. 좋아서 산 것이 아니므로 당연히 얼마 못 가 선식을 멀리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나머지를 몇 달이 지난 오늘 아침에야 또 꺼낸 것이다. 역시 오늘도 소화가 안 되는지 속이 불편하다. 자꾸 그 친구의 얼굴에 선식 빛깔이 겹쳐진다.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일까? 그러나 더 싫은 것은 그 문제에 대하여 긍정적인 생각이 안 떠오르는 것이다. 아마 오래도록 선식을 사지 않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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