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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중부일보 칼럼)

작성자현종
등록일2019년 03월 17일 (10:28)조회수조회수 : 125
부지깽이도 꼽아 놓기만 하면 싹이 튼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식목일은 4월 5일이다. 청명 한식 때는 어떤 나무든 심기만 하면 산다고 했다. 이때를 식목일로 정해 국가 주도로 나무 심기를 했다. 물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다.


옛날에는 겨울이 길었고 그리고 추위도 지금보다 훨씬 더 혹독한 추위였다. 동장군이라 해 한겨울에는 모든 게 꽁꽁 얼어붙었다. 호수나 계곡의 물도 얼었고 그리고 땅도 꽁꽁 얼었다. 나무나 식물도 모든 게 얼어 생장을 멈춘 채 웅크리고 오직 새봄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봄이 돼 땅이 완전히 녹아야 나무를 심을 수 있다. 며칠 전에 사찰 경내에 심어져 있는 철쭉과 살구나무를 옮겨 심었다. 땅이 잘 파질까 걱정했는데 삽이 푹푹 잘도 들어갔다. 일찍이 옮겨 심어서 한 그루도 죽지 않고 잘 살 거라 생각된다. 나무 심기를 식목일에 맞춰하면 안 된다. 나무가 생장을 시작하기 전에 일찍 심어야 산다. 우리나라도 산림녹화가 웬만큼 이뤄져서 국가적인 식목행사는 안 한다. 그래도 식목일이 필요해서 둘 거면 한두 달 당겨 해야 된다.


사람 손이 보배라고 절 마당에 있는 밭을 현덕사 신도님들이 삽이나 괭이로만 파 뒤집어서 거름을 줘 뭐든지 심을 수 있게 깨끗하고 곱게 이랑을 지어 놓았다. 한쪽에는 지난가을에 도반 스님한데 구한 고수 씨앗을 뿌렸다. 고수는 가을 고수가 좋은데 봄에도 거름을 많이 해서 심으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가을에는 잘 자라 꽃이 늦게 피는데 봄에는 일찍 꽃이 피어 세어 버린다. 법당 앞에는 연꽃을 심는 큰 함지박이 놓여있다. 겨울에 얼지 않게 캐거나 함지박을 짚이나 이불로 감싸야 하는데 어쩌다 시기를 놓쳐 그대로 두었다. 겨우내 얼고 녹기를 반복하면서 바짝 말라 있다. 함지박의 흙을 새로운 흙으로 갈려고 하는데 연뿌리가 얼어 죽지 않고 그대로 살아 있었다. 그만큼 겨울 날씨가 춥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함지박에 물을 가득가득 담았다. 겨울을 난 연뿌리에서 싹이 나고 쑥쑥 자라 예쁜 연꽃을 보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 봤다. 물이 있으면 산개구리가 물 내음을 맡고 개구리 알을 낳을 것이다. 올해는 개구리 노랫소리를 일찍 들을 것이다. 오늘 새벽 예불하러 가는 길에 아주 반가운 새소리를 들었다. 보통 3월 중순이나 하순쯤에 오던 귀신새가 이렇게 일찍 온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귀신새의 삐이~삑 하는 노랫소리가 무섭고 싫어하는데 난 그 소리가 무척이나 정겹고 반갑게 들린다. 귀신새의 노랫소리를 나만큼이나 좋아하는 친구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 주었다. 만월산 현덕사에 귀신새가 벌써 왔다고 말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쯤에 포행 가는 길에 다람쥐가 뛰어다니는 것을 봤다. ‘이제는 우리나라가 겨울이 사라지고 있구나’하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절 마당에 동지섣달 내내 풀이 파랗게 살아 있었다. 이런 일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처음 보는 현상이다. 지난해 겨울에는 눈다운 눈이 한 번도 오직 않았다. 눈이 너무 많이 와 길이 끊기고 몇 날 며칠을 길에 쌓인 눈 치우기에 힘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펑펑 내리는 눈이 그립다. 순백으로 하얗게 변한 눈 세상을 볼 수 없음이 슬프다. 밝은 달이라도 환하게 떠 있는 하얀 눈이 내린 산사의 아름다운 풍경은 환상적으로 멋이 있었다. 겨울 하면 생각나는 게 눈이 온 후 지붕 처마에 거꾸로 매달려 자라는 고드름이다. 그런데 지난겨울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고드름을 뚝 떼서 놀며 먹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겨울에는 가끔 때 아닌 비가 내렸다. 눈 대신 비가 온 것이다. 지구온난화라는 얘기를 TV나 신문을 통해 자주 접해본 뉴스지만 실제 당하고 보니 우리들의 삶의 터전인 이 지구가 어떻게 잘못될까 걱정이 된다. 몇 년을 애지중지하며 키우던 감귤 나무를 지난 초겨울에 얼려 죽였다. 꽃향기도 좋고 귤도 많이 열려 따 먹기도 하고 볼거리로 참 좋았는데 그만 방심하다가 꽃도 귤도 다 못 보게 됐다. 지난해 초겨울에 이것도 이상 기온으로 갑자기 기온이 너무 내려가 나무가 뿌리째 얼었다. 혹시나 해서 따뜻한 방에 들여놓고 가지를 잘라주고 물도 주고 했는데 슬프게도 죽고 말았다. 하얀 게 쌀알처럼 꽃망울이 생겨 나오길래 살았구나 하고 좋아했는데 나의 바람을 저버리고 말았다. 현덕사에는 매년 사람들의 무지와 탐욕으로 죽어간 불쌍한 동식물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천도재를 현덕사 마당에 제단을 차려 놓고 제사를 지낸다.

현종 강릉현덕사 주지
코멘트현황
연화주
연화주 | 19/03/18 21:49
연꽃 핀 현덕사를 그려봅니다ㆍ
19/03/18 21:49
연화주
연화주 | 19/03/18 21:50
연꽃향기 가득한 법당에서
현종스님의 법문을 듣고 싶으네요
19/03/18 21:50
김미경
김미경 | 19/03/19 16:44
저도 그렇습니다~
현종스님의 편안한 목소리가 참 듣기 좋고 마음의 안정을 주거든요^^
19/03/1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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