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잡초와의 전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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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현종 | ||
등록일 | 2022년 09월 06일 (13:12) | 조회수 | 조회수 : 1,087 |
현덕사는 마당이 넓은 편이다. 작은 주차장이 두 군데나 있고, 대웅전 올라가는 계단 옆으로 길게 채소밭도 있다. 본래 계절 따라 피는 온갖 꽃들을 심고 가꾸어, 쉼 없이 찾아드는 벌과 나비를 볼 수 있는 꽃밭이었다. 그 꽃밭이 몇 년 전부터 상추나 시금치 등을 심는 채소밭으로 변했다. 고추, 방울토마토, 가지, 토란, 방아, 고수, 오이, 수박 등 온갖 채소들을 화초처럼 심어 키운다. 유일하게 식용이 아닌 화초로 키우는 게 있다. 바로 목화다. 하기야 목화도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한다. 덜 여문 목화열매를 다래라 한다. 달짝지근한 게 맛이 있다. 예전에 먹을 것이 귀할 때 아이들이 어른들 눈을 피해 많이 따 먹기도 했다. 지금 한창 목화꽃이 피고 져서 다래가 달리고 있다. 해마다 목화를 많이 심었는데 올해는 조금만 심었다. 목화꽃은 필 때 하얗게 피었다가 질 때는 아주 예쁜 핑크색으로 진다. 지난 여름에 상추가 비싸 ‘금상추’로 불렸다. 현덕사에서는 제일 흔하게 먹은 채소가 바로 그 금상추였다. 주기적으로 간격을 두어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어 키웠다. 상추쌈과 방울토마토를 실컷 따먹을 수 있었던 것은, 여름 내내 잡초와의 전쟁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여름은 잡초와의 전쟁이다. 시골 사는 사람들의 숙명 같은 일상, 우리 현덕사도 봄부터 지금까지 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채소밭이나 꽃밭 그리고 마당에 난 잡초를 뽑고 뽑아도 또 올라오고, 베고 또 베어도 쑥쑥 자란다. 잡초의 생명력이 경이로울 지경이다. 마당에 자갈을 깔아 놓으면 풀이 안 나고, 나도 덜 자란다고 해서 많은 돈을 들여 깔아 놨는데, 당장은 덜한 것 같아도 올라올 잡초는 다 나오는 듯 했다. 현덕사에서는 아무리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도 제초제를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흰둥이와 현덕이가 마당에서 뛰놀며 뒹굴고, 심지어 고인 빗물까지 마시기 때문이다. 벌겋게 풀들이 말라 죽어가는 모습 또한 보기 싫다. 어느 글에서 제초제를 뿌리면 흙도 죽는다는 걸 읽었다. 충격적이었다. 사실 잡초도 한 생명이며, 이름을 가진 한 포기 들꽃이고 들풀이다. 현덕사 주위에서 자라는 풀 중에 먼저 뽑는 게 한삼덩굴과 며느리밑씻개이다. 그러다보니 며느리밑씻개는 얼추 잡힌 듯하다. 줄기에 가시가 있어 아주 성가신 잡초다. 한삼덩굴도 자라는 속도가 빨라 세력을 확장하는 게 무서울 정도다. 보이는 것은 웬만큼 다 뽑았다. 보이지만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언덕 아래에 태어나 자라는 것은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마당이나 논밭에서 태어나면 잡초라 불리고 제거의 대상이 되는 풀들이다. 그 풀들도 산과 강가에 태어났다면 길 가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칭찬 받았을지 모른다. 자운영, 찔레꽃, 민들레, 애기똥풀, 은방울꽃, 마타리, 물봉선 등등 예쁜 이름을 가진 들꽃처럼 살아 갈 수도 있었을 거다. 어디에 태어나 사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진다. 본디 그들이 이 땅의 주인들이다. 인간들이 길을 내고 집을 짓고 논밭을 만들어 잡풀이라고 이름 붙여 억울하게 쫓겨난 것이다. 풀을 베거나 뽑으면서도 마음 한쪽에는 들풀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는 게 아니다. 그래서 다음 생에는 꼭 좋은 곳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살라며 축원해준다. 산에 사는 사람들을 제일 괴롭히는 게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칡넝쿨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 현덕사도 예외는 아니다. 바로 칡넝쿨이 온 밭과 마당 그리고 길에 쳐들어온다. 인정사정없이 막무가내로 걸리는 대로 감아 타고 넘어 마디마다 뿌리를 내려 진지를 만든다. 마치 점령군처럼 무서운 속도로 밀물처럼 밀려온다. 무성한 크고 넓은 잎으로 완전 장악해 버린다. 뭐든지 닥치는 대로 칭칭 감아 덮어 버리기 때문에 나무에게 고통을 준다. 그래도 산행 길에 칡꽃향기를 만나면 무척이나 달콤한 향기에 취해 행복하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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