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게시물열람
제목

템플스테이 후기

작성자수원
등록일2023년 03월 22일 (11:55)조회수조회수 : 933
인간은 부모로부터 독립하는데 있어 특별히 오랜 기간이 필요합니다. 인간 사회는 너무도 복잡하여 새들 마냥 먹이를 먹는 법과 나는 법을 익히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도 27년의 오랜 포란 기간을 종료하고 마침내 알을 깨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품과 배움이 무색하게도 제게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게만 느껴집니다. 그리하여 복잡한 세상 속에 던져내기 전 한 번 더 나를 단단히 갈무리하고자 현덕사를 찾았습니다.

현덕사는 작고 고요한 사찰입니다. 한 켠에 가만 앉아 있으면 뒷산 너머에서 바람이 나무들을 타고 나를 향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솨-아 하는 소리와 함께 나에게 불어오기를 기다리며 저는 강신주와 카뮈를 읽었습니다. 강신주의 철학은 인간 사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느껴집니다. 이에 반해 카뮈의 인간 개인에 대한 시선은 차가운 구석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성과 사랑은 반목하지 않습니다. 때론 사랑이 이성을, 때때론 이성이 사랑을 곧게 합니다.

복잡한 세계에서 쫓고 쫓기다 보면 이런저런 번뇌에 마음은 쉽게 휘곤 합니다. 그리하여 세상을 살아가는 노하우는 유연함이구나 생각합니다. 부러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단지 부러지지 않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기에 삶을 나아가는 본질은 나의 곧음에 있습니다. 유연하되 곧은 중심으로 회귀하길 그만하지 않겠다 다시금 다짐합니다. 한 선생님의 말씀처럼 반듯하게 살아왔는데 뒤돌아보면 굽이져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이성은 반듯하고, 세상은 휘게 하고, 사랑은 다시 돌아와 굽이지게 합니다.

차가운 개인이 이성으로 뚫고 나아가면 따뜻한 사회가 사랑의 체계로 격려합니다. 삼천배도 오롯이 혼자 힘으로 해냈지만, 스님들과 보살님들의 격려 없이는 그만두어 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또한 현종 스님의 권유가 없었다면 굳이 시도하지도 않았을 일입니다. 천배, 이천배는 대단합니다. 그러나 삼천배를 하기로 한 사람에게는 그저 모자랄 뿐입니다. 삼천배를 하기로 결심한 사람은 삼천배를 해내야 비로소 평범해집니다. 삼천배를 해내는 과정은 비범하다는 착각에서 평범함으로 회귀하는 과정일 뿐이었습니다.

다시, 오랜 포란기를 벗어나며 끝까지 살아내기로 다짐합니다. 세상으로 나아가기로 한 이상, 나아가기를 그만 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 살아내야 합니다. 그리하여 비로소 지극한 평범함에 이르고자, 복잡한 인간의 사회에서 굽이 친 삶을 곧은 마음으로 그립니다.


- 금방 써서 올리려고 했는데 늦어졌습니다. 어언 한달이 되어가네요. 뜻 깊고 편안한 시간이었습니다. 잔 바람에 흔들리지는 않고자 자주 방문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큰 바람이 불 때는 돌아가듯 방문하겠습니다. 3박4일의 시간동안 감사했습니다.
코멘트현황
현종
현종 | 23/03/26 06:11
삼천배를 거뜬히 해낸 당신은 세상의 그 어떤 일도 잘 해 내실겁니다. 삼천배를 일배일배 하는 마음으로 하시면 분명 아름다운 삶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23/03/26 06:11
코멘트작성
※ 삭제나 수정시에 사용할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게시물처리 버튼
새글 작성하기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게시판검색
자유게시판
순번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수
공지 마음읽기_억지로라도 쉬어가라
현덕사 / 19-04-24 (수) / 조회 : 3,915
현덕사19-04-24 16:573,915
1661 현덕사 개산 25주년 법회
현종 / 24-10-15 (화) / 조회 : 216
현종24-10-15 09:08216
1660 말과 글은 우리의 얼이다.
현종 / 24-06-04 (화) / 조회 : 493
현종24-06-04 14:26493
1659 뉴질랜드에 나투신 우리부처님
현종 / 24-03-25 (월) / 조회 : 590
현종24-03-25 08:12590
1658 눈내린 들길을 어지러이 걷지마라
현종 / 24-03-04 (월) / 조회 : 612
현종24-03-04 08:41612
1657 라디오방숭들으며
세명장순희법명수선화 / 24-01-26 (금) / 조회 : 0
세명장순희법명수선화24-01-26 17:580
1656 현덕이를 떠나보내며....
현덕사 / 24-01-20 (토) / 조회 : 999
현덕사24-01-20 11:08999
1655 날마다 좋은 날이다 ㅡ중부일보
현종 / 24-01-11 (목) / 조회 : 694
현종24-01-11 19:25694
1654 돈의 가치를 높이자
현종 / 23-12-07 (목) / 조회 : 739
현종23-12-07 10:48739
1653 모델 한혜진 현덕사 템플스테이 참가했습니다[1]
현덕사 / 23-10-15 (일) / 조회 : 1,514
1
현덕사23-10-15 13:491,514
1652 물의 소중함을 깨닫다.
현종 / 23-09-04 (월) / 조회 : 778
현종23-09-04 08:47778
1651 [현종칼럼] 잡풀이 주는 즐거움[4]
현덕사 / 23-07-31 (월) / 조회 : 893
4
현덕사23-07-31 20:47893
1650 [현종칼럼] 고라니의 횡포
현덕사 / 23-06-26 (월) / 조회 : 927
현덕사23-06-26 09:56927
1649 흰둥이의 장수 사진
현종 / 23-05-30 (화) / 조회 : 1,149
현종23-05-30 10:301,149
1648 전법의 길로 내아가자
현종 / 23-05-21 (일) / 조회 : 860
현종23-05-21 20:44860
1647 [중부일보] 5월의 산사, 깨달음의 길로 가는 곳
현종 / 23-05-15 (월) / 조회 : 878
현종23-05-15 09:43878
1646 [불교신문] 강릉 현덕사, 화마 휩쓴 인월사에 복구지원금 1천만원 후원
현덕사 / 23-04-16 (일) / 조회 : 910
현덕사23-04-16 20:47910
1645 [현종칼럼] 현덕사의 고참 흰둥이
현덕사 / 23-04-16 (일) / 조회 : 960
현덕사23-04-16 20:45960
1644 강릉산불피해 인월사 돕기 모금
현종 / 23-04-13 (목) / 조회 : 877
현종23-04-13 08:30877
1643 현덕사의 고참 흰둥이ㅡ중부일보ㅡ
현종 / 23-04-11 (화) / 조회 : 922
현종23-04-11 05:37922
템플스테이 후기[1]
수원 / 23-03-22 (수) / 조회 : 934
1
수원23-03-22 11:55934
게시판 페이지 리스트
새글 작성하기
계좌안내 : [농협] 333027-51-050151 (예금주 : 현덕사)
주소 : (25400)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삼산리, 현덕사) / 전화 : 033-661-5878 / 팩스 : 033-662-1080
Copyright ©Hyundeoksa. All Rights Reserved. Powerd By Denobiz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