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게시물열람
제목

물의 소중함을 깨닫다.

작성자현종
등록일2023년 09월 04일 (08:47)조회수조회수 : 783
[현종칼럼] 새삼, 물의 소중함을 깨닫다

지난 여름은 생애 최고의 더위를 겪었다. 나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간 여름엔 몇 날 몇 밤 선풍기를 사용했다. 설상가상으로 십 수 년 잘 나오던 식수도 말라 끊겼다. 온 산과 계곡을 수없이 오르내린 끝에 샘물을 찾아 식수로 쓴 후, 물이 딸리고 끊어진 게 처음이다. 예전에는 아무리 가물고 더워도 물은 잘 나왔다. 그래서 현덕사 자랑 1순위였다. 현덕사 공양이 맛있는 원인이 물이라고 자랑했었다. 물론 차 맛이나 커피 맛도 물맛이 좌우한다. 그래서였는지 현덕사 커피 맛이 좋다고 하였다. 이렇게 귀하고 좋은 물이, 더운 여름날 갑자기 뚝 끊어진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삽과 괭이를 챙겨 풀숲을 헤치며, 샘물이 나오던 곳으로 갔다. 산길에 밟히는 흙, 낙엽 부서지는 소리, 그 느낌은 물기 하나 없는 사막을 연상하게 하였다. 흙을 걷어 내고 연결 호스를 풀어보니 물이 조금씩 쫄쫄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앞으로 좋은 물을 먹을 수 없겠구나 싶어서다. 서운함과 낭패감이 가슴 가득 밀어닥쳤다.

옛날에 융성했던 사찰이 폐사지가 된 곳을 찾아가보면, 폐사의 원인이 물 부족 때문이었다. 우리 현덕사의 미래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였다. 초창기의 현덕사 식수는 계곡물에 여과장치를 설치해 사용하였는데, 장마가 지고 비가 오면 흙탕물이 나왔다. 그래서 지하 170m의 관정을 뚫어 언제든지 물을 사용하게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별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여름에는 사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물 사용량도 훨씬 늘어난다. 지하수를 전기 모터로 펌핑해서 쓰기 때문에 전기료가 들어간다. 한 방울의 물을 쓰고 마시는 것도 곧 돈을 쓰고 마시는 것이다. 그러니 수도꼭지 만지기가 두려웠다. 틀면 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문득, 동네 노인의 말이 생각났다. 한여름에는 계곡의 물이 줄고 작은 샘들이 마른다고 하였다. 산과 들의 곡식들과 나무들이 무한정 물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다가 음력 칠월 백중을 기점으로 달라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며칠 전에 물이 나오던 산중턱의 샘으로 갔다. 이게 무슨 일인가. 분리해서 밖으로 노출 시킨 호수에서 맑은 물이 혼자서 나와 흐르고 있는 게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양손으로 손그릇을 크게 만들어 한 그릇 마셨다. 예전의 물맛 그대로였다. 산에 올라 목이 마를 때 마신 물이라 그럴까. 꿀맛 같은 최고의 맛이었다. 기쁜 마음에 하나도 힘든지 모르고 땅을 파 끊어 놨던 파이프를 다시 연결하여 샘물이 흐르게 하였다. 이제는 예전처럼 얼마든지 물을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난여름을 생각해서 물 쓰듯 펑펑 쓰지 않을 것이다. 물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도처에 물 부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밥은 며칠 굶어도 살지만 물을 며칠 마시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 물이 흔한 것 같지만 우리가 음용수로 쓸 수 있는 물은 아주 적은 양이라고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물을 풍족하게 쓰고 살았다. 특히 산사에서는 더 좋았다. 계곡의 어디쯤에서 물을 끌어 오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깊은 산속 계곡의 물도 바로 마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사찰에서도 공동 상수도나 수돗물을 사용하는 절이 많아졌다. 현덕사는 다행스럽게도 자연수인 샘물을 생활음용수로 쓰고 있다. 템플스테이 온 사람들이 물이 참 좋다고 하였다. 물이 순하고 부드러워 감촉도 다르고 물맛도 확실히 도시에서 마시든 물하고는 비교 불가라고 칭찬하였다.

산 중턱에서 시작한 자연 수압이라 그런지 도시의 수돗물보다 수압이 세고 물이 잘 나온다. 이렇게 물이 소중하고 귀한 것임을 새삼 깨달은 지난여름이었다. 참으로 고마운 게 물이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코멘트현황
코멘트작성
※ 삭제나 수정시에 사용할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게시물처리 버튼
새글 작성하기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게시판검색
자유게시판
순번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수
1601 현종스님 불교방송 시간 안내
연화주 / 19-03-23 (토) / 조회 : 2,685
연화주19-03-23 20:022,685
1600 지구온난화 (중부일보 칼럼)[3]
현종 / 19-03-17 (일) / 조회 : 2,503
3
현종19-03-17 10:282,503
1599 현종스님 불교방송 출연[1]
연화주 / 19-03-15 (금) / 조회 : 2,859
1
연화주19-03-15 01:442,859
1598 현덕사 현종스님 ~
연화주 / 19-03-15 (금) / 조회 : 3,181
연화주19-03-15 01:373,181
1597 옛날이야기
연화주 / 19-03-10 (일) / 조회 : 2,469
연화주19-03-10 08:412,469
1596 현덕사 템플스테이 더할나위없이 참 좋~다!
김미경 / 19-03-09 (토) / 조회 : 2,574
김미경19-03-09 06:502,574
1595 외할머니 집 같은 현덕사[2]
김명숙 / 19-02-28 (목) / 조회 : 2,426
2
김명숙19-02-28 01:152,426
1594 동 ㆍ식물 천도제[1]
연화주 / 19-02-24 (일) / 조회 : 2,364
1
연화주19-02-24 22:592,364
1593
탁려옥 / 19-02-24 (일) / 조회 : 2,211
탁려옥19-02-24 22:362,211
1592 오늘 현덕사에서[1]
탁려옥 / 19-02-24 (일) / 조회 : 2,279
1
탁려옥19-02-24 22:232,279
1591 에너지의 중심과 공간의 사고
채호준 / 19-01-23 (수) / 조회 : 2,371
채호준19-01-23 10:352,371
1590 별 헤는 가을 밤
조서은 / 18-09-21 (금) / 조회 : 2,478
조서은18-09-21 22:042,478
1589 책 보내드립니다[2]
성창용 / 18-09-12 (수) / 조회 : 2,475
2
성창용18-09-12 22:492,475
1588 현덕사 템플스테이
현덕사 / 18-08-08 (수) / 조회 : 3,128
현덕사18-08-08 16:073,128
1587 현덕사 템플스테이 휴식형[1]
템플체험자 / 18-07-18 (수) / 조회 : 2,963
1
템플체험자18-07-18 15:582,963
1586 현덕사 템플스테이
현덕사 / 18-07-02 (월) / 조회 : 3,008
현덕사18-07-02 21:243,008
1585 중부일보 컬럼 ㅡ소박한 산사의 밥상
현덕사 / 18-06-14 (목) / 조회 : 2,902
현덕사18-06-14 12:462,902
1584 [6.3~6.4] 1박 2일간의 템플스테이[1]
정한나 / 18-06-08 (금) / 조회 : 2,963
1
정한나18-06-08 16:342,963
1583 강릉항에서 요트 체험
현덕사 / 18-06-06 (수) / 조회 : 3,326
현덕사18-06-06 15:293,326
1582 향봉 노스님 제 35주기 추모제
현덕사 / 18-06-04 (월) / 조회 : 2,832
현덕사18-06-04 17:052,832
게시판 페이지 리스트
새글 작성하기
계좌안내 : [농협] 333027-51-050151 (예금주 : 현덕사)
주소 : (25400)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삼산리, 현덕사) / 전화 : 033-661-5878 / 팩스 : 033-662-1080
Copyright ©Hyundeoksa. All Rights Reserved. Powerd By Denobiz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