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물의 소중함을 깨닫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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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현종 | ||
등록일 | 2023년 09월 04일 (08:47) | 조회수 | 조회수 : 762 |
[현종칼럼] 새삼, 물의 소중함을 깨닫다 지난 여름은 생애 최고의 더위를 겪었다. 나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간 여름엔 몇 날 몇 밤 선풍기를 사용했다. 설상가상으로 십 수 년 잘 나오던 식수도 말라 끊겼다. 온 산과 계곡을 수없이 오르내린 끝에 샘물을 찾아 식수로 쓴 후, 물이 딸리고 끊어진 게 처음이다. 예전에는 아무리 가물고 더워도 물은 잘 나왔다. 그래서 현덕사 자랑 1순위였다. 현덕사 공양이 맛있는 원인이 물이라고 자랑했었다. 물론 차 맛이나 커피 맛도 물맛이 좌우한다. 그래서였는지 현덕사 커피 맛이 좋다고 하였다. 이렇게 귀하고 좋은 물이, 더운 여름날 갑자기 뚝 끊어진 것이다. 무더운 여름날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삽과 괭이를 챙겨 풀숲을 헤치며, 샘물이 나오던 곳으로 갔다. 산길에 밟히는 흙, 낙엽 부서지는 소리, 그 느낌은 물기 하나 없는 사막을 연상하게 하였다. 흙을 걷어 내고 연결 호스를 풀어보니 물이 조금씩 쫄쫄 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앞으로 좋은 물을 먹을 수 없겠구나 싶어서다. 서운함과 낭패감이 가슴 가득 밀어닥쳤다. 옛날에 융성했던 사찰이 폐사지가 된 곳을 찾아가보면, 폐사의 원인이 물 부족 때문이었다. 우리 현덕사의 미래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였다. 초창기의 현덕사 식수는 계곡물에 여과장치를 설치해 사용하였는데, 장마가 지고 비가 오면 흙탕물이 나왔다. 그래서 지하 170m의 관정을 뚫어 언제든지 물을 사용하게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별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여름에는 사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물 사용량도 훨씬 늘어난다. 지하수를 전기 모터로 펌핑해서 쓰기 때문에 전기료가 들어간다. 한 방울의 물을 쓰고 마시는 것도 곧 돈을 쓰고 마시는 것이다. 그러니 수도꼭지 만지기가 두려웠다. 틀면 돈이 나가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문득, 동네 노인의 말이 생각났다. 한여름에는 계곡의 물이 줄고 작은 샘들이 마른다고 하였다. 산과 들의 곡식들과 나무들이 무한정 물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다가 음력 칠월 백중을 기점으로 달라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며칠 전에 물이 나오던 산중턱의 샘으로 갔다. 이게 무슨 일인가. 분리해서 밖으로 노출 시킨 호수에서 맑은 물이 혼자서 나와 흐르고 있는 게 아닌가. 반가운 마음에 양손으로 손그릇을 크게 만들어 한 그릇 마셨다. 예전의 물맛 그대로였다. 산에 올라 목이 마를 때 마신 물이라 그럴까. 꿀맛 같은 최고의 맛이었다. 기쁜 마음에 하나도 힘든지 모르고 땅을 파 끊어 놨던 파이프를 다시 연결하여 샘물이 흐르게 하였다. 이제는 예전처럼 얼마든지 물을 쓸 수 있다. 그렇지만 지난여름을 생각해서 물 쓰듯 펑펑 쓰지 않을 것이다. 물의 소중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 도처에 물 부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밥은 며칠 굶어도 살지만 물을 며칠 마시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70%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 물이 흔한 것 같지만 우리가 음용수로 쓸 수 있는 물은 아주 적은 양이라고 한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물을 풍족하게 쓰고 살았다. 특히 산사에서는 더 좋았다. 계곡의 어디쯤에서 물을 끌어 오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깊은 산속 계곡의 물도 바로 마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사찰에서도 공동 상수도나 수돗물을 사용하는 절이 많아졌다. 현덕사는 다행스럽게도 자연수인 샘물을 생활음용수로 쓰고 있다. 템플스테이 온 사람들이 물이 참 좋다고 하였다. 물이 순하고 부드러워 감촉도 다르고 물맛도 확실히 도시에서 마시든 물하고는 비교 불가라고 칭찬하였다. 산 중턱에서 시작한 자연 수압이라 그런지 도시의 수돗물보다 수압이 세고 물이 잘 나온다. 이렇게 물이 소중하고 귀한 것임을 새삼 깨달은 지난여름이었다. 참으로 고마운 게 물이다. 현종 강릉 현덕사 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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