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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덕사의 봄은 소리로 온다.(불교신문 수미산정)

작성자현덕사
등록일2011년 04월 03일 (09:28)조회수조회수 : 3,221
현종스님 / 봄은 소리로 먼저 느낀다


현종스님 / 논설위원·강릉 현덕사 주지



오늘따라 아침 햇살이 방안 깊숙이 들어와 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 부지런한 햇살은 게으른 나를 밖으로 불러냈다. 폭설로 인한 고통이 엊그제 같은데 봄이 성큼 내 곁에 와 있는 것을 보았다. 갯가 옆 햇살 좋은 곳에 버들강아지도 피어 있다. 관심 있게 살펴보니 나무엔 봄기운이 파랗게 올라있고, 법당 앞엔 노란 꽃 수선화도 피어 있다.

눈 속에 핀 노란 생강꽃

내가 머물고 있는 현덕사에도 봄이 찾아 온 것이다. 엊그제 내린 눈이 아직 그늘에 남아 있고, 계곡의 얼음도 녹지 않고 남아있지만 얼음 속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예전과 다르다. 기지개를 켜며 깊이 숨을 들여 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하고 나니 봄도 따라 내안에 들어와 온 몸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놀고 있다. 발길 닿는 대로 소나무 숲길도 걸어보고 밭으로 이어진 뚝길도 거닐어 보았다.

눈 속엔 노란 생강 꽃이 피었고, 산수유도 눈에 띈다. 추위에 떨며 나온 어린 쑥들도 재롱부리듯 귀엽게 몸을 낮추고, 밭 여기저기엔 파릇파릇한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있다. 생강꽃은 매화나 진달래보다 먼저 피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이다. 생강꽃은 산수유꽃과 비슷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산수유꽃에 비해 생강나무의 노랑꽃은 초록빛이 감도는 것으로 모르는 사람에겐 구별이 쉽진 않지만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생강꽃으로 차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밭에서 나는 생강의 특유한 매운 맛이 생강꽃에서도 난다. 어린 순이나 가는 줄기로 차를 만들어 먹어도 좋은데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생강나무 잎도 생으로 쌈싸 먹을 수 있고 장아찌로도 먹을 수 있다.

봄이면 여러 곳의 스님들 손길은 바쁘다. 봄에 나오는 꽃이나 어린 새싹들은 스님들이 일년내내 두고 먹을 수 있는 차로 만들어 두기 때문이다. 문득 생각하니 어젯밤 법당 앞 연뿌리가 묻혀있는 물웅덩이 안에서 때이른 참개구리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난다. 우수.경칩이 지나면 개구리가 나온다고 하는데 실제 우리가 개구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기는 4월 초가 지나야 쉽게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봄을 소리로 먼저 느낀다고 한다. 바람 소리, 새 소리, 시냇물 소리, 풍경 소리조차도 봄엔 소리가 다르다. 자연과 가까이 있는 나는 아침에 동트기 전 재잘대는 새 소리에서 봄의 정겨움을 더욱 느낄 수 있다.

모든 대지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기지개를 켜며 몸을 뒤흔드는 소리를 우리가 듣지 못해 그렇지 천지를 울리며 모든 꽃들과 새싹들, 벌레들은 소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들은 봄이 오는 소리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 것 같다.

봄이 주는 희망, 그리고 기쁨, 모두를 꽃피우기 위해 가슴에 품고 있다. 마음이 항상 평화롭길 바라고 자유롭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마음을 비우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은 변화무쌍하여 계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기에 한 순간도 마음을 쉬지 못해 종일 바쁘고 한가한 날이 없다.

자연을 거닐며 비우는 행복

청정한 마음으로 한 찰라 간이라도 마음을 돌이켜 볼 수 있다면 불성의 바른 인(因)은 씨앗이 뿌려진 것이어서 꾸준히 공부를 더해가다 보면 언젠가 성취되는 날이 올 것이다. 긴 겨울이 가고 봄이 찾아오듯 우리의 수행도 하루하루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 속에서 무르익어 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된다.

요즘 일본의 대지진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 재해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모든 것이 봄날 아지랑이 같이 꿈처럼 일었다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작년에도 어리석었고, 올해도 마찬가지라면 너무 슬플 것 같다. 현덕사의 진달래도 얼마 후면 볼 것 같다. 햇살 좋은 봄날 잠시라도 자연 속을 거닐면서 비우고 행복하자.


[불교신문 2708호/ 4월2일자]
2011-03-30 오전 9:27:19 /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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