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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과 나비를 위하여

작성자현덕사
등록일2011년 05월 30일 (07:35)조회수조회수 : 3,913
칼럼


벌과 나비를 위하여


아카시아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향기도 달콤할뿐더러 꽃잎을 따 입에 넣으면 쌉싸름하고 달고 부드러워 기분까지 좋아지는 꽃이다. 우리만이 아니라 벌과 나비도 마찬가지다. 오월이 되면 벌과 나비는 꿀을 찾아 아카시아 꽃송이를 향해 몰려든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들을 보기 어렵다. 어느 때부터인가 아카시아 꽃을 두고 우리와 경쟁을 벌이던 벌과 나비를 보기 힘들어졌다. 웬일일까?

국토에 뿌려진 고엽제

산중에 살다보니 읍내에 볼일을 보러가면서도 많은 산길과 들길을 지나게 된다. 해마다 새삼 느끼게 되지만 한창 푸르러야할 논두렁길과 밭길이 벌겋게 변한 모양에 마음이 아프다. 농부들이 약통을 지고 길가 풀숲에 약을 뿌린 뒤, 며칠 지나면 푸른 풀잎은 시들시들하다가는 흉하게 타들어간다. 이 농약이 바로 제초제, 요즘 신문과 방송 매체에서 회자되는 고엽제의 일종이다.

미군이 우리 국토에 얼마나 많은 고엽제를 매몰하였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신문기사에 보니 민통선 안에서는 군인들이 뿌리는 고엽제를 그냥 좋은 약으로만 알고 농부들까지 얻어 맨손으로 뿌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 약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뿌리기만 하면 어떤 식물도 다 말라죽었으니 말이다. 다양한 풀을 제거하는 최고의 약이었겠으나 이처럼 놀라운 효과를 지닌 제초제가 과연 식물만 죽게 하였을까?

그렇지 않다. 식물이 죽으면 동물도 죽고 사람도 죽게 마련이다. 식물의 새순과 곤충의 씨를 말리는 것도 모자라 사람에게 각종 피부병과 호흡기 질환을 가져다주고 발암물질로 우리의 생명까지 위협한다. 가까운 사람 중에 월남전 참전으로 인한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이가 있다. 그와 같은 고엽제 환자들의 삶은 보기에도 딱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잔인한 독극물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산천에 아무런 제약 없이 뿌려지고 있다. 지난 수십 년 간 이 강산에 얼마나 많은 양의 독극물이 뿌려졌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중독된 토양에서 자란 쑥과 냉이, 씀바귀 같은 봄나물을 먹은 우리 몸은 과연 어떠할까.

그리고 그 땅에서 재배한 야채와 과일은 또한 우리 몸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이젠 시장 골목에서 마주치는 시골 할머니들이 한 무더기씩 나누어 팔고 있는 온갖 나물과 야채까지 의심스런 눈으로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슬픈 일이다.

어리석은 행동 멈춰야

이러한 결과는 인간이 편리만 추구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야한다는 진리를 망각한 무지와 교만에서 비롯됐다. 내가 살자고 내 후손이 살아가야 할 강토를 오염시키고, 내가 편하자고 벌과 나비와 메뚜기와 수많은 풀의 생명을 빼앗은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어리석은 행동을 멈춰야한다. 정부는 이 강토에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는 제초제의 사용을 강력히 규제하고, 미군이 불법 매몰 처분했다는 고엽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지금이라도 안전하게 제거해야 한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각종 시민단체 역시 제초제 사용을 금지하는 운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만을 위한 편리보다는 공존의 방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아카시아 향기에 취한 우리의 머리 위로 윙윙대고 나르는 꿀벌의 날갯짓소리를 다시 불러올 수 있다.

[불교신문 2723호/ 6월1일자]


현종스님 / 논설위원·강릉 현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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