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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팥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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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2일 (15:32)조회수조회수 : 2,920



올해 12월 22일은 동지날 입니다.
동지는 24절기의 하나로서 일년 중에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입니다.

동지는 일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 음이 극에 이르지만,
이 날을 계기로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여 양의 기운이 싹트는 날이기에,
옛 사람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경사스럽게 여겨 속절로 삼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동지를 신년으로 생각하는 고대의 유풍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동지를 '작은 설'이라 하여 설 다음 가는 경사스러운 날로 생각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옛 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라는 말이 전하기도 합니다.

옛날에 중국의 어느 마을에 공씨 성을 가진 부부가 아들 둘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공씨 부부의 작은아들은 부모가 시키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글공부도 서투른데다, 부모님에게 투정을 잘도 부렸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녀석이 얼마나 소문난 망나니인지 동네 사람들이 하는 일에 항상 훼방을 놓고는
하였습니다.

그리고 공씨 부부의 작은아들에게는 괴상한 버릇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팥밥을 지어주면 먹지 않고 무서워서 도망을 쳤으며,
팥시루떡이나 팥소를 넣은떡을 만들어주어도 역시 바닥에 팽개치고는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공씨 부부의 아들은 갑자기 몹쓸 병에 걸려 앓다가 죽고 말았습니다.
물론 이때 만큼은 부모님과 형도 슬퍼하였답니다.

그러나 공씨 부부의 작은아들이 죽은 지 얼마 후에 마을 전체에 괴소문이 돌았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잠자리에 애귀신이 나타나 웃고 떠든다는 것입니다.
결국 공씨 부부의 작은아들은 죽어서도 사람들을 괴롭히는 액귀가 된 것입니다.

또 애귀신의 사술에 걸려든 아이들이 결국 몹쓸병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어른들까지도 잠자는 머리맡에 나타난 애귀신(액귀) 때문에 미쳐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그 애귀신 때문에 몹쓸병에 걸려 사경을 헤메고 있어요."

"우리 큰딸도 잠자던 중에 애귀신이 끌어당기는 바람에 귀신이 씌였다구요!"

"그건 다 공씨 부부의 작은아들이 살아있을 적에 우리를 괴롭히더니,
죽어서 그 벌로 귀신이 된 것이지..."

소문은 공씨 부부의 귀에까지 들어왔습니다.

"아이구, 창피해!작은아들 때문에 못살아!
그놈이 살아서도 동네 사람들을 못살게 굴더니만, 죽어서도 귀신이 되어 그러다니...!"

공씨 가족은 그날 밤에 보따리 몇 개를 싸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렸다.

하지만 그 후로도 애귀신의 장난은 여전히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집에서 막내아들이 몹쓸 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그 애도 역시 애귀신에게 홀린 것 같습니다.

아들이 병으로 신음하고 있을 즈음, 어머니는 병을 낫게 할 방도를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부엌으로 가서 팥 한되를 퍼냈습니다.

"오호라! 예전에 공씨 부부의 작은아들이 팥으로 만든 음식을 몹시 싫어하였거든!
그애가 살아있을 적에 사람들을 괴롭히고도 모자라 죽어서 귀신이 되어 또...!"

어머니는 팥에다 쌀 몇 줌을 섞어서 죽을 쑤어가지고 아들이 누워있는 자리로 갔습니다.
그녀는 아들에게 팥죽을 몇 모금 떠먹였습니다.그러자 시름시름 앓기만 하던 아들이
얼굴이 환해지며 벌떡 일어났거든요.

아들은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어머니, 이 팥죽은 왜 쑤었어요?"

"그것은 잠자리에 나타나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액귀를 물리치기 위한 것이란다."

아이는 나머지 팥죽도 깨끗이 먹어치웠습니다.

그 이후로 동짓달에는 팥죽을 쑤어 가족들끼리 나누어 먹거나
대문에다 뿌리는 풍속이 생겨나게 된 것입니다.

1) 선덕여왕과 지귀

선덕여왕은 신라 제 27대 임금으로 부처님에 대한 신심이 아주 돈독하여 국사를 돌보는
바쁜 중에서도 매일 조석으로 황룡사에 가서 예불 올리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합니다.

어느날 저녁 여왕이 예불을 드리러 가는 도중에 난데없이 어떤 남자가 여왕의 행차에
뛰어들어 소란을 피우기에 여왕은 시종을 시켜 그 남자에게 연유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소란을 피운 남자가 말하기를,

"소인은 지귀(志鬼)라고 하는데 평소부터 여왕님을 남몰래 연모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늘 여왕님의 예불 행차를 몰래 지켜보기 여러날이었습니다."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왕이 재차 묻기를,

"행차를 늘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이냐?"

하니 지귀가,

"예, 그러하옵니다. 하오나 오늘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여왕마마께 제 연모하는 마음을 하소연하려고 행차에 뛰어든 것입니다." 

원래 자비로운 품성의 소유자인 선덕여왕은 그를 참으로 가엽게 생각하여 황룡사까지
동행하게 하였습니다. 이윽고 황룡사에 도착하여 절문 앞의 9층탑 곁에 이르자 여왕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지귀에게 말하기를.

"내가 부처님께 예불을 마치고 그대를 궁으로 데리고 갈 것이니
이곳에서 잠깐만 기다리거라"

그러나 밖에 남게 된 지귀는 일각이 여삼추라 예불 시간도 채 기다리지 못하고,

마음에 심화(心火)가 끊어올라 그만 죽고 말았습니다.
참, 지귀란 양반 성미도 급하지.
그 후에 죽은 지귀는 그야말로 사랑에 한을 품고 죽은 몽달귀신이 되어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니 신라의 방방 곡곡에는 이 지귀의 행패가 심하여 많은 사람이 해를 입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에 이 지귀 귀신의 달래주기 위한 방편으로 해마다 동짓날이 되면
팥죽을 끓여 집집마다 대문에 뿌리고 길에도 뿌렸더니 귀신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2) 팥죽과 나한님

동짓날에 절에서는 팥죽을 쑤어 대웅전이며 나한전 등에 공양을 올리고 온 대중이
팥죽으로 공양을 하며 한 해의 묵은 때를 벗어버리고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하사라는 절의 공양주 보살은 그만 동짓날 늦잠을 자고 말았습니다. 

"공양주 보살. 아니 오늘이 무슨 날인데 잠만 자고 있습니까? 빨리 일어나세요"

스님의 호령 소리에 겨우 기지개를 펴고 나오던 공양주 보살은,
"허 참, 오늘이 바로 동짓날 아닙니까? 동짓날! 빨리 팥죽을 쑤어
부처님께 공양을 올려야지요."

하는 말에 그만 정신이 번쩍 들어 황급히 부엌으로 달려갔지만,
늦잠을 잔 덕분에 아궁이의 불씨마저 꺼져 버리고 회색 재만 남아 있었습니다.

옛날인지라 불씨가 다 사그라들고 없어져버리면 불씨를 다시 얻어 오기 전에는
부엌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공양주 보살은 그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눈앞이 캄캄해
질 수 밖에요. 부처님께 죄송한 마음은 둘째 치고 당장 주지스님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
만 같아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결국 생각다 못한 공양주 보살은 절 아래 동네의 김서방네
집에 가서 불씨를 얻어오려고 부리나케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그날 따라 찬바람이 쌩쌩 불고 눈은 발목까지 푹푹 빠지니 김서방네 집은 천리 만리나
되는 것 같았습니다. 겨우 김서방네 집에 도착한 공양주 보살은 큰 소리로 김서방을
불러 자초지종 사정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김서방은,

"아까 행자님이 오셔서 불씨를 얻어 갔는데 불이 또 꺼졌나요?"

하며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행자님이라니요? 우리 절에는 행자님이 없는데요?"

"그래요? 하지만 조금 전에 어떤 행자님이 와서 배가 고프다고 하시면서
팥죽까지 한 그릇 드시고 불씨도 얻어가셨는데요" 

마하사에는 행자 스님이라곤 없었으니, 공양주 보살은 마치 귀신에 흘린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급한 마음에 불씨를 빌려 가까스로 절에 도착했으나 더욱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부엌의 아궁이에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었던 것입니다.

공양주 보살은 급히 서둘러 팥죽을 쑤어 먼저 법당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곧 나한전으로
팥죽을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나한님께 팥죽을 올리던 공양주 보살은 그만 까무러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공양주를 내려다 보며 빙그레 웃고 계시는 나한님의 입가에 붉은
팥죽이 묻어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이고, 나한님. 잘못했습니다." 

공양주 보살은 그대로 엎드려 크게 절을 올렸습니다. 김서방네 집에서 팥죽을 얻어
드시고 불씨를 얻어다가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핀 행자는 바로 그 나한님이었던 것입니다.

어느 절에나 나한전에 모신 나한님은 모두가 미소를 머금고 계시고 그 입술은 한결같이
붉은 색인데, 이는 바로 동짓날 드신 그 팥죽이 묻어있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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