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산 이야기

게시물열람
제목

여름을 같이 보낸 도반들

작성자현덕사
등록일2012년 09월 22일 (12:52)조회수조회수 : 2,915
여름을 같이 보낸 도반들





현종스님 | 논설위원·강릉 현덕사 주지


태풍의 여파로 전국이 바람으로, 비로 난리도 난리가 아닌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현덕사에 내리는 산사의 비는 다른 이들의 고통과는 다른 느낌으로 마음에 다가온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7, 8월 온갖 더위와 벌레들이 괴롭히는 가운데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과 한옥 신축으로 인하여 목수들과 수련생이 합해지고 주변에는 자재들이 어지러이 널려져 여러모로 부산스럽고도 바쁜 날들이 아니었나 싶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삼복더위와 장마 중에 템플스테이 숙소를 한옥으로 새로 지었다. 벽지를 바르고 장판을 깔고 마지막으로 문을 바르고 청소를 한 다음 방을 사용하는데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모른다. 새 집을 지어 많은 분들이 부처님 도량에서 편히 지낼 수 있게 도와주신 많은 분들, 신도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람들은 많이 오고 방은 모자라 내 방까지 내어 주고 일주일여의 잠을 밖에서 자며 절에 출퇴근을 했다. 동냥 잠을 잔 것이다. 그래도 마음은 행복했다. 집은 다 지어졌지만 전기를 고압으로 승압을 시켜야 사용할 수 있는데 무슨 절차가 그리도 복잡한지….

그나마 운치 있게 촛불을 밝혀서 고즈넉한 산사의 밤을 제대로 체험하였다. 옛날엔 호롱불을 켜다가 촛불을 밝히면 매우 밝고 환했는데, 지금은 바로 앞에 앉은 사람의 얼굴도 자세히 안 보였다. 이젠 내 눈도 세월을 먹었구나 생각했었다. 전기가 없어도 화장실과 세면장의 물은 잘 나와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제 전기도 들어왔고 보일러도 잘 돌아가서 따뜻하게 잘 수 있다. 책을 읽으며 툇마루에 걸터 앉았다가 누웠다 엎드렸다 하는 모습이 좋고, 솔솔부는 바람을 느끼며 편히 누워있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스럽고 예쁘다.

또 어떤 수련생은 커피 볶아서 냉각시킬 때 쓰는 체를 머리에 써 보고 어린시절 오줌싸개가 소금 얻으러 가는 모습을 흉내 내며 재미있어 한다.

며칠 전에는 수련생이 강아지와 함께 왔었다. 하얀 털을 가진 예쁜 스피츠종이 주인 따라 템플스테이에 와서 마당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마루에서 얌전하게 앉아서 기다리기도 하며 법당을 들락거리는 모습이 참 좋았다. 그 강아지도 현덕사에 또 오고 싶어 할 것 같다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새벽 예불시간에는 108배를 한다. 태어난 후 처음해 보는 수련생이 열 명 중에 여덟이지만 천천히 나를 낮추는 생각으로 절을 하며 자기 자신을 흐뭇해 하는 것을 본다. 계단을 내려올 때는 다리가 어색하고 걸을 때 절뚝거리면서도 다들 웃는다.

행복해 하는 것 같아서 나도 흐뭇하고 행복했다. 또 커피 명상체험을 하는데 제일 먼저 커피 생두를 준비하고 그 콩들 중에서 못난 콩을 골라내고 볶는다. 연녹색의 커피 생두가 점점 갈색으로 변해지며 볶아져 가는데 신기한 경험을 하며 즐거워한다.

나도 예전엔 커피가 커피나무에서 커피색깔로 익어서 커피가 되는 줄 알았었다. 다 볶은 커피를 갈고 내려서 마시며 커피 명상하고 담소를 나누며 즐거워한다.

이렇게 현덕사에서 편하고 즐겁게 쉴 수 있게 될 때까지 그 동안 집을 지으며 애쓰신 많은 분들의 노고가 가슴 깊은 곳에서 뭉클하다. 어두워진 현덕사의 밤 하늘위에 날아다니는 박쥐들의 모습은 수련생들에게 또 다른 경험과 신비감을 준다.

티브이에서나 볼수 있었던 박쥐들의 비행, 조그마한 물체에서 반짝반짝 날아다니는 벌레에 호기심을 보일 때 그것이 반딧불이라고 알려주었다. 즐거움의 탄성소리들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불교신문 2846호/ 9월8일자]
코멘트현황
코멘트작성
※ 삭제나 수정시에 사용할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게시물처리 버튼
새글 작성하기 ▲ 다음글 보기 ▼ 이전글 보기 목록보기
게시판검색
자유게시판
순번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수
1301 Kamsamnhida![1]
Sadry Reza / 12-12-09 (일) / 조회 : 3,068
1
Sadry Reza12-12-09 11:303,068
1300 최상의 힐링 캠프
이정범 / 12-12-08 (토) / 조회 : 3,272
이정범12-12-08 23:183,272
1299 강릉문화원. 템플스테이
현덕사 / 12-12-07 (금) / 조회 : 3,911
현덕사12-12-07 15:223,911
1298 최상의 힐링 캠프[1]
이정범 / 12-12-07 (금) / 조회 : 3,920
1
이정범12-12-07 13:593,920
1297 기도는 하루를 여는 아침의 열쇠다
들꽃향기 / 12-11-28 (수) / 조회 : 3,142
들꽃향기12-11-28 19:173,142
1296 기도
들꽃향기 / 12-11-27 (화) / 조회 : 3,002
들꽃향기12-11-27 10:463,002
1295 서울둥지회 현종주지스님과 함께
현덕사 / 12-11-17 (토) / 조회 : 3,148
현덕사12-11-17 11:453,148
1294 서울둥지회, 막사발 커피에 빠지다
현덕사 / 12-11-17 (토) / 조회 : 3,061
현덕사12-11-17 11:343,061
1293 서울 둥지회,건장한 거사님들의 맷돌 그라인딩 체험
현덕사 / 12-11-17 (토) / 조회 : 3,848
현덕사12-11-17 11:173,848
1292 현덕사 저녁 전경
현덕사 / 12-11-17 (토) / 조회 : 3,791
현덕사12-11-17 10:163,791
1291 깨 볶는 솜씨로 커피콩을 볶다 11월8일 한겨레신문(해인사 원철스님)글입니다
들꽃향기 / 12-11-13 (화) / 조회 : 3,312
들꽃향기12-11-13 20:193,312
1290 스님의 커피 스타일 11월8일자 한겨레신문(해인사 원철스님)글입니다
들꽃향기 / 12-11-13 (화) / 조회 : 3,081
들꽃향기12-11-13 20:143,081
1289 가을...
들꽃향기 / 12-11-12 (월) / 조회 : 2,886
들꽃향기12-11-12 17:072,886
1288 아픈 마음 풀어주기
들꽃향기 / 12-11-12 (월) / 조회 : 2,927
들꽃향기12-11-12 16:442,927
1287 자기답게 사는 것
들꽃향기 / 12-11-10 (토) / 조회 : 2,926
들꽃향기12-11-10 17:592,926
1286 가난한 나라에 부처님의 자비를...
들꽃향기 / 12-11-10 (토) / 조회 : 2,959
들꽃향기12-11-10 17:532,959
1285 불교신문 11월 10일 칼럼-논설위원 현종스님(현덕사 주지)
현덕사 / 12-11-10 (토) / 조회 : 3,208
현덕사12-11-10 16:043,208
1284 조계사 음악회 후기(가수 야운과 들구름악단)
들구름 / 12-11-06 (화) / 조회 : 3,009
들구름12-11-06 20:143,009
1283 서울 둥지회 환영합니다
현덕사 / 12-11-04 (일) / 조회 : 2,817
현덕사12-11-04 09:302,817
1282 새누리당 도의원 방문 환담
현덕사 / 12-11-03 (토) / 조회 : 2,963
현덕사12-11-03 16:532,963
게시판 페이지 리스트
새글 작성하기
계좌안내 : [농협] 333027-51-050151 (예금주 : 현덕사)
주소 : (25400)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싸리골길 170 (삼산리, 현덕사) / 전화 : 033-661-5878 / 팩스 : 033-662-1080
Copyright ©Hyundeoksa. All Rights Reserved. Powerd By Denobiz Co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