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작은 절의 겨울나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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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들꽃향기 | ||
등록일 | 2012년 12월 12일 (21:06) | 조회수 | 조회수 : 3,263 |
첨부파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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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 결제 기간이다. 각자 주어진 여건에 따라 화두를 들고 곳곳에서 근기에 맞춰 정진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렵게 방부를 들여 놓고도 사찰 사정상 못 가고 현덕사에서 안거하기로 했다. 절은 작지만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어야 하기에 김장도 하고 문풍지도 바르고 봄에 넣어 두었던 난방기구도 찾아 손봐 내 놓았다. 올해는 동김치가 유난히 맛있게 되었다. 우리 절에는 효부 효자가 많은데 우리 동김치 맛을 보더니만 조금 덜어 달란다. 그 효자의 어머니가 항암치료를 받고 계시는데 드리고 싶어서란다. 얼마 후 힘든 투병생활로 입맛을 잃어 버리셨던 어머님이 시원한 동치미를 잡수시고 잃었던 입맛을 되찾으셨다 전한다. 그러면서 조금만 더 달라고 한다. 반가운 맘으로 우리 먹을 거 없어도 좋으니 많이 가져가라 하고 공양주 보살님에게 더 넉넉히 담그라 했다. 더 담글 재료가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다. 보살님들 억척이 때론 효행의 밑거름이다. 다행히 잘 아는 사람이 무 농사를 짓고 있어 무청을 가져가란다. 말리면 겨울 반찬으로 영양 많고 건강에 최고인 시래기를 말이다. 작은 차로 두 대분을 실어다 다듬어 걸대를 만들어 널어 놓았다. 다 마르기도 전에 가마솥에 푹푹 삶아 솜씨대로 만들어진 시래기국이며 무침을 해 내면 인기 최고다. 내친 김에 택배로 서울도 보내고 멀리 미국까지 보냈다. 줄 건 없고 시래기 한 웅큼이 최고의 선물이다. 겨울 턱까지 싱싱한 배추쌈을 먹어 보려는 욕심으로 배추를 뽑지 않고 그냥 두었는데 어느새 그만 눈이 하얗게 와서 덮어 버렸다. 배추는 무하고 달라서 추위에 강하긴 하지만 눈이 녹으면 바로 뽑아 신문지에 싸서 보일러실에 두어 귀한 분들이 오시면 흐르는 샘물에 깨끗히 씻어 공양 올릴 것이다. 내게 귀한 분이 따로 있는 건 아니고 현덕사에 오시는 분이 그대로 귀한 분이시다. 올해는 특히 겨울 반찬거리를 많이 장만했다. 농약 한 번 치지 않은 고추밭에서 싱싱한 고추 잎을 여러 날에 걸쳐 따서 말려 놨다. 그리고 풋고추는 밀가루를 묻혀 쪄서 말렸다. 며칠 전 멀리 이란에서 템플스테이 체험 온 커플이 있었는데 바삭바삭 튀겨 낸 튀김고추를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옆에 있던 나도 덩달아 입맛이 돌았다. 공양주 보살님의 남다른 손맛도 물론이거니와 현덕사의 반찬은 어느 사찰 못지않은 으뜸이라 자화자찬하고 싶은 이유가 따로 있다. 공기 좋고 특히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물맛이 좋아 음식의 맛이 한층 더 좋지 않나 생각한다. 현덕사의 찻물이나 식수로 아니 허드렛물까지 전부를 지하수도 계곡물도 아닌 오대산 줄기타고 내려온 만월산 중턱에서 샘솟는 샘물로 쓰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에 장작불을 때고 그 불속에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즐거웠던 기억이난다. 그래서 커피 볶은 숯불에 고구마를 구워서 나눠먹었다. 옛 시절이 저절로 떠오르며 굴뚝에 연기를 보고 싶어졌다, 언젠가는 우리 절에 불 때는 아궁이를 만들어서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며 모두 행복해 하였으면 좋겠다. 올 동안거는 흰둥이 그리고 깜둥이하고 하련다. 지금도 그대로 감나무에 달려 얼었다 녹았다 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감홍시를 산까치하고 사이좋게 나눠 먹으면서 말이다. [불교신문 2872호/ 12월12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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