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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스님 / 논설위원·강릉 불교환경연대 대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피서철이 돌아왔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휴가를 떠나기 위해 일정을 잡고 약속을 하느라 분주하다. 그동안 세월에 쫓겨 돌아볼 틈도 없이 살아온 시간을 차분히 정리하고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중요한 시기가 바로 휴가인 것이다. 쉬는 것도 제 때에 잘 쉬어야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휴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현실이다.
여기저기 북새통에 피로감만
사람이 구름처럼 몰려든 휴가지에서 일상보다 더욱 정신없이 보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사람을 피해서 갔는데, 오히려 더 많은 사람 틈에서 힘들고 도로를 꽉 채운 교통체증으로 많은 시간을 헛되이 소비하는 것이다. 휴가를 다녀온 뒤 피로감이 더욱 쌓이고,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지 않는다면 아니 간 것만 못하지 않은가? 그래서 올 여름 만큼은 조용한 곳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롭게 휴가를 즐기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제안한다.
휴가(休暇). 쉴 휴, 틈 있는 날이란 의미다. 그동안 하던 일을 멈추고 틈을 내어 쉰다는 의미이다. 그릇에 물이 차면 더 이상 담을 수 없다. 그릇을 비워야 더욱 신선하고 깨끗한 물을 담을 수 있다. 그동안 직장에서 가정에서 물을 채우기 위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면, 이즈음에서 물(일)을 비우는 것도 좋은 일이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휴가를 보냈으면 한다. 그리하여 휴가가 끝난 뒤에는 더욱 열심히 물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휴가철을 맞아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일이 있다. 거의 모든 국민이 산과 들, 그리고 계곡과 바다로 휴가를 떠난다.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다 움직이는 대이동이 이뤄질 것이다. 그 때문에 고속도로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 도로들이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다. 바다와 계곡 심지어 실개천까지 구석구석을 찾아서 각종 쓰레기와 발자취, 자동차의 매연으로 황폐화 시킬 것을 생각하니 맘이 짠하게 아려온다. 수많은 야생동식물이 죽어 갈 것이다.
생명은 그 어느 존재에게나 소중하고 고귀한 것이다. 동물도 그들의 생명은 존중받아야 한다. 휴가를 가기 위해 이동하다 길 위에서 죽은 생명을 만나면, 그들의 넋을 위로해주는 마음(자비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들을 만났을 때 마음속으로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는 것도 불자의 도리이다. 그것이 바로 ‘작지만 큰 덕(德)’을 쌓는 일이다.
올해 피서는 조용한 산사(山寺)에서 지내는 것은 어떨까? ‘놀고먹는 휴가’ 대신 ‘(마음을) 쉬고 (가르침을) 배우는 휴가’를 생각한다면 산사에서의 피서가 여유와 편안함을 줄 것이다. 여름이 되면 전국의 많은 사찰에서 수련회를 열고,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조용한 山寺 하룻밤 어떨까
자신의 근기에 맞는 수련회나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몸과 마음을 쉬고 산사의 고즈넉함도 만끽해 보자. 도량석 목탁 소리에 잠을 깨고, 어둠이 가시지 않은 도량을 거닐고, 스님들에게 참선을 지도받다 보면 어느새 속세의 번뇌는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부처님도 우기(雨期)에는 만행을 멈추고 쉬면서 정진했음을 기억하자. 아무리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라지만 잠시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일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휴가철에는 많은 사람들이 ‘느림의 미학’과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교신문 2643호/ 7월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