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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안거 선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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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1년 01월 25일 (11:51)조회수조회수 : 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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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스님 / 논설위원·강릉 불교환경연대 대표



여명이 밝아오면 가야산 정상이 한 송이의 연꽃으로 피어난다. 항상 부러워만 하고 그리워만 하다 수도암에 동안거 방부를 들여 살고 있다.

수도암은 도선국사가 창건한 도량이다. 산세가 수려하고 경관이 뛰어나 수도하기에 좋은 곳이라 터를 잡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도량이 편안하고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새벽 3시 도량석 목탁소리에 일어나 찬물에 세수를 하고 죽비소리에 입선에 든다. 방선 후에 아침 공양을 하러 가는 길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부처님께서 정각을 이루셨다는 샛별이 얼마나 아름답게 빛났는지를 떠올리며 횐희심까지 난다.

별빛 달빛 의지한 포행

공양 후에는 포행을 한다.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별빛과 달빛에 의지한 포행 길은 자연과 나만의 색다른 만남이다. 스치고 지나가는 매서운 바람도 부처님의 설법 소리로 들린다. 밖에 있을 때는 새벽 예불이 끝나자마자 교계신문부터 인터넷까지 모든 매체의 정보를 보는 것이 중요한 일과였다. 내가 그렇게 세상 돌아가는 현실을 알고자 뉴스를 찾아보았지만, 실상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방부 드린 날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신문이나 인터넷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어느 것 하나 몰라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우주는 섭리대로 아무 탈 없이 정상 운행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밖에서는 핸드폰을 언제나 들고 다녔다. 시도 때도 없이 뭐가 그리 바쁘고 할 말이 많았는지 되돌아본다. 지금은 전화를 안 갖고 다녀도 아무 불편한 것이 없다. 오히려 내겐 너무 편안하고 좋기만 하다.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니 참으로 어리석게 살아왔음을 절절히 느낀다.

여기서는 만날 사람도 없고 오가는 곳도 없다. 인연 따라 오면 만나고 인연 따라 가면 구름처럼 흘려보낸다. 또 그렇게 만나기도 할 것이다. 인연은 주어지는 것이라 하지만, 나는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부처님 법을 공부하는 사람은 자기 인생을 스스로 주관하는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까지는 내가 잘 나서 잘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전국의 제방선원에서 철마다 산문을 걸어 잠그고 화두 일념으로 수행 정진하는 많은 스님들의 정진력으로 한국불교가 존재하고 있고, 더불어 나도 살아왔던 것이다.

조그만 절에 살면서 들렸던 교계 소식이 마음의 상처로 다가오기도 했다. 나는 이곳 수도암 선원에서 불교의 미래를 보았다. 정말 여법하게 수행하는 스님들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이전의 내가 부끄러웠다. 나로 하여금 재발심하게 만들었다.

수도암이 있는 곳의 마을 이름도 도(道)를 닦는 수도리(修道里)이다. 그래서인지 절에서 일하는 부목 처사도 묵언패를 달고 다니면서 묵언 기도를 했다. 그러니 스님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결제가 시작되면 소임 방을 짜게 된다. 한 철의 계획을 세우는데 이곳 가풍에 맞게 반 철 산행도 안한다. 음력설이면 대부분의 사찰에서 성불도 놀이나 윷놀이를 하는데 그것마저 하지 않기로 대중이 뜻을 모았다.

하심을 배우다

큰 방에는 24시간 좌복이 가지런히 놓여있어 누구나 언제라도 앉고 싶을 때 앉을 수 있다. 선원에 함께 사는 스님들이 얼마나 겸손하고 공부가 많이 되었는지 내가 어디다 몸을 두어야 할이지 모르겠다. 바깥에서는 위아래가 없어져 가고 온 세상이 아수라장과 같은데 이곳은 모든 것이 순서가 있고, 일의 진행이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다. 소임을 짤 때 법납이 많은 스님이 굳이 하소임인 정통(淨桶)을 하겠다고 하기에 왜 그러냐고 물으니 이번 철에는 하심하는 마음으로 해우소 청소를 하겠다고 했다. 청소 하는 모습을 보니 수행하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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