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덕사 13-06-25 09:26 | | | 조회수 : 294 | | | 둥지를 틀고 지저귀는
제비를 바라보며
급격하게 변하는 현실에서
개개인이 참 나를
일념으로 바라보는
삶의 자세를 가지길
염원해 본다
산사의 하루는 유정, 무정의 일체를 조용히 깨우는 청아한 도량석 소리로 시작한다. 휘파람새, 박새, 파랑새, 접동새 등은 만월산 자락 곳곳에서, 무명에서 깨어나기 위한 움직임으로 도량석 소리에 맞추어 현덕사를 서서히 채워 나간다. 얼마 전 새벽 예불을 드리고 법당 앞에 서서 사찰의 산세와 도량 구석구석을 살피다가 반가운 가족을 발견하였다.
작년 템플스테이 공간으로 신축한 정수당 처마 밑에 제비가 둥지를 튼 것이다. 제비의 둥지를 발견한 것이 무어 그리 대수로운 일인가 의문을 가지겠지만, 지인의 집 처마에 자리 잡은 제비 둥지를 보며, 출가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남모르게 부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철없던 어린 시절, 빨랫줄에 앉아 있던 새끼 제비를 죽게 했던 기억이 출가한 후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면서 오랜 기간 늘 마음에 자리 잡고 있어 괴로웠다. 그러던 중 만월산 자락에 현덕사를 창건하게 되었고, 그 동안 마음으로만 새겼던 새끼 제비 영가 천도재를 백중날 지내고 나서야 그 번뇌의 짐을 내려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해마다 현덕사 동식물 천도재를 봉행하고 있다. 이렇게 제비와 남다른 인연을 지니며, 현덕사에 제비가 둥지를 틀길 혼자만의 바람으로 십여 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었다.
제비는 민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친숙한 여름 철새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제비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인간의 무지와 이기심으로 인한 물질문명의 발달과 생태계 파괴, 주거 환경의 변화 등과 더불어 사람이 뿌린 농약이 제비의 몸에 쌓여 알껍질이 얇아지고, 부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아마 이 제비 부부는 둥지를 틀려고 현덕사 온 도량을 돌아 다녔으리라. 제비는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오랜 기간 그 조그만 몸뚱이로 분주하게 나뭇가지와 잎 등을 하나씩 하나씩 힘들게 물고 날아와 진흙과 침을 섞어 정성을 다해 집을 짓고 있었다. 이 새는 일부일처로 암수가 함께 새끼를 기르며 매년 같은 둥지로 돌아오는 귀소성을 지니고 있다. 녀석들에 대한 걱정에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제비 둥지를 살펴보니, 아직 새끼는 치지 아니하고 튼실하고 소담스런 집을 잘 만들어 놓고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비에 관한 많은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제비의 울음소리와 관련하여 지지배배 우는 소리가 시시비비(是是非非)와 유사하다 하여 ‘옳고 그름을 가리는 새’라는 이야기가 있다. 유몽인의 어우야담(於于野談) 설화에는 제비가 논어를 읽는 새라 전하는 우스갯소리가 실려 있다. 조선 시대의 문인인 유몽인이 조선 사람은 어떤 경서를 읽느냐고 묻는 중국 사람에게 농담 삼아 했다는 이야기로 ‘조선의 제비(燕)는 지지위지지(知之謂知之) 부지위부지(不知謂不知) 시지야(是知也)라 운다’고 하였다 한다.
이는 논어 위정편에 실려 있는 문장으로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라는 의미이다. 본인이 외부의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다 스스로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앎의 비롯됨이며, 그와 함께 겸손, 진솔한 소통의 마음 자세가 중요함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오늘 현덕사에 둥지를 틀고 지저귀는 제비를 바라보며, 급격하게 변하는 현실에서 개개인이 참 나를 일념으로 바라보는 삶의 자세를 가지길 염원해 본다. 더 나아가 소외되고 지친 이들을 어루만지는 조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길 부처님 앞에 간절히 기원해 본다.
[불교신문2920호/2013년6월15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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