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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의 자식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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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2년 05월 02일 (21:20)조회수조회수 : 967

 

박새의 자식 사랑 
자연의 소리는 언제 어디서 들어도 아름다워 그 소리를 듣는 모든 중생들은 위안을 얻고 편안함을 느낍니다. 세상의 소리는 모두 아름답지만 이른 봄에 숲에서 들리는 뭇 새들의 짝을 찾는 연가는 유독 아름답게 들립니다. 새벽 동이 트자마자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새들의 합창을 들으면서, 만일 극락이 있다면 이 아침에 들리는 풍경 소리와 솔잎에 스치는 자연의 소리가 그 음악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어느 봄날, 화사한 봄 햇살이 좋아 문을 열어놓고 커피를 마시는데 박새가 문지방에 날아와 두리번거리는 것입니다. 박새는 심지어 찻방 안까지 날아 들어와서 소란을 피우기도 하였습니다. 보살님들은 야생의 새가 날아든 것이 신기하여 사진도 찍고 환호도  하면서 박새의 예고 없는 방문을 환영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새들이 방에도 들어오고 문지방에 앉아 이리 저리 살피기도 하는 이유를 말입니다. 그것은 짝을 찾은 새들이 신혼의 보금자리를 지을 집터를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새들은 뱀이나 쥐, 그리고 뻐꾸기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천적들의 눈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찾아 온 산천을 헤매고 다니는 것입니다. 그 장소는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을 적당한 높이에, 바람이 잘 통하고, 물과 비를 피할 수 있으며, 새들이 앉았을 때 시야가 넓게 펼쳐지는 곳이라야 됩니다.  
그에 걸맞는 곳이 제가 사는 처소에 만들어 달아 놓은 새집, 그리고 신발장 제일위 구석, 이렇게 두 곳이었습니다. 새 가족들은 이 두 곳을 집으로 점찍고는 부지런히 재료를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세상에서 제일 포근하고 아늑한 둥지를 만들었습니다. 그것을 아는지라, 새들이 다니기 좋으라고 춥고 바람이 불어도 저는 늘 덧문을 열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부지런히 둥지를 짓던 박새가 어느 날부터 안 보였습니다. 덧문을 열어 놓는 것이 춥고 성가스럽기도 했지만, 아침마다 지저귀는 새 가족이 생긴 것도 좋고, 예쁜 새들을 보는 것이 어느새 큰 즐거움이 되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새들이 사라진 것이 많이 서운하였습니다. 
저는 ‘박새가 왜 떠났을까’ 궁금해 새 둥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둥지 안에는 앙증맞은 새알 두 개가 있었습니다. 텅 비었을 줄 알았던 둥지 안에 놓인 작은 새알이 저는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어미새는 어딜 갔을까? 천적에게 잡혔나? 아니면 그물에 걸린 것일까? 아니면 둥지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서 떠난 것일까? 예쁜 알을 두고 돌아오지 않는 박새가 걱정되어 저는 하루 종일 온갖 상상을 다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혹시나 하는 맘에 살펴보니, 둥지 속엔 새알이 하나가 늘어 세 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더니 다음날엔 네 개, 다음엔 다섯 개, 그렇게 하나씩 늘어나 마지막으로 일곱 개까지 알이 늘어나 둥지를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칠 일째 아침부터 박새는 그 알들을 품기 시작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좁은 것을 새 가슴 같다고 하는데 그것은 몰라서 하는 말입니다. 일곱 개나 되는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보면 새의 가슴이 얼마나 넓고 포근한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 후로 박새는 하루에 몇 번을 들여다봐도 항상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알을 품고 있는 것입니다. 물도 한 모금 안 마시고, 먹이도 안먹고. ‘배가 고파 어떡하나’ 저는 걱정이 이만 저만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미가 품고 있으니 그저 맘을 놓아도 그만일 것 같지만, 사실 매일 매일 둥지를 확인한 이유는 혹시 뻐꾸기가 탁란을 하지 않았나 해서였습니다. 
작년에도 올해처럼 처마 밑 새집에 박새가 깃들었는데, 새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저는 새알이 둥지 밖에 떨어져 깨져있고, 새끼도 떨어져 죽어 있는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것이 뱀이나 쥐의 소행이거니 하며 슬픈 맘으로 묻어주었습니다. 극락왕생을 기원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고 나서 둥지가 궁금해 들여다보니, 그 안에 뭔가 시커먼 게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뻐꾸기 새끼였습니다. 박새 둥지에 뻐꾸기가 몰래 넣어놓은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 새끼가, 둥지의 주인인 박새의 알을 밀어내고 새끼를 떨어뜨려 버린 것입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보다도 몸집이 큰 남의 자식을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먹이를 잡아다 주는 바보 같은 박새가 참으로 불쌍해 보였습니다.     
다행히 올해 박새가 품고 있는 알은 일곱 개가 모두 박새의 알인 듯 했습니다. 모양도, 크기도 비슷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그 중 하나가 또 뻐꾸기의 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일 그것을 미리 알아보았다면, 과연 그 알 하나를 꺼내어 버리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자기 자식을 남의 품에서 자라게 하는 것은 뻐꾸기의 본성이고, 이 또한 자연의 섭리 중 하나인데 인간인 제가 함부로 그 생명을 바꾸고 정돈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요? 그렇지만, 그대로 두면 또다시 박새의 새끼는 죽고 말 것입니다. 이도 저도 모두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며 박새를 보니, 박새는 평화롭게 알을 품고 있습니다. 박새는 자신이 품은 알이 무엇이건, 오로지 그 생명을 살리려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박새의 모습에서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인간도 생명의 하나, 인간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에 앞서, 자식을 죽인 원수까지도 ‘생명’으로 보듬어 살리는 박새의 커다란 자식사랑에서 거대한 우주의 비밀을 생각해 보게 되는 것입니다. 

불교신문  4월 28일

코멘트현황
황금사과
황금사과 | 13/04/18 11:24
자연의 섭리는 위대합니다. 생로병사도 자연의 섭리임을 한번 더 생각해봅니다.
좋은 글 감동깊게 읽었습니다.
숲속의 새소리에서 큰 교훈을 얻습니다.
13/04/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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