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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의 숲을 거닐며 (불교신문 8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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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7일 (16:04)조회수조회수 : 544
동식물을 위한 ‘천도재’

얼마 전에 선방 대중공양을 하기 위해 신도들과 함께 차를 타고 나섰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도로는 차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푹푹 찌는 날씨에 주차장 같은 도로위에서 얼굴 찌푸리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무엇 때문에 고생을 사서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같은 생각도 금세 사라지는 일이 일어났다. 도로 위에 방치되어 있는 동물들의 사체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길을 건너다 달려오는 차에 부딪혀 목숨을 잃은 동물들을 바라보며 마음이 착잡했다. 고라니나 토끼도 소중한 생명인데….

부처님 가르침을 담은 경전 가운데 하나인 〈자비경〉에 나오는 내용이다. “살아있는 생물이면 어떤 것이건 모두가 탈없이 잘 지내기를 모든 이가 행복하기를. 살아있는 생물이면 어떤 것이건 모두 다 약한 것이거나 강한 것이거나 길거나 크거나 아니면 중간치이거나 또는 짧거나 미세하거나 거대하거나 눈에 보이는 것이거나 또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태어났거나 태어나려 하고 있거나 모두가 탈 없이 잘 지내기를 모든 이가 행복하기를….” 대자대비(大慈大悲)한 부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동물과 식물들은 사람들의 손이 닿을 때마다 무참히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다. 산과 강, 그리고 바다의 구석구석까지 망가지는 이유는 사람 때문이다. 차바퀴나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의 풀은 어김없이 밟히고, 나무는 꺾이고, 흙은 패이고, 돌은 부서진다. 운전을 하다 보면 간혹 만나는 일그러진 야생동물들…. 때로는 너무 참혹하여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을 위해 차를 타고 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부디 극락왕생하라는 축원뿐이다.

〈대지도론〉에는 “모든 죄업 중에 살생의 죄업이 제일 중하고 모든 공덕 중에서 방생이 제일”이라는 내용이 있다. 마땅히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생을 삼가야 할 것이다. 또 불가피하게 살생을 했다면 당연히 참회를 하고, 영가를 천도해주는 것이 도리이다.

현덕사에서 몇해전부터 ‘동식물 수륙고혼 천도재’를 거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처음에는 이상한 스님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동참하는 불자들의 태도가 진지해지고 있다. 다행스런 일이다.

지난 7월에 봉행된 천도재에 동참한 한 노보살은 “새끼 고양이 몇 마리를 죽게 한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고양이의 왕생극락 발원기도를 올린 후 너무 마음이 편해졌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왔다.

자신의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밤이 되면 식물들도 이파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다소곳이 잠자는 것을 아느냐고. 쉬지도 못하게 밤을 낮처럼 밝히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면서 입으로만 자리이타의 삶을 외치는 사람들이 어찌 휴식시간 마저 빼앗겨 버린 동식물들의 애환을 헤아릴 수 있을까.

사슴 같은 눈망울을 좋아하면서도 몸보신을 이유로 맑은 눈망울에 눈물을 머금게 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부처님께서는 ‘일체 중생 실유불성’을 설하셨다. 사람들의 생명이 소중한 만큼 동식물들이나 무생물의 생명도 귀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했으면 좋겠다.

자연환경이 제 모습을 잃어버리면 우리 사람들도 이 땅에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모든 생명이 온전하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경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옛날 초계 비구 스님은 산길을 가다가 산적을 만났다. 산적들은 스님께 빼앗아 갈 물건이 없자 그만 풀줄기로 스님을 묶어놓고 가 버렸다. 스님은 힘 한번 주면 툭툭 끊어져 풀려 나올 것을 사람들이 와서 풀이 상하지 않게 풀어 줄 때까지 기다리셨다고 한다.”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며 사는 우리들에게 생명 존중의 사상을 깨닫게 해 주는 이야기이다.

교통사고나 환경파괴로 목숨을 잃은 동식물의 영혼을 위로하는 ‘동식물 수륙고혼 천도재’를 봉행하는 자리를 마련한 까닭은 생명존중 사상과 더불어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려는 작은 발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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