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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체험기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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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7일 (16:14)조회수조회수 : 2,033

바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강릉에 둥지를 튼지도 2년이 다된다. 1년은 아내와 아이들이 먼저 내려와 정착하는 동안 난 주말부부라는 명목으로 서울과 강릉을, 영흥도와 강릉을 1년여 동안 단 하루의 주말도 빠지지 않고 금요일 저녁 자정이면 가족과 상봉하고, 일요일 저녁이면 직장이 있는 서울로, 영흥도로 향했다. 직장생활 10년이 넘었지만 나의 삶을 돌아보기란 현재의 삶이 주는 압박감이 너무도 무겁게만 느껴져서인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어제, 오늘, 내일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음 속 한 구석에는 가족과 합류해야지라는 소망 하나가 전부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 자리가 있어 강릉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되었다. 지방에서 하는 업무는 본사에서 보는 업무보다 단순하면서 반복적인 업무라 정신적으로 휴식을 가져 올 수 있었다. 출퇴근하는 시간도 산책하 듯 쉬이 걸어갈 수도 자전거 타고 갈 수도 ..... 좋았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편안함을 되찾은 뒤 독서와 운동 및 마음의 수련까지도 어느정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왜 사는가도 생각하고, 죽음을 잘 맞이 하는 것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을 하게 여유를 찾게 되었다. 내 몸을 빌어 태어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책을 통해서 배우고, 몸소 실천을 통해서 약간은 느껴 보기도 했다. 점점 사는게 행복해졌다. 아내를 통해 배우는 것도 행복을 느끼는 것도 많다는 걸 느꼈다. 이이들이 나에게 살아가는 즐거움과 행복을 선물하기 위해 나에게 왔다는 것도 알게 되는데에는 그리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물론 순간 순간 아내와 아이들에게 내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화를 내기도, 미리 내 기분이 안 좋다는 말도 할 때도 많았지만 그 순간에도 어제의 화는 아니요, 기분이 안 좋지만 살아가는 기본인 가정의 행복은 그 순간에도 느낄 수 있었다.

여가시간을 통해 인라인도 배우고, 궁도도 시작했다. 인라인은 하체를 궁도는 상체를 비롯해 온 몸을 채울 수도, 비울 수도 있었다. 가족여행을 해외로 처음 떠나보기도, 우리나라 역사의 현장을 찾아보는 역사의식도 누려 보았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1%가 마음 한구석에 있는 듯 절대적인 그 무엇을 원하는 것 같았다.

마음수련이란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하나님을 비롯한 절대적인 신과 나는 하나다' 라는 내 몸은 풀 한포기와 다를 바 없다라는 또한 '온 우주의 존재 하는 것 모두는 하나다' 라는 그러한 말들이 아주 미세하지만 점점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느 매체를 통해서 흘러나오든 최종적인 귀결은 어느 한 점으로 모이는 그 무엇을 점점 뚜렷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에 한 5년 전부터인가부터 마음속에 담아 둔 산사체험을 직접 해보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는 홀로 1주일 정도 시간을 가지고 하고 싶었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것도 괜찮다 싶어 템플스테이를 검색해 보았다. 강릉에서는 현덕사에서 한다고 검색되었다. 현덕사에 전화로 문의하니 전화를 통해서 흘러오는 단어가 방문시간을 앞당겨 주었다. "아무때나 오세요, 아이들은 추억을 먹고 자랍니다. 쌀도 있고, 이불도 있으니 몸만 오세요" 내 마음 속에는 전화를 거는 순간에도 약간의 두려움과 부정적인 생각들이 자라고 있었던지라 과연 어떤 곳인가 빨리 체험해 보고 싶었다.

아내에게 6월 5일 근무 마치고 현덕사로 떠나자니 그렇게 하자고 한다. 당장 현덕사로 전화를 걸어 떠난다고 예약을 하고 현덕사 사이트에 들어가 한 번 쭉 훑어봅니다. 음음.....1999년부터 현종 주지스님께서 머무시고 계셨습니다. 불교에 접근한다기 보다는 삶의 뭔가를 느껴보고자 떠나는 여행이었다.

현덕사 가는길은 아름다웠습니다. 가는 입구에 꽃피는 마을이란 간판이 있어서 아 현덕사가 꽃피는 마을인가보구나 생각되었다. 현덕사에 도착하니 현종 주지스님께서 돌로 된 마당으로 나오셨다. 저녁 공양은 했느냐고 묻고 부처님께 인사드리자며, 대웅전으로 안내를 하셨다. 아내와 아이들과 뭔가 생소하지만 색다는 체험에 마음속으로는 '아 좋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거처로 향했다. '정말 이런 산속에 물소리, 새소리, 개구리소리 인간의 근심 걱정은 저 아래 산에서 머물고, 이 산에는 태고적 순수함만 존재하겠구나' 생각했다.

방에 들어가니 비구니 스님 한 분과 공양보살, 서울에서 내려온 보살 이렇게 3분이 더 계셨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간단한 인사와 함께 내일 아침 5시에 기도를 드린다는 주지스님의 말씀으로 하루를 마무리해 나갔다. 모두가 자리를 뜨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이 방이 참 아름다워 보였다. '아 좋구나, 이렇게 행복할 수가' 뭐가 더 생긴 것도 아닌데 마음이 절로 행복을 느기고 있었다.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이불을 펴고 잠자리에 드는데 개구리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화음을 내는지, 강한 바람으로 인해 풍경소리는 얼마나 장엄하게 들리는지. 속세는 여기에 감히 침입하지 못했다.

-2부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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