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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체험기 -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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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7일 (16:15)조회수조회수 : 845

첫날밤은 강풍으로 인해 밤새 풍경소리를 들어야 했으며, 개구리 소리 또한 멈추지 않았다. 여기에 새벽녘에는 새소리까지 모두가 아름답지만 밤새껏 울어대니 잠을 설치게 되었다. 아이들은 피곤함 때문인지 잠을 잘자고, 아내는 개구리 소리가 여느 오케스트라가 연주 하듯 한다면서 신기하다고 했다. 난 사실 어려서 깊은 산골에서 잘라서 그런지 좋다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계속되니 나중에는 소음으로 여겨졌다.

드디어 4시 40분 알람을 통해 잠에서 깨어나 간단하게 세면을 하고 아내와 둘이 5시까지 기다린다. 옆 방에 계신 공양보살과 멋쟁이 보살께서 비구니 스님이 대웅전앞을 오가며 목탁을 두드리니 따라다니면 좋다고 알려준다. 아내가 신발을 신으려고 신발을 찾으니 한짝이 없단다. 깜순이라는 개구쟁이가 신발을 가지고 놀다가 흘린 모양이다. 결국 찾다가 못찾고 차에 있는 여분의 신발을 가져다 아내에게 주고 서서히 대웅전 계단을 향해 걸어간다. 비구니 스님이 옮겨가는 방향대로 뒤를 쫓으며 합장을 한 모습으로 이어 걷는다. 마음속 한편에는 어색함이 묻어 있지만 동트기 전의 여명 때문인지 기분은 한결 가볍고 새롭다.

5시에 대웅전 안으로 들어가 현종 스님의 새벽 염불 순서에 따라 소리내어 염불을 읽으면서 부처님께 절도 드리면서 하나하나 따라서 한다. 현종 스님의 메인 염불이 끝나고 이번에는 비구니 스님의 순서, 마지막 무렵부터는 108배를 하고 마치란다. 그전에도 집에서 아내와 가끔은 운동으로 108배를 한적이 있다. 이 때에는 정말 온몸 운동으로 심신을 깨끗하게 청소한다는 기분으로 했지만 지금 드리는 108배는 부처님께 나의 소원과 가족의 소원을 이루게 해달라는 조금은 부담스러운 108배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그저 숫자에 개의치 않고 아내와 보조를 맞추면서 열심히 절을 했다. 시간이 꽤 지났건만 아내는 계속한다. 어느 순간 아내가 멈춘다. 난 속삭이는 목소리로 108번 다 했느냐고 아내에게 확인하는데 아내가 세면서 해서 다 끝났단다. 중간에 아내보다 한번 옷을 벗느라 빠진 것을 채우고 108배를 마쳤다. 상의가 약간 축축해진 것 같다.

대웅전을 빠져 나오니 밖은 환하다. 현종 스님께서 아침 공양을 마치고 구덩이를 하나 파라고 하신다.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정확하게 내용은 잘 모르겠다. 앞마당에 들어서니 상언이(큰아이)가 마루에 앉아 있다. 깜순이와 장난을 하고 있다. 어제는 약간 겁을 내더니 자고 일어난 지금은 그래도 많이 친해져 보인다. 준휘(작은아이)는 일어나서 엄마가 없으니 약간 울었나 보다. 스님이 준휘한테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스님이 무섭단다. 낯선 환경이 주는 위압감 때문일 것이다. 아침 공양은 김치찌게와 두부다. 아이들은 김에 밥을 싸서 먹는다. 절에서 먹는 음식이면 비만도 몸 아픔도 없을 것 같이 느껴진다.

아침공양을 마치고 차를 마신다. 오늘 아침은 녹차. 멋쟁이 보살의 언변으로 한바탕 웃음꽃을 피워본다. 한참을 얘기에 집중하다 공양보살께서 일어서시기에 뒤를 따라 일어서면서 구덩이를 어디에 파 드리냐고 묻자, 글쎄 하신다. 그에 앞서 바깥에 빨래줄 밑으로 해서 풀을 제거해 달란다. 낫과 장갑을 챙겨 복장을 긴 옷으로 갈아입고 일을 시작한다. 얼마만에 풀을 베어 보는가. 너무 오랬만에 일을 해서 그런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몸에서 땀은 비오듯 흐른다. 풀베기를 하는데 상언이와 준휘가 와서 거든다. 정말 힘들게 풀베기 일을 마칠때쯤 현종 스님께서 구덩이는 빨랫줄 뒤로 한켠에 파라고 하신다. 삽과 괭이로 구덩이를 판다. 한참을 파고 이제 이정도면 되겠지 할때쯤 아내가 와서 하는말 구덩이가 너무 작단다. 아 힘들지만 이왕 시작한 것 마무리하자 생각하면서 좀 깊이 판다.

점심은 야채쌈을 준비해서 먹자고 하신다. 개울가 옆에 밭이 있는데 거기에는 상추, 쑥갓, 배추가 있다. 오전에 교수님 한분과 총무님께서 올라오셔서 공양 준비를 여유있게 해야한다. 현종스님께서는 뽕잎을 몇개 따 오셔서 그것도 같이 쌈으로 먹자고 하신다. 공양보살께서 하시는 말씀이 뽕잎은 간에 좋다고 하셨나 그랬다. 완전 유기농으로 기른 야채인지라 씻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공양보살을 주로 해서 보살님들이 공양을 준비하고 현종 스님을 비롯한 거사님들을 주변을 정리했다. 절이 계속 확장하는 곳이라 정리가 필요한 부분이 많았지만 상주하시는 거사님이 안계셔서 손이 필요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점심 공양은 완전 풀밭. 상추 쑥갓 배추 뽕잎을 가지고 된장을 찍어 먹는다. 조금은 과식을 해도 전부가 채소인지라 부담이 안된다. 그리고 식사 후에는 차를 마셔서 그런지 소화도 잘된다. 아이들은 불만인 듯 싶다. 아내는 채소류를 좋아해서 그런지 만족한 편이다. 난 음식은 다 맛있으니 문제가 안된다. 식사후에는 멋쟁이 보살께서 서울로 올라가신단다. 비구니 스님도 다음 행선지를 향해서 떠나시고.....

아이들은 이제 몇시에 갈거냐고 자꾸 묻는다. 심심하단다. 상언이는 친구들하고 놀고 싶어서이고, 준휘는 엄마 아빠에게 달라 붙어 있는다고 따로 떨어져 혼자 앉으라는 현종 스님의 말씀에 약간은 겁을 먹었는지 집에 자꾸만 가자고 한다. 오후 1시 20분쯤 다들 절을 떠난다. 교장선생님 보살이 주지 스님께서 돌아오실때까지 절에 계시기로 약속하고 우리는 2시쯤에 출발하기로 아이들에게 얘기한다.

주지스님과 공양보살이 떠난 절에 주인은 이제 우리 가족이다. 처음 찾은 절에서 이튼날 바로 주인으로 급상승한다. 주지스님께서 어디를 가든 주인으로 살아가라는 말씀이 바로 이런 말씀이었구나 싶다(???). 주인이 된지 10여분쯤 되었을까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자전거를 끌고 마당으로 들어선다. 주지 스님을 뵈러 왔단다. 교장선생님 보살이 상황을 설명하면서 점심공양은 어떻게 했느냐 묻는다. 아내와 난 바로 손님 대접을 한다. 물, 수박 그리고 밥을 찾는데 없다. 라면을 다행히도 찾아서 요리를 해서 학생에게 공양실에서 먹으라고 한다. 학생때는 먹고도 돌아서면 배가 고픈시기라 학생이 11시에 아침을 먹었다고 하지만 라면을 주니 한그릇 뚝딱이다. 오늘 한 번 베푸니 마음이 따듯해진다.

이제는 하산해야 할 시간 처음 찾은 절인데 몇 년 전부터 다녀간 그런 느낌이다. 주지스님을 비롯해 모두 편하게 대해준 덕분인 것 같다. 어제 오늘 행복한 느낌은 지속된다. 세상 살아간다는 것이 뭐 특별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누구를 원망하거나 탓하기 보다는 서로가 웃으면서 살아가는 세상. 정말 잘난 사람이 뭐며, 못난 사람이 뭔지. 신분을 상승시킨다는 것이 무엇을 위해서인지. 세상사 하나 얻으면 하나 잃는 것 그저 사랑과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는게 제일인 듯 싶다.

현종 스님 감사합니다. 저희가 제 1호 템플스테이 가족이라 하시던데 마음 편하게 쉬고 왔습니다.

 

- 둥근돌(박병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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