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현종스님 / 오체투지 순례에 동참하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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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별밭 | ||
등록일 | 2009년 05월 25일 (23:00) | 조회수 | 조회수 : 3,4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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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스님 / 논설위원·강릉 불교환경연대 대표 지난 21일. 한여름 장마를 방불케 하는 장대비가 서울에 쏟아졌다. 바로 그날 서울 시내에는 빗물이 흥건히 고인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절을 하며 행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서울시청 앞을 출발한 ‘사람.생명.평화 오체투지 순례단’은 청계천을 거쳐 조계사에 이르는 동안 비 내린 도로 위에서 절을 했다. 이날 순례단에는 수경스님을 비롯해 문규현.전종훈 신부와 불자.시민이 동참했다. 왜 비오는 땅바닥서 절 할까 시청을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은 비와 땀으로 범벅이 됐다. 비옷을 입었지만 소용없었다. 빗물이 비옷을 헤집고 들어와 온몸을 휘감았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징소리에 맞추어 땅바닥에 몸을 던지고, 일어나 합장 하는 것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비장했다. 모든 것을 접고 많은 사람들이 이날 오체투지에 동참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왜 비오는 차가운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는 것일까. 그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순례단 명칭대로 ‘사람.생명.평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서다. 모든 존재들이 교만과 헛된 욕심을 던지고, 스스로 낮추기를 바라는 엄숙하고 경건한 표현이 오체투지인 것이다. 이날 순례단은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굵은 빗방울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땅에 흥건히 고인 흙탕물도 피하지 않으며 오체투지를 했다. 행진 내내 최대한 몸을 낮춰 땅에 가까이 다가가고, 마음을 최대한 안으로 돌려 평화에 다가서는 ‘엄숙한 표현’이었다. 대지(大地)와 하나 되는 오체투지는 사람과 자연이 둘이 아니며, 사람과 자연은 똑같이 소중한 존재임을 알려주는 경건한 의식이다. 사람만을 생각한 개발 정책과 환경파괴는 잘못이며, 자연과 환경을 우리의 생명처럼 존중해야 한다는 간절한 호소가 오체투지에 담겨있다. 이날 빗속의 오체투지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요란한 시위가 아니었다. 단지 세상에 있는 ‘또 다른 나’에게 ‘사람.생명.평화’의 소중함을 간절히 호소하는 몸짓이었다. 시청에서 청계천을 거쳐 조계사에 도착한 후 열린 시국법회에서 순례단이 발표한 호소문에는 이 같은 의미가 잘 드러나 있다. “……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공업 중생으로서, 왜 우리 스스로 우리의 삶을 이토록 황폐화시켰는지를 성찰해 보자는 것입니다. 오체투지는 세상과 만물에 대한 공경입니다. 자신을 낮추고 또 낮추는 끝없는 자기 부정의 고행입니다. (오체투지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라고 할 것이 없음을 사무치게 깨닫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나와 대상의 경계를 허무는 행위입니다.……” 사람·생명·평화 소중함 알자 작년 9월4일 지리산을 출발한 순례단은 올해 3월28일 계룡산에서 2차 순례를 시작해 하루에 4km씩 이동한 결과 49일 만에 서울에 왔다. 지난 17일부터 서울 구간 순례를 시작해 6월6일에는 임진각 망배단에 도착한다. 이어 북녘땅 묘향산까지 순례할 계획이다. 계룡산에서 서울은 불과 1~2시간 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순례단은 무려 49일이나 걸렸다. 비록 시간은 많이 걸리고, 더디었지만,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생명을 만났다. 승용차를 이용했으면 경험하지 못하고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21일 쏟아진 장대비가 그동안의 ‘지독한 가뭄’을 해갈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이날 내린 비로 그동안 물 부족 때문에 시들었던 생명이 소생했다고 하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오체투지 순례 또한 가뭄 뒤의 비처럼 현대인의 마음에 ‘사람.생명.평화의 감로수’가 될 것이라 믿는다. [불교신문 2527호/ 5월27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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