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종스님 / 논설위원.강릉 불교환경연대 대표
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10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49재가 거행되는 날이었다. 떠나보낸 뒤에야 아쉬워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이 중생이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비통하고 참담했다. 우리는 지난 5월 전직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전대미문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슬픔에 빠졌다.
서거는 비통하고 참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은 서거 이후 끊이지 않은 조문 행렬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장례기간 동안 무려 500만 명의 조문객이 전국 각지에 마련된 빈소를 자발적으로 찾아 애도를 표했다. 시민과 불자들이 서울 조계사와 대한문 등 사찰과 거리에 설치한 분향소에 조문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5월29일 노 전 대통령의 국민장 당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노제에는 수십만 명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켰다. 광장에서, 거리에서, TV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이가 없을 만큼 고인을 추도하는 국민의 마음은 하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장례가 끝난 후에도 봉하마을과 유골이 안치된 봉화산 정토원에 100만 명이 넘는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숭고한 정신과 뜻이 국민들의 가슴에 아로 새겨져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추모하는 마음이 단순히 ‘노사모’만의 그리움이 아니라는 분명한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지 여부를 떠나, 전직 대통령이란 특수한 신분을 떠나, 죽음은 그 어떠한 이유로도 비아냥거림이나 폄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것이 도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서거를 폄하하고, 나아가 조의를 표하는 이들까지 조롱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극히 일부 세력의 비이성적인 태도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스님과 불자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모친의 영향으로 고인은 불교와 인연이 깊었고, 권양숙 여사 또한 오랜 기간 신행활동을 한 불자였다. 서거 직후 서울 조계사를 비롯해 전국 각지의 크고 작은 절에는 자발적으로 분향소가 설치됐고, 49재 기간에는 매 재마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법회를 봉행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는 스님과 불자들의 내면에는 노 전 대통령이 세상에 구현하고자 했던 ‘숭고한 뜻’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원수를 지낸 망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려는 사부대중의 마음이 모아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님과 불자, 그리고 국민들의 이같은 추모 열기는 비록 사바세계를 떠났지만, 노 전 대통령의 뜻이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숭고한 뜻’은 영원히 기억될 것
이제 노무현 전 대통령 영가는 이승과의 인연을 다하고 우리 곁을 떠나고자 한다. 비록 고인의 육신은 화장되어 한줌 재로 변했고, 영가도 49재를 끝으로 다른 세계로 떠나겠지만, 그는 우리와 영원히 헤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마음과 우리 역사에 ‘대통령 노무현’과 ‘사람 노무현’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우리들은 그의 이마에 깊게 패인 일자형 주름에 담겨있던 고뇌와 강렬한 의지를 잊지 못할 것이다.
49재를 앞두고 스님들의 임종게와 다름없는 의미를 담은 고인의 유서를 다시 읽어본다. 비록 세속의 일에 초연해야 하는 출가사문이지만 마음 한쪽이 시려오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영가여. 부디 극락왕생하시어 못다 편 뜻을 이루시라.
[불교신문 2541호/ 7월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