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스님 안녕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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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길상 | ||
등록일 | 2009년 08월 18일 (09:17) | 조회수 | 조회수 : 3,414 |
스님. 안녕하세요. 제가 이곳 신문에 글 올린 것을 보냅니다. 스님 글도 불교신문에서 읽고있잖아요. 무재칠시를 가지고 써 본 거예요. 경로잔치도 하니까 신문에 글을 올려봤죠. 제 글을 자주 올려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귀잖아 잘 안하거든요. 모두 글 읽는 것은 좋아하는데 절에 신도가 늘어야말이죠. 마음의 봄 꽃 떨구어진 고개가 어느 사이엔가 위로만 향해진다. 봄기운이 마음을 휘젓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 내 움추러든 몸과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헤치라고 바람둥이 봄은 내게 속삭이고 있다. 오늘은 무거운 겉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반팔에 가볍게 옷을 입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팔을 휘휘 저으며 까라보보 길을 나서 보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발길은 어느 사이 절로 습관처럼 돌아와 분위기를 맞춘 듯 노란 장화를 신고 붉은 벽의 묵혀진 먼지를 시원하게 씻어내고, 나무도 목욕을 시키고, 바닥의 때도 밀어내며 안과 밖을 한 바탕 청소하고 나니 그제서야 방에 들어가 편안히 쉬고 싶어진다. 우리 절 신도님들은 내게 묻는다. 절도 작아 답답하고 지내기 힘들텐데 무엇이 좋아 매일 싱글벙글 즐거운지 모르겠단다. 내겐 날마다 새로운 하루이기에 즐거운 것이다. 어제는 이미 지났고, 내일은 알 수 없고, 오늘 하루를 즐겁게 지내지 않으면 어느 날을 기다려 행복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오늘 하루가 소중하고 즐거운 것이다. 우리 삶은 예습이 없다. 잘못된 것은 뉘우치고 복습하며 살 때 어제와 다른 변화하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모두가 경제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어려운 경제는 불편을 줄지언정 행복을 빼앗진 않는다. 외면적 생활은 힘들지라도 정신마저 빼앗겨 마음에 칼이 서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즐겨야한다. 우리에겐 재산이 없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가 있다.(무재칠시無財七施)) 어떤 이가 부처님을 찾아가 호소를 하였다. “저는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으니 무슨 까닭입니까?” “그것은 네가 남에게 베풀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빈털터리라서 남에게 줄 만한 것이 없는데 무엇을 줄 수 있겠습니까” “그렇지 않느니라. 아무리 재산이 없어도 남에게 줄 수 있는 일곱 가지는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첫째는 웃음을 띤 부드럽고 자비로운 얼굴로 남을 대하는 것이다. 둘째는 사랑의 말, 칭찬, 위로, 상대를 배려하는 부드러운 말을 쓰는 것이다. 셋째는 따뜻한 마음을 주는 것이다. 넷째는 너그럽고 다정한 눈빛으로 상대에게 베푸는 것이다. 다섯째는 몸으로 베푸는 작은 실천들이다. 여섯째는 힘들더라도 때와 장소에 맞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다. 일곱째는 상대의 마음을 잘 헤아려 알맞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렇게 일곱 가지를 실천하면서 그 행하는 바가 습관이 되면 누구나 행운이 따르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주위 사람 가운데 자신도 형편이 풀리면 기분 좋게 기부도 하고, 좋은 일에 베풀며 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이 볼 땐 그들은 이미 물질로서는 풍부하게 채워진 부자인데도 아직은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고 한다. 돈이 없어 베풀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많은 것을 착각하며 살고 있다. 평생 인색하게 사는 익숙한 습관 때문에 마음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주가 되면 우리 절 신도님들이 뜻을 모아 노인정에서 소박한 경로잔치를 베푼다고 한다. 본인들이 알아서 하겠으니 이번엔 스님은 신경쓰지말고 구경만 하란다. 거의 노인뿐인 몇 안되는 신도님들의 마음 씀씀이가 예쁘다. 그들은 신도가 너무 작아 때론 다른 종교 사람들을 보기가 창피하다고 한다. 꽃은 활짝 피어나야 빛이 난다. 인원이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 여러분 각자가 활짝 핀 소중한 연꽃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때가 되면 봄이 찾아오듯 모두에게 봄 햇살은 환하게 비춰질 것이다. 일상의 일로 마음을 꽉 채우지 말고 한 구석은 비워두면 좋겠습니다. 빈 자리에 봄기운 가득 담아 이웃에게 웃음을 안겨주는 화사한 마음의 봄꽃을 창가에 내어 놓으시길 바랍니다. 혹 글이 깨져 들어 갈 수도 있어요. 스님도 보시고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요. 늘 즐겁게 사시는 스님. 남는 즐거움이 있으면 보내주세요.ㅋㅋ 아르헨 길상합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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