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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하늘에 날벼락.

작성자현종
등록일2022년 10월 27일 (13:53)조회수조회수 : 1,056
불교신문 특별기고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
말문이 턱하고 막힌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상황이다.
불교계 신문을 보다가 천지가 진동하고 벼락을 내리칠 기사를 보고서였다. 기사엔 천주교가 초대형 나전칠화 속에 떡하니 불교의 법계도를 그려놓고는 “강강수월래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식의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는 소식이 담겨 있었다.

법계도란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系圖)를 말한다. 신라의 승려 의상이 화엄학의 법계연기 사상을 서술한 그림시로, 우리 불교계의 오랜 유산이자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불교적 깨달음의 상징적 체계도다. 그러니까, 법계도를 천주교의 상징체계라고 말하는 것은 마치 “부처님은 예수님이다”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그만큼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힘든 사고방식의 결정체인 셈이다.

사실 천주교가 이런 식의 주장을 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우리가 통상적으로 쓰는 염주도 묵주라는 이름으로 가져다 쓰고 있다. 제사도 지내고 심지어 불교의 의식인 49제도 이름만 달리 하여 지낸다고 한다. 스님들의 오랜 수행법인 참선도 명상이란 이름으로 하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최근엔 조선시대 전통사찰 천진암이 ‘한국천주교회의 발상지’라는 이름으로 천주교 성지로 탈바꿈되고 있다. 기가 막힌 일이다. 천진암은 조선시대 스님들이 박해를 피해 찾아온 가톨릭 신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보호해준 암자다. 천진암이 한국 천주교사에 있어 중요한 획을 그은 그 근간엔 우리 스님들의 경계 없는 자비심이 있었던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30여 년 전, 네팔 카트만두를 방문했을 때 방문한 한 불교 사찰에 예수를 그린 그림이 걸려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를 때였던지라, 왜 절에 예수그림을 걸어두었냐고 따져 물었다. 당시 그 사찰의 승려 한 분이 이를 두고 ‘예수보살’이라 부르며, 그 역시 우리와 똑같은 부처님의 제자였다고 설명해 주었다.

이후 나온 한 인기 서적 속에 예수의 행적 가운데 ‘잃어버린 16년’의 시간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그 책에 따르면 16년의 시간 동안 예수가 인도에서 보인 행적들, 그리고 성경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부처님 말씀들에 대한 기술이 있었고, 나는 그제야 오래전 카트만두의 사찰에 걸린 예수의 그림을 이해했다. 결국 예수도 우리들보다 먼저 승려로 살다가 간 선배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뿐만 아니라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은 예수님을 비롯한 타종교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으로 대한다. 두두물물이 부처 아닌 게 없고 일일이 다 불사이며, 그래서 하는 일마다 사사불공이라고 하였다. 그러고 보면 예수님도 불공을 한 것이다.

그렇다해도 이번엔 너무 심했다. 천진암의 천주교 성지화도 그렇지만, 버젓이 주인이 있는 물건을 훔쳐가는(사상과 철학도 물건이라면 말이다) 것은 치사한 좀도둑이나 하는 짓이다. 사회적 지위와 의식이 있는 집단이 보일 태도가 아니다.

국가에서 수백억원을 들여 만든 서소문 공원이 버젓이 천주교 성지가 되었다.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천주교 교인만을 위한 장소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도둑질이며, 분명 몇몇 천주교인의 작당모의의 결과일테다. 하루라도 빨리 서소문 공원의 나전칠화는 철거해야 한다.

지금도 사회정의를 위해 발로 뛴다는 수많은 일반 언론들은 그저 펜대를 놓고 있다. 언론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비불교계의 무관심은 그래도 그렇다 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불교계조차 조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큰스님’이라 불리는 분들이 작금의 천주교의 행태를 그냥 두고만 보고 있다. 우리 불교계의 수많은 재가 불교학자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스님들이 조금만 실수해도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던 그들이다. 도대체 왜 모두들 침묵하고 있나. 우리 불교계가 분연히 들고 일어나야 한다.

현종스님 / 강릉 현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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