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노점상 밥 주던 어머니 창피했는데… 세상 지키는 힘, 거기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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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선일보기사 | ||
등록일 | 2011년 09월 29일 (10:28) | 조회수 | 조회수 : 2,991 |
노점상 밥 주던 어머니 창피했는데… 세상 지키는 힘, 거기 있었다. 9억원 기부 원영식 회장 - "10개 벌면 3개를 주라" 중년 들어 그 말씀 떠올라, 수술비 보태줬던 미싱공 그 아들이 사회복지학과 입학 기부는 '자본주의 4.0 시대'의 핵심이다. 단순히 당대에 재물을 재분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공동체와 사회통합의 가치를 대물림하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개인 돈 1억원 이상 기부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의 부모가 자식들에게 물려준 것도 이런 믿음이었다. 부모에게 기부를 배웠다는 응답(어머니 13명·아버지 11명)이 두드러지게 많았다. 혜택받은 사람이 나누고, 나눠받은 만큼 다른 이들에게 되돌려 갚는 '기부 선순환(善循還)'의 중심이 가족에 있었다. /편집자 투자금융회사 오션인더블유의 원영식(50) 회장은 서울 명동의 허름한 상가건물 3층 살림집에서 자랐다. 어머니 별명이 '명동 앞치마'였다. "어머니는 콩나물 값 100원, 200원 깎고 몸뻬만 입으면서, 밥 굶는 구두닦이와 판넬 장수를 보면 선뜻 집안에 들여 밥상을 차려줬어요. 구청 단속반이 오면 앞치마 바람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며 뛰어내려가 '먹고살겠다는데 왜 못살게 구냐'고 고함쳤어요. 창피했죠. 온 동네 노점상이 나만 보면 큰소리로 아는 척하니까." 원 회장은 지금까지 9억원을 기부했다. 중년 들어 어머니의 가르침을 떠올리고 기부를 실천한 것이다. 그는 지금은 재력가로 성공했지만 자랄 땐 악동 소리를 들었다. 등수는 밑에서 세는 게 빠르고 어머니 몰래 오토바이 구입하는 게 꿈이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술 취한 친구들을 우르르 몰고 온 날도 많았다. 체육특기자로 인천대를 졸업하고 3년쯤 직장생활을 한 뒤 친구와 동업해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상가에 액자 가게를 차렸다. 거기서 번 돈을 다시 주식시장 등에 굴리다 투자금융회사를 차렸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40대였다. 건강진단 결과표에 역류성 식도염 등 10여 가지 질병이 빽빽이 적혀 있었다. 2004년 파김치로 퇴근하다 뻥튀기 수레를 끌고 가는 할머니를 봤다. 차를 세우고 "어디까지 가시냐"고 물었다. 원 회장 집에서 멀지 않은 서울 중구의 한 임대아파트가 할머니의 목적지였다. 할머니는 "나라에서 매달 30여만원씩 나오는데 임대료와 공과금 내면 남는 게 없어 뻥튀기 장사를 쉴 수 없다"고 했다. ▲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원영식(50) 오션인더블유 회장이 서울 중구 신당3동 주민자치센터에서 후원금 받는 사람들이 보내온 감사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그날이 기부인생 출발점이었다. 원 회장은 며칠 뒤 무작정 주민센터에 찾아가 "어려운 분 추천해주면 매달 후원금 부치겠다"고 했다. 그때 원 회장을 맞은 사람이 이수정(46) 신당3동 주민센터 팀장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안 믿었어요. 기부하는 분 중에 지속되는 분은 적거든요. 그런데 회장님은 한 번도 후원금을 미루거나 줄인 적이 없어요. 처음엔 두 가구에 월 10만원씩 부쳤는데 조금씩 대상을 늘려 지금은 159가구에 월 5만~30만원씩 870만원 부쳐요. 간암을 앓는 미싱공 아저씨가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장기이식 차례를 놓칠 뻔했을 때, 원 회장이 두말하지 않고 2000만원을 송금해준 적도 있어요. 그 집 아들이 '나도 남을 돕고 싶다'면서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갔어요." 원 회장은 '인생 최고의 순간'으로 "네팔 산골 소녀 밍마참지가 내 앞에서 똑바로 걷던 날(2009년)"을 꼽았다. "어렸을 때 다리가 부러졌는데 제때 치료받지 못해 뼈가 휜 아이가 거짓말처럼 똑바로 걷는데 가슴속에 뜨거운 불이 올라왔어요." 그때 그는 2007년 별세한 어머니 말씀을 떠올렸다. "열 개를 벌면 세 개를 줘라. 그럼 하나님이 열두 개로 채워주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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