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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해서 고향은 네팔

작성자들꽃향기
등록일2012년 07월 04일 (22:26)조회수조회수 :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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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산을 바라본다. 숲의 향기를 머금은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치고, 눈감은 동심을 고향으로 옮겨놓는다. 스님이 되기 위해 고향을 떠나던 그 날이 떠오른다. 세상 인연에 끄달리지 않고, 훌륭한 스님이 되겠다는 원력을 세우고 나는 고향집을 나섰다.

출가하기 하루 전날 밤 고향에는 둥근 달이 환하게 떠올랐다. 캄캄한 밤을 비추던 달은 나에게 “정말 훌륭한 스님이 돼야 한다”고 말을 건네왔다. 아무 답도 하지 못했지만, 달처럼 밤을 비추는 수행자가 되겠다는 각오를 했었다.

얼마 전에 읽은 아프가니스탄의 천개의 찬란한 태양이라는 소설에서 할머니가 손녀에게 너는 꼭 달빛같은 사람이 되라고 덕담하는 구절을 보았다. 달빛은 한 사람, 밤손님 외에는 싫어하는 이가 없고 다들 좋아한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를 무명에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갈등과 대립, 그리고 번뇌로 가득차 있어 마치 칠흑같은 밤과 같다는 것이다. 무명의 세계를 밝히는 것이 바로 부처님 가르침이다. 달처럼 말이다. 어둠에서 벗어나 광명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바로 불교인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안전하게 항로를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대 같은 것이 불교이다.

나는 한때 부처님 고향이 있는 네팔과 히말라야에서 정진한 적이 있다. 순수한 네팔인과 히말라야인들을 보며 영혼이 맑은 이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은 남을 탓하지 않았다.

잘못이 있어도 나의 잘못이라고 여겨 남을 헐뜯거나 곤혹스럽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역만리였지만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편했다. 특히 네팔은 부처님 고향 나라여서 그런지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다.

세속에서의 고향이 경남 합천군이라면 출가해서 고향은 네팔이다. 네팔이 출가해서 고향이라면 부처님은 나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모든 것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따뜻한 어머니 품 같기 때문이다. 스님으로 생활하면서 간혹 어려움에 봉착하면 나는 부처님과 네팔을 떠올린다. 고향이란 내게 편안한 휴식처와도 같다.


20대 중반 청춘에 불문에 들어 부처님 제자가 되어 수행했는데, 어느새 중년이 되었다. 과연 제대로 수행하고 정진했는지 자문하면 “그래 나는 열심히 수행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솔직히 힘들다. 출가하면서 고향에서 달에게 약속한 다짐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니 부끄러울 뿐이다.

고향은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고향은 내게 감정이 메마르지 않도록 촉촉하게 비를 뿌려준다. 비가 와야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온갖 작물이 자랄 수 있다. 수행자 역시 마찬가지다. 감정이 메말라 버리면 이 또한 장애이다. 마음이 따뜻하고 감성이 넉넉해야 신도들을 대할 때 여유가 생긴다.

나는 산중에 사는 출가자로 마음을 쉬어버린 수행자의 모습으로 살고자하나 아직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듣고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알음알이만 거칠게 부풀려져 많은 사람을 올바로 인도하고 있는지 자신을 조심스레 거울에 비추어 보아야겠다.

“알고도 배우는 것이 성인이요. 배워야 아는 것은 보통사람이다. 성인이나 보통사람이라 하더라도 배움으로 말미암지 않은 사람은 없다”라고 중용자는 말하였다. 나의 작은 일상이 만들어낸 씨앗들이 모든 이들의 마음에 고향과도 같은 잔잔한 여운을 주는 터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불교신문 2829호/ 7월4일자]
코멘트현황
박우일
박우일 | 12/07/15 21:52
현종스님! 세속의 초.중등 학교 1년 후배 박우일(합천 삼가의 봉성초등학교 및 삼가중학교) 입니다. 스님 세속명이 박우근 이시지요? 얼굴이 익어 혹시 선배님 아닌가 생각을 했으며, 누군가에게서 스님께서 강원도 어느 곳으로 출가하셨다는 이야긴 들었었습니다. 부처님의 큰 뜻이 널리 중생에게 큰 빛이 되어 주실 수 있게 스님께서 많은 깨달음으로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요.
12/07/1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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