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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09년 02월 12일 (17:06)조회수조회수 : 2,838

길에서 죽은 축생들아, 극락왕생하거라
강릉 현덕사, 8일 제5회 동식물 천도재 개최
박정민(pajumi) 기자




▲ 동식물 천도재가 거행된 강릉 현덕사

ⓒ 박정민

오대산 자락 소금강 인근에 위치한 강릉 현덕사(대한불교조계종, 주지 현종스님)에서 7월 8일 '제5회 동식물 천도재'가 열렸다.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이날 행사는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 30분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되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현덕사는 이제 창건된 지 7년에 불과한 자그마한 신흥사찰이다. 1000년이 넘는 역사와 숱한 문화재를 자랑하는 고찰도, 수만에 이르는 신도 수를 자랑하는 도심사찰도 아닌 지방의 한적한 신생사찰이 주목 받는 것은 순전히 '환경본찰을 지향한다'는 각별한 정신 때문이다. 동식물 천도재는 그 상징과도 같은 행사다.



▲ 지역 초등학생들이 그린 동식물 그림이 한문으로 가득한 위패를 대신하고 있다.

ⓒ 박정민




▲ 현덕사의 주지 현종스님

ⓒ 박정민

1999년 농가 5채를 사들여 현덕사를 창건한 현종스님은 일찌감치 환경과 생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기왕 지내는 천도재인데 인간에 의해 희생된 동식물도 함께 지내주자는 생각으로 창건 당시부터 이 행사를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어느덧 동식물이 주가 되고, 제대로 판을 벌여 올해로 5회째를 맞은 것이다.

행사가 매년 7월 초순에 열리는 것도 이유가 있어서다. 주지 현종스님은 "경포해수욕장 등 인근 해수욕장이 이때쯤 개장을 한다. 피서철을 맞아 급증하는 교통량으로 인해 로드킬도 덩달아 급증하게 된다. 이를 환기시키고자 행사 시기를 이 즈음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드킬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로 희생되어온 동식물이 얼마나 많겠는가. 실험용으로 희생되는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을 추모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함께 되새겨보고자 매년 1회 이와 같은 행사를 열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찾아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현종스님의 다짐이다.

이날 행사는 길놀이(강릉문화원 임영회 사물놀이팀), 헌다례, 초청법문(전 조계종 포교원장 암도스님), 천혼무(송주현 무용단), 발원문 낭독(지역 초등학생들), 수리부엉이·황조롱이·소쩍새 등의 조류방생(한국조류보호협회 태백지회·영주지회), 지신밟기(하유스님)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 행사를 여는 강릉문화원 임영회 사물놀이팀의 길놀이

ⓒ 박정민




▲ 송주현 무용단의 천혼무

ⓒ 박정민




▲ 수리부엉이 방생. 조류방생은 한국조류보호협회 태백지회와 영주지회의 도움 아래 이루어졌다. 협회에서 치료, 보호하고 있던 다친 새들은 이날로 오대산의 새식구가 되었다.

ⓒ 박정민

콘크리트 안 쓰고, 천연재료만으로 짓다보니…

500여명이 참석하고 각종 언론사에서도 취재를 와 성황을 이룬 행사였지만, 다른 날 이 사찰을 찾는다면 실망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창건한 지 7년이라는데 아직도 대웅전과 요사채는 짓는 중이고 민가로 쓰이던 건물 하나가 법당 구실을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밖에는 곁에 자그맣게 서 있는 삼성각이 전부다.

천천히 가더라도 환경을 훼손하는 일 없이, 더불어 콘크리트 쓰지 않고 천연재료만으로 짓자는 원칙을 고수하다보니 한없이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유명한 대형사찰들이 환경보전에 앞장서기는커녕 마구잡이 건물 신축에 매달리기 일쑤인 작금의 세태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그밖에도 어린이캠프를 진행할 때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꼭 포함시킨다든가, 홈페이지에 환경사랑 메뉴를 따로 만들어 주지스님이 직접 자료를 올리는 등 현덕사의 실천은 각별하다. 별다른 볼거리가 없어 오히려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사부대중의 환경사랑 정신에 눈이 가게 되는 현덕사는 앞으로의 소식이 더 기대되는 절이다.



▲ 날옥수수, 풀, 짚단 등 동물들의 먹이가 보통의 음식과 함께 올려져있는 것도 현덕사의 동식물 천도재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 박정민




▲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지신밟기. 법고 연주로 유명한 하유스님이 사물놀이패와 어우러졌다.

ⓒ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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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덕사 홈페이지: http://www.hyundeok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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